[뉴스토마토 염현석기자] "정책이 실패한 과정을 지켜 봤으면서 똑같은 정책을 다시 실행하다니 이게 말이 됩니까?"
박근혜 정부가 지난 정부가 실패한 유가안정 정책을 그대로 계승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곳곳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이명박 정부가 알뜰주유소 확대, 석유제품 혼합판매 허용, 석유제품 전자상거래 등 석유제품 유통에 강도 높은 정책을 시행했지만, 전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오히려 리터(ℓ)당 1985원으로 전년대비 3%가량 상승했기 때문이다.
22일 업계 등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는 전국 휘발유 판매가격이 ℓ당 2000원에 다시 접근하자 지난달 28일 알뜰주유소 공급가를 ℓ당 1800원으로 고정했다.
지난 12일에는 알뜰 주유소 1000개 확대와 가격인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유류 공급업자들에 '계약 후 가격조정'이라는 조건도 내세웠다.
정부의 가격조정 조건은 알뜰 주유소에 공급하는 기름은 무조건 인근 주유소보다 저렴하게 공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유사, 주유소 등 석유제품 관련 업계들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새 정부의 유가안정 정책도 유통부문에 한정돼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유류의 가격구성은 원료비 45%, 유류세 45%, 정유사와 주유소들의 정제·유통마진은 10%"라며 "유가안정을 위해 정제·유통마진만 유독 줄여야 한다는 정부의 생각을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이명박 정부가 실시한 유가안정 정책이 모두 '유통 부문'에 한정돼 있어 실제 기름값 인하에 영향이 없었다"며 "이번 알뜰주유소 공급가 인하 정책도 유통부문 관련으로 실효성이 의심된다"고 덧붙였다.
주유소 업계도 주유소 유통마진이 5% 이하로 줄어들어 경영조차 어려운 한계 주유소들이 급증하고 있는데 유통관리 감독 강화만을 하는 정부를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주유소 업계 관계자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실효성이 적은 정책은 철회하고 합리적인 유가대책을 내놓길 기대했지만 역시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외에도 정유업계와 마찰을 빚으면서까지 실시한 석유제품 혼합판매 제도와 석유전자 상거래 정책도 그대로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정유사 상표표시를 하는 폴주유소에서 계약 정유사 제품 외에 타사 혹은 수입 석유제품을 혼합해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했지만 이를 선택한 주유소는 없는 상황이다.
일본산 경유와 중국산 휘발유를 수입해 한국거래소에서 전자상거래로 거래되고 있는 석유전자상거래 역시 국내 정유사들이 참여하지 않아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유가대책을 담당할 산업통상자원부의 업무분장과 계획이 수립되면 이 같은 기존 유가대책을 강화한 새로운 종합정책을 발표할 것"이라며 "정부는 가짜석유 근절과 유가안정을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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