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국방부가 발주한 사업에 참가한 민간 기업의 직원이 지인에게 건넨 금품이 해당 사업의 평가 위원인 현역 군인에게 흘러갔더라도, 직접 전달했다는 혐의가 인정되지 않으면 이를 이유로 민간 기업의 사업참가 자격을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이승한)는 대우건설이 "사업단 평가위원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가 무혐의 처분이 났음에도,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얻은 대우건설에 자격제한 처분을 내린 것은 위법하다"며 국방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민간투자사업 참가자격 제한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했다고 31일 밝혔다.
재판부는 "사업계획서 평가위원인 김모 소령의 범죄사실은 원고 회사의 직원 남모씨로부터가 아닌 남씨의 지인인 노모 중령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것"이라며 "김 소령에게 뇌물을 건넨 노 중령의 범죄사실은 남씨로부터 활동비 명목으로 주유상품권 등을 교부받은 것에 불과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뇌물공여 혐의로 조사를 받은 남씨가 서울중앙지검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점에 비춰보면 노 중령이 남씨로부터 받은 금품 일부를 김 소령에게 지급한 것"이라며 "남씨가 노 중령을 통해 김 소령에게 뇌물을 줬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민간투자사업 참가자격 제한처분은 국민의 권리와 이익에 제재를 가하는 침해적 행정처분"이라며 "법치 행정의 원리상 엄격한 법적 근거가 필요하고, 그 근거 규정을 유추하거나 확장해석해선 안된다"고 덧붙였다.
대우건설은 국방부가 2010년 8월 발주한 민간투자시설사업에 단독으로 입찰에 참가했다.
30년 동안 군인으로 근무하다 전역한 뒤 대우건설에 입사한 남씨는 2011년 3월 현역 시절 알고 지내던 노 중령을 만나 "평가위원인 김 소령에게 (대우건설의 낙찰이)문제는 없는지 확인해달라"며 활동비 명목으로 주유상품권과 등 540만원 어치의 금품과 법인 신용카드 1장을 건넸다.
노 중령은 김 소령을 만나 남씨로부터 받은 금품 가운데 100만원 상당의 주유상품권을 전달하고, 신용카드로 430여만원 가량의 향응을 제공했다.
이후 대우건설은 이 사업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지정됐다.
그러나 노 중령은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돼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김 소령은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 6월에 벌금 200만원을 각각 선고 받고 형이 확정됐다.
남씨는 서울중앙지검에서 뇌물공여 혐의로 내사를 받았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에 국방부는 "협상대상자 지정과 관련해 금품과 향응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대우건설의 민간투자사업 참가자격을 제한했다.
대우건설은 "남씨가 직접 김 소령에게 뇌물을 준 것도 아니고, 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또 국방부 사업에 단독으로 입찰한 민간기업이 우선협상대상자 적격 심사에서 탈락한 사례는 없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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