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곽보연기자]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가 운영체제 '윈도 XP'에 대한 기술지원을 오는 2014년 4월8일자로 전면 중단한다. 이에 따라 윈도 XP를 사용하는 국내 1500만여명의 사용자가 새로운 제품을 구매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는 8일 서울 대치동 본사에서 미디어 브리핑을 열고 보안 인프라 상의 문제로 윈도 XP에 대한 연장지원을 내년 4월8일 전세계에서 동시에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연장지원이 종료되면 윈도 XP에 대한 추가 업데이트나 최신 드라이버 지원, 온라인 기술 지원은 물론 추가로 발견된 취약성에 대한 보안패치 제공도 더 이상 이뤄지지 않는다.
윈도 XP는 지난 2001년 MS가 개발해 내놓은 PC용 운영체제(OS)로 시장조사기관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2013년 3월 현재 국내에서 사용되는 PC 가운데 32.9%인 1500만여대에서 사용되고 있다. 특히 국민은행과 기업은행 등 은행권과 공공기관·공기업에서의 윈도 XP 사용률이 높게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MS가 사용자의 선택권을 암묵적으로 '윈도8' 구매로 한정지으면서, '꼼수'를 부리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있다.
◇"XP 보안망 취약..'3·20 전산망 대란' 재발할 수 있어"
한국MS가 윈도 XP에 대한 서비스 지원을 종료하게 된 배경에는 최근 발발한 '3.20 전산망 대란' 등 보안 상의 문제가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 신종회 한국MS 최고보안책임자는 "윈도 XP는 기존 OS 중에서도 사회기반 시설로 불리는 방송권과 금융권 등을 구성해왔다"며 "해킹수법이 날로 지능화되는 상황에서 10년 이상된 OS로는 안전한 컴퓨팅 환경을 제공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술지원이 종료되는 내년부터는 윈도 XP의 악성코드 감염률이 윈도7, 8과 같은 윈도계열 상위 제품에 비해 2배 가까이 높아질 것"이라며 "윈도 XP 기술지원이 종료되기 전에 상위버전의 OS로 업그레이드 해야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윈도 XP 체제에서 '3.20 방송사·금융권 해킹사고'와 '7.7 디도스공격' 등과 같은 국가 주요기반에 대한 사이버 테러가 발생했을 때 기업체가 준비를 소홀히 한다면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MS는 지난해 6월 '2012년 상반기 보안 동향리포트'를 발간하며 윈도 XP 버전은 보안 위협에 윈도7보다 3배 이상 취약하며, 1000대당 9.5대의 감염률을 보인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결국 보안 문제에 대한 걱정을 덜려면 윈도 XP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8일 서울 대치동 본사에서 개최된 '윈도 XP 지원 종료 미디어 브리핑'에서 김명호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최고기술임원이 발표를 하고 있다.
◇XP 지원 중단, '윈도8' 판매 위한 '꼼수'?
한국MS는 윈도 XP 지원 종료를 앞두고 사용자가 취할 수 있는 소극적 조치로 ▲사용 가능한 최신 서비스팩 설치 ▲제공되는 업데이트 적용을 제시했다. 궁극적으로 윈도 XP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예방하려면 결국 최신 버전의 운영체제로 업그레이드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윈도 XP 이후로 출시된 OS는 윈도 비스타와 윈도7, 그리고 지난해 말 출시된 윈도8 등이 있다. 여기서 윈도 비스타는 이미 지난해 4월10일 기술지원이 중단됐고, 윈도7은 오는 2015년 1월 모든 서비스가 지원되는 일반지원이 중단되는데 이어, 2020년에는 일부 서비스만 지원되는 연장지원마저 중단된다. 결국 사용자가 가장 오랜기간(오는 2022년까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OS는 '윈도8'인 셈이다.
윈도8은 지난해 10월 출시된 MS의 새 운영체제로 판매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MS는 최근 윈도8의 판매가격을 전격 인하한 데 이어 주요 협력업체들마저 윈도8에 대해 혹평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전동수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사장은 지난달 한국반도체산업협회장에 선출된 직후 기자들을 만나 PC산업의 위축 원인에 대해 "윈도8이 (이전 버전인) 비스타만도 못하다보니 PC 수요를 진작시킬 모멘텀이 전혀 없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윈도 XP의 기술지원 중단은 윈도8 판매를 신장시킬 수 있는 방법인 셈이다.
현재 윈도8 업그레이드와 관련해 진행중인 프로모션은 대학생을 대상으로 7만5000원에 업그레이드를 제공하는 이벤트가 전부다. 4만3000원에 윈도XP와 윈도7 등을 윈도8 프로로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프로모션이 진행됐었지만 이는 지난 1월31일부로 종료됐고, 결국 소비자는 시중에서 소매가격 31만원 수준의 윈도8 설치 프로그램을 구매해야 한다.
한편 기존 윈도 XP를 기본 OS로 사용하던 기업들도 고민이 깊어졌다. 텔레그래프는 7일(현지시간) '기업을 위기로 밀어넣는 윈도 XP'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애드리언 폭설 캠우드 CEO와의 인터뷰를 인용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거액의 비용을 들여 윈도 XP를 업데이트 하려는 기업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음은 백수하 한국MS 기획조정실 상무, 김명호 최고기술임원, 신종회 최고보안책임자와의 일문일답.
▲사용자들이 상위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를 하려면 적잖은 비용을 감수해야 할 것 같은데 업그레이드에 어느 정도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하나.
-윈도 XP를 사용하는 개인사용자들은 이미 오래된 PC를 사용하고 있는 사용자들이다. 보통 PC에 최신버전의 OS가 설치된 상태로 출시되므로 새로운 PC로 바꾸는 것을 추천한다. 법인사용자들의 경우 XP 기반의 계약을 윈도7이나 8으로 업그레이드 해야할 것이다.
▲윈도XP 기술지원 종료 이후에 사용자들이 어떤 OS를 더 선호할 것으로 내다보나.
-상위버전의 윈도 제품들에 대해 기술적으로 소비자들이 모두 만족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최신 버전인 윈도8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으므로 윈도8을 선택하는 사용자가 더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법인들은 사용 환경에서 더 편리한 윈도7을 선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윈도7의 경우 2015년 기술 지원 중 일반 지원이 종료된다. 그럼 현재 윈도7을 새로 구매하면 2년 밖에 더 사용할 수 없다는 설명인데 대책이 없나?
-해당 팀을 통해 확인해서 추후 답변드리겠다.
▲윈도XP 구매 약관에 기술지원 종료와 관련된 부분이 명시돼 있었나?
-윈도XP는 2001년 출시됐고 기술지원 종료 규칙은 2002년 제정됐다. 때문에 XP 출시 당시에는 해당 규정이 약관에 명시돼있지 않았다. 하지만 규칙 개정 이후에 약관에 포함됐는지 여부는 확인이 필요하다.
▲윈도XP에 대한 기술지원을 위해 연간 투자해온 금액이 어느 정도인가.
-해당 부분은 따로 계산된 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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