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창조경제? 바로 우리가 가려는길"
2013-04-08 17:55:16 2013-04-08 18:07:01
[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재계가 박근혜 정부의 국정 핵심목표인 '창조경제'에 화답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그룹의 적극적인 '코드 맞추기' 행보에 이목이 집중된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창조경제와 그동안 삼성이 지향해온 방향성이 큰 부분에서 어느 정도 일치한다고 보고, 박근혜 정부의 주요 정책 기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전략을 수립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삼성은 지난달부터 "그룹 차원에서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실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힌 데 이어 최근에는 윤상직 산업자원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올해 총 49조원 수준의 투자를 집행할 것을 약속하기도 했다. 경기부양을 위해 기업들의 투자가 필요한 정부 입장에서는 커다란 호재다.
 
또 이건희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귀국한 지난 6일 김포공항에 모인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정연주 삼성물산(000830) 부회장 등 최고 경영진들 사이에서 창조경제가 가장 중요한 화두 중 하나였던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새 정부 정책 기조에 대한 삼성의 관심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창조경제는 '스마트 시대'에 대해 정부가 나름대로 제시하는 해법일수도 있다"며 "특히 박 대통령이 창조경제와 관련 단골 메뉴처럼 언급하는 화두 중 하나가 '스티브 잡스'라는 점은 삼성의 향후 과제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삼성그룹은 삼성전자를 필두로 추격자 전략을 탈피해 시장 선도자로 거듭나기 위한 창조적 경영을 외쳐왔다. 최근 융합형 인재 채용과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을 통한 고도화 등을 과제로 제시하고 계열사별로 구체안을 마련해 나가고 있는 것도 그 일환이다.
 
아울러 기존의 하드웨어 일변도의 기술 경쟁력을 소프트웨어(SW) 경쟁력으로까지 확산하기 위해 각종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가 인텔과 손잡고 개발 중인 차세대 모바일 운영체제(OS) 타이젠(Tizen), IBM·오라클 등과 파트너를 구성해 진행 중인 빅데이터 컨소시엄 등은 올해 삼성전자가 IT업계에 띄울 가장 큰 승부수다.
 
삼성에 대한 국내외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시선도 달라졌다. 이달 삼성전자가 출시할 갤럭시S4에 SW 협력사로 참여한 중소 게임개발업체 G사 관계자는 "관련 업계에서 현재 삼성전자만큼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들과의 공동 작업에 공을 들이는 기업은 드물다"고 말했다.
 
한편 LG그룹, 현대차 등은 창조경제를 R&D 투자, 인적자원 확대 등과 관련 지어 해석하는 분위기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창조경제와 관련한 가장 중요한 화두 중 하나는 R&D"라며 "기술 개발의 성과가 곧바로 제품 혁신으로 이어지는 구조 확립도 중요한 과제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LG는 이에 따라 최근 계열사별로 총 70여명의 연구위원을 새로 임명하고, 최고경영진이 직접 국내외를 돌며 우수 연구개발 인재를 확보할 방침이다. 현대차그룹과 SK그룹도 창조경제에 맞는 내부 방침이라며 각종 인재 채용 확대방안을 내놓고 있다.
 
반면 창조경제에 대한 개별 기업들의 움직임에 대해 '기존 경영전략과의 짜맞추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중소기업계에서는 박근혜 정권이 주장하는 창조경제에 '중소기업 생태계'에 대한 창조성은 찾아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기존의 시장질서를 그대로 두고 외치는 '창조경제론'은 기존의 대기업 중심 경제성장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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