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이 4대강 의혹 조사를 계기로 이명박 전 대통령과의 갈라서기를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지난 19일 새누리당은 4대강 사업과 관련된 의혹을 철저하게 조사하라는 이상일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발표했다. 불법과 비리가 있었다면 철저하게 규명하고 엄정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변인은 또 4대강 사업에 대해 “22조 원 이상의 국가예산이 투입된 대규모 국책사업으로, 사업 시작 전부터 논란이 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의 임기 중이었던 올해 초와 비교하면 4대강에 대한 새누리당의 입장은 거의 '전향'에 가깝다.
지금은 시작부터 문제가 많았다고 하지만 지난 1월엔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4대강 사업에 대해 “현정부의 중점 국책사업인 만큼 조속히 잘 매듭지어 훌륭한 사업으로 역사에 남기를 바란다"고 평가했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새누리당의 애정어린 시선이 불과 몇달만에 얼음처럼 차가워진 것이다.
새누리당의 변심에는 박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대선부터 인수위까지 MB정권 4대강 사업에 대해 말을 아꼈다.
대선 TV토론에서는 “4대강 사업은 홍수기를 더 지나보고 결과에 따라 잘못된 점을 보완하겠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다.
감사원이 4대강 사업을 총체적 부실이라고 평가했을 때도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당시 인수위 대변인)을 통해 “객관적으로 평가해 의혹이 있으면 밝히고 고칠 것이 있으면 고치고, 보완할 것이 있으면 보완해 나가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반면 지난 16일 청와대에서 열린 민주당 상임위 간사들과 만찬에서 박 대통령은 4대강 사업 조사 요구에 “의혹이 남지 않게 필요하다면 야당 추천 인사도 조사에 포함하겠다”고 말해, 눈에 띄는 조사 의지를 나타냈다.
새누리당도 4대강 사업 의혹을 이대로 끌고 가기에는 부담스러운 짐이다.
반대여론이 높고 부실 공사 등으로 인한 부작용, 담합 비리 등이 추가로 발생할 경우 이 전 대통령 뿐만 아니라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에도 적지 않은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한 새누리당 관계자는 “국민 대다수가 반감을 가지고 있는 4대강 사업을 무시할 수는 없다”며 “수사를 조속히 해서 MB정부에 잘못이 있다면 처벌하고, 잘못이 없다면 책임에서 자유롭게 해주자는 것”이라고 4대강 논평에 대해 설명했다.
결국 4대강 의혹 조사는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이 전 대통령과 확고한 결별을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MB정부 시절 금융권 인사들이 물갈이되고, MB의 친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의 보석 신청이 기각되는 등 박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 사이에는 이미 갈등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실장은 “4대강 사업 조사는 지난 정부의 문제점, 비판 시각이 다음 정부로 이어지는 것을 막고자 하는 시도지만, 4대강 사업은 이전 정권의 핵심적인 사안이었고 현 정부의 주요 인사들이 연관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새 정부에도 부담”이라며 “여권내 지지층 분열, 여권내 세력간 갈등을 야기할 수 있는 소지를 다분히 안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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