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정부가 수출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 로드맵을 내놨다. 역량별 맞춤지원을 통해 2017년까지 수출중소기업을 10만개, 글로벌 강소기업을 3000개로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중소기업청은 9일 제130차 대외경제장관회의를 통해 ‘중소기업 해외진출 역량강화 방안’을 관계부처와 공동으로 마련하고, 오는 2017년까지 수출중소기업 10만개, 수출 1000만달러 이상 글로벌 강소기업 3000개를 육성하겠다는 장기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은 지난 1일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제1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논의된 '수출 중소·중견기업 지원확대방안'의 후속 조치다.
한정화 중소기업청장은 이날 대외경제장관회의 직후 기자브리핑을 통해 "중소기업의 애로사항 해소 및 무역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중소기업 수출역량별 맞춤형 지원' 등 5대 정책과제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는 새로운 정책보다 기존 지원책에 대한 업무조정 통합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 청장은 이에 대해 "지원책이 아직은 미흡한 상태"라며 "이전 정책을 점검하고, 단계별·기능별로 협업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일단 큰 변화를 주는 대신 정책의 연속성 차원에서 흐름을 존중하겠다는 뜻이라고 중기청 관계자는 첨언했다.
일각에서는 중기대통령을 자임하는 박근혜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첫 플랜이 새로울 것 없는 기존 정책 짜깁기에 불과해, 정책 진정성에 대한 의혹의 눈초리가 여전하다.
이번에 발표된 방안은 ▲수은, 무보 등 수출금융기관 대상 중소기업지원 실태점검 착수 ▲'글로벌 하이웨이 프로그램' 도입 ▲해외조달 및 EDCF 참여 등 중소기업의 해외진출 방식 다양화가 골자다.
먼저 기재부와 산업부, 중기청이 공동으로 금융기관별 중소기업 지원실태를 점검하기로 했다. 현 정부 들어 기관들이 앞다퉈 중소기업 지원책을 내놓은 가운데 실제 가동상황을 점검하겠다는 것이다. 오히려 실적주의만 조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또 글로벌 하이웨이 프로그램을 통해 수출 역량별로 맞춤형 지원 프로세스를 구축한다. 글로벌 컨설팅회사를 통해 역량을 진단하고 해외진출 전략을 수립해 유관기관과 함께 해외마케팅· R&D·금융 등을 집중 지원한다. 해외시장 중심의 연구개발(R&D) 비용을 전년보다 129억원 증액한 485억원을 투입해 수출중소기업 제품의 고부가 가치화를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기획재정부도 EDCF(대외경제협력기금)를 적극 활용해 중소기업의 해외진출을 돕는다. 특히 신흥시장인 개발도상국 진출을 활성화하기 위해 타당성 조사와 컨설팅 지원, 대규모 인프라 사업의 분리 구매 등을 추진한다.
이밖에도 FTA 활용과 환리스크 대응역량을 키운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FTA· 환보험에 대한 교육과 컨설팅을 확대키로 했다. 오는 6월에는 'FTA활용 종합대책'이 마련된다. 수출지원센터에 전문인력을 확충해 중소기업의 수출애로를 상시 발굴하고 해소를 위한 원스톱 서비스를 시현할 예정이다.
한 청장은 "FTA 확대로 해외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시대가 됐다. 이제 우리 중소기업의 우수한 역량을 해외에 자랑할 때"라며 "대책이 현장에서 적합하게 집행되는지 직접 챙겨 중소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핵심역량을 자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는 우량 수출중소기업이 대규모 피해를 입은 키코 사태에 대한 대책이나 반성 없이 새로운 수출 중소기업을 만들겠다는 정책 방향이 다소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한때 수출우량 중소기업이라 불리던 키코 피해기업들에 대한 대책이 국회에서 거론되기 시작했음에도 이와 별도로 새로운 기업을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은 이해되지 않는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한편 국내 중소기업의 수출 비중은 여전히 정체 상태이며, 수출규모도 영세 수준을 벗지 못했다. 중기청에 따르면 지난해 중소기업 수출은 전년 대비 불과 1.1% 늘었으며,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7%에 불과하다. 대기업 중심의 획일화된 수출구조다.
또 수출중소기업은 전체 중소기업의 2.7%로, 독일(11.3%)과 네덜란드(10.1%) 등 선진국에 비해 형편없이 낮다. 이마저도 대부분의 수출규모가 100만달러 이하(82.7%)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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