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의 고집과 불통을 보여준다.
극우 성향에 막말을 서슴지 않던 그가 대통령 인수위 대변인으로 선정됐을 때 야당 뿐 아니라 여당인 새누리당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왔지만, 박 대통령은 이를 다 묵살했다.
윤 전 대변인이 인수위에서 기행을 벌일 때도 대변인 교체 목소리는 높아졌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이마저도 무시하고 그를 청와대 대변인까지 데려갔다.
결국 박 대통령은 주변의 충고에 귀를 막고 고집을 부리면서 많은 것을 잃었다는 평가다.
▲ '성추행'으로 기억된 朴 첫 방미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처음으로 미국을 다녀오면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친분을 쌓았고 미 상하원 합동 회의에서 연설을 하는 등 미국에 좋은 이미지를 남겼다.
이 과정에서 최대 우방인 미국으로부터 공식적으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한 지지를 얻었다.
미국 기업들로부터 3억8000만달러, 우리 돈으로 4200억원 정도의 투자 약속도 받아왔다.
그러나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으로 박 대통령의 방미 성과는 묻혀버렸다.
국민들의 눈과 귀는 박 대통령의 성과보다 윤 전 대변인이 일거수 일투족에 더 쏠려 있다.
박 대통령의 첫 방미 일정은 ‘윤창중 성추행 방미’로 기억되는 치욕을 겪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사진=청와대 자료사진)
▲ 여성 인권 못챙긴 여성 대통령
박 대통령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서 여성 인권을 강화시켜줄 것이란 기대를 받았다.
특히 공약으로 내세운 ‘4대악 근절’에도 ‘성폭력’을 명시했다.
그러나 청와대 고위 관료이면서 자신의 측근인 윤 전 대변인이 성추행 사건에 휘말리면서, 박 대통령은 바로 자신 주변에서도 여성 인권 상장과 성폭력 근절을 실천하지 못하는 꼴이 됐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의 리더십과 말에 대한 신뢰성이 급락했다.
▲ 朴인사 시스템 불신 증폭
박 대통령은 ‘밀봉 인사’ 논란에 휩싸였다.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 김종훈 미래부 장관 후보자,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 등 박 대통령이 지명한 인사들은 각종 비리 의혹으로 인해 낙마했다.
그 숫자가 너무 많아 민주당으로부터 “낙마한 인사들로 축구팀을 만들 수 있다”는 조롱까지 받았다.
박 대통령은 자신의 인사에 대한 비판에 대해 “능력만 보고 뽑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임명을 고집한 윤 전 대변인이 성추행 사건을 일으키면서 박 대통령의 ‘능력 우선 인사’는 설 자리를 잃어버렸다.
박 대통령이 임명한 다른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 朴 '배신' 트라우마 더 커질까
박 대통령이 윤 전 대변인을 중용한 것은 ‘자기 사람’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었다.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심복의 배신으로 유명을 달리하면서, 박 대통령은 주변에 믿을 수 있는 사람들만 가까이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윤 전 대변인이 성추행 논란에 휘말리고 한국으로 돌아온 후의 행보는 박 대통령의 믿음을 깨트리고 있다.
청와대에서 이남기 홍보수석이 사과문까지 발표하고 ‘윤 전 대변인 개인의 실책’으로 사건을 마무리하려고 노력하는 상황에서, 윤 전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남기 수석이 귀국을 지시했다”고 폭로한 것이다.
앞으로 청와대는 야당으로부터 이번 사건을 은폐•축소 하려고 했다는 공격을 거세게 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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