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한국전쟁 당시 국가가 한강인도교를 폭파한 것에 대해 다양한 역사적 평가가 가능하더라도, 이를 위법행위로 볼 수는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0부(재판장 고영구)는 구중회씨 등 납북된 제헌국회의원 12명의 자녀와 손자·손녀 22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14일 밝혔다.
재판부는 "국가가 서울 시민들의 동요를 방지하기 위해 전시 상황을 거짓으로 알린 것과, 서울이 인민군에 의해 함락될 위기에 놓이자 한강인도교를 폭파한 것에 대해 현재의 관점에서 다양한 역사적 평가가 가능하더라도 폭파 행위가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위법행위라고 보기 어렵고, 제헌의원들의 납북 사이에 인과관계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연좌제로 피해를 입었다'는 원고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서훈을 수여하는 것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재량행위인데, 제헌의원들의 납북으로 인해 그 행적 등에 대한 공적심사가 불가능했을 것으로 보이는 사정 등에 비춰보면, 대통령이 제헌의원들을 서훈대상자로 결정하지 않은 것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아울러 "남북간의 군사적인 긴장상태가 계속되고 있고, 북한 지역에 대한 주권행사가 사실상 어려운 현실적 제약이 있다. 국가가 납북자들의 송환 및 생사확인을 위한 직무를 유기했거나 고의 또는 과실로 직무를 게을리 했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구중회 전 의원 등 제헌국회의원 12명은 1950년 6월25일 한국전쟁이 발발한 이후 북한이 서울을 점령한 같은해 6월28일부터 8월21일 사이에 서울에서 납북됐다.
인민군이 전쟁이 시작된지 하루만에 의정부시를 점령하고 서울로 진격하자. 국군은 같은해 6월28일 한강인도교를 폭파했다. 다음날 이승만 대통령은 대전으로 피신한 상황에서 라디오를 통해 '아군이 의정부를 탈환했으니 서울시민들은 안심하라'는 내용의 방송을 했다.
이후 구 전 의원 등의 가족들은 '국군은 예고 없이 한강인도교를 조기에 폭파했으며, 북한의 납북이 예상됐던 제헌의원들에 대해 아무런 피난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제헌의원들이 납북됐으니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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