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일자리 창출과 지방분권화가 새 정부의 주요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지역간 일자리 격차는 오히려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고르게 일자리를 육성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2일 산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00년대 들어 수도권과 충청권의 지역내총생산(GRDP) 성장률과 다른 시·도의 성장률 격차가 벌어지면서 '좋은 일자리'도 수도권과 충청권에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좋은 일자리의 시도별 분포>
(자료제공=산업연구원)
연구원이 2005부터 6년간 전체 취업자 증가율을 분석한 결과 77.1%가 서울과 인천, 경기 등에서 이뤄졌다. 대기업 일자리도 수도권에 몰려, 같은 기간 전국의 300인 이상 대기업 종사자 76만명 중 56만명(73.7%)이 수도권에서 취직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부산과 대구, 강원, 제주 등은 상용종사자수 증가율과 임금수준이 전국 평균을 밑돌았다. 일자리의 질이 낮다는 뜻인데 고용창출에서 가장 중요한 제조업 경기가 수도권에 비해 침체됐고 고임금 직종인 지식서비스 분야의 일자리도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역에서는 경기침체와 인재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광주상공회의소 관계자는 "경기침체가 얼마나 심한지 전남은 여수 세계박람회까지 열고도 사정이 나아지지 않아 박람회를 괜히 했다는 말까지 나온다"며 "공공기관 이전 사업도 제대로 안 되고 있어 정부가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구에서 대학 졸업반인 채모(28세)씨는 "지방에서 그나마 사정이 좋다는 곳이 대구지만 몇 몇 대기업에 가는 소수를 빼고는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기 어렵다"며 "서울에 직장을 구하면 집을 걱정해야 하고 지방에 있자니 일할 데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지방 살리기를 강조했다. 오는 6월 중에는 안전행정부가 지방자치위원회를 구성해 지방분권과 지방경제를 살리기 등 다양한 현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하지만 지방경제는 계속 악화되고 있다.
제2의 도시라는 부산만 해도 최근
STX(011810) 그룹의 유동성 위기와 지역생산성 부진으로 경기가 매우 나빠졌다. 산업연구원과 고용노동부 등의 자료를 보면 2011년 기준으로 부산의 고용률은 54.4%로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 중 가장 낮았다.(세종시 제외)
정부는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 경제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영수 산업연구원 지역산업팀장은 "일자리 창출은 제조업 경기 활성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지역에 좋은 일자리를 만들려면 지역별로 특화된 제조업과 지식서비스 산업을 집중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팀장은 이어 "한 경제권에서 전후방 연관 산업과 산업인프라, 문화, 제도 등이 상호작용하는 지역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지역대학과 연구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지역의 문화와 제도가 발전하려면 지역경제가 살고 지역 고용률이 함께 올라가야 한다는 뜻이다.
지방으로 옮긴 공공기관이 해당지역 인재를 할당제로 채용해 공공부문에서 고용률을 끌어 올리자는 의견도 있다. 지방자치단체 역시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실 관계자는 "기업이 비용부담 등을 이유로 신규채용을 꺼리면 공공기관이 이를 흡수해야 한다"며 "공공기관이 지역할당제를 통해 지역 인재를 고용해 고용시장 분위기를 이끌고 필요하면 법 개정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지자체 역시 현장 맞춤형 인력 교육을 강화하고 지역 인재는 물론 수도권 인재도 지방에 정착할 수 있도록 인건비 지원과 근무여건 개선 등을 강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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