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새누리당이 국회 개회 초반 ‘경제민주화’ 이슈 선점에 나섰다.
대기업에 대한 반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친기업 정당’ 이미지를 희석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경제민주화는 새누리당이 원조”임을 강조하며 이번 국회에서 경제민주화 법안 통과에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사진=김현우 기자)
지난 4월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경제민주화 법안 추진에 대해 “과도한 대기업 때리기”라고 부정적인 인식을 나타내면서 새누리당에서는 ‘경제민주화 속도조절론’이 힘을 얻었다.
최 원내대표도 과거에는 “경제는 현실인데 너무 과도한 부담을 줘서 경제 자체가 위축이 되면 안 된다”, “기업을 죽이는 경제민주화는 반대한다”며 경제민주화 속도조절을 지지했다.
반면 이날 연설에서는 ‘경제민주화로 인한 기업 부담’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는 대기업, 중소•중견기업, 소상공인, 농민 등 모든 경제 주체가 함께 살기 위한 공정한 룰을 만드는 것이다. 경제민주화의 목표는 상생이다”라며 ‘경제민주화 속도조절론’을 ‘상생’으로 돌려 말했다.
또 그는 “최근 정치적 목적으로 편 가르기에 경제민주화를 이용하려는 시도가 있다”며 민주당의 ‘경제민주화’는 편가르기라고 폄하했다.
민주당은 김한길 대표 체제가 시작되면서 ‘을(乙)을 위한 민주당’을 표어로 정하고, 경제민주화로 ‘을’을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최 원내대표는 “경제민주화를 빌미로 우리 사회를 1:99의 대립구도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 정치적 목적을 위한 편 가르기는 우리 경제에 혼란만 초래하고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든다”며 “편 가르기 식 경제민주화는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창조경제’에서도 ‘경제민주화’를 강조했다.
최 원내대표는 “창조경제를 꽃피게 하기 위해서는 경제 생태계를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 창의적 아이디어 하나로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더 많은 수익이 창출될 수 있는 수익구조를 짜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시장을 대립적 갑을 관계가 아니라 모두가 갑이 되는 구조로 대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의 빌게이츠를 꿈꾸며 개발한 기술을 헐값에 대기업에 뺏기고, 대형 포털 업체들이 콘텐츠 제공 업체를 상대로 단가를 후려치고, 대기업이 투자 제작 배급까지 독식하는 우리 산업의 현주소”라며 “이 구조를 그대로 두고는 한국의 잡스, 저커버그, 스필버그는 탄생할 수 없다”며 대기업 규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우리 젊은 창조세대가 처한 현실은 무한경쟁, 저임금, 장시간 노동, 직업 불안정이다. 창조 세대가 정당한 대가를 받고 공정한 경쟁 속에서 마음껏 기업을 만들고 신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창조 경제 실현을 위한 정부의 역할”이라며 정부에 노동 환경 개선을 촉구했다.
뉴스타파의 조세피난처 한국인 명단 발표로 드러난 대기업•사회 지도층의 역외 탈세 혐의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약속했다.
최 원내대표는 “모 대기업이 해외에 유령 법인을 설립해 불법 비자금으로 자사 주가를 조작하고,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탈세를 시도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이러한 행위는 경제민주화라는 거창한 말을 갖다 붙일 필요도 없이 사회정의 차원에서 엄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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