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곽보연기자]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전이 새 국면을 맞았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5차례나 최종 판결을 연기한 끝에 애플이 삼성전자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결함에 따라 전세는 뒤집혀졌다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ITC는 4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올린 결정문을 통해 애플 제품이 삼성전자가 보유한 특허를 침해했다고 최종 판결했다. 이에 애플의 구형 스마트폰인 '아이폰4'와 '아이폰3GS', '아이폰3G', '아이패드32G' 등과 일부 아이패드 제품에 대해 수입금지 조치가 가능하게 됐다.
미 ITC는 지난 2011년 6월 삼성이 애플 제품을 상대로 수입 금지를 신청한 이래 3년에 걸쳐 특허 침해 여부를 판단했다. 올 1월14일 최종판정을 내리기로 했지만 5차례나 연기한 끝에 6월이 되서야 최종 판결이 나왔다.
지난 5월에는 미국 상원 의원들이 '수입 금지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서신을 ITC에 전달해 애플 감싸주기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애플의 안방인 탓에 삼성전자로서는 '텃세'를 감안할 수밖에 없었다.
◇애플의 스마트폰인 아이폰4와 아이폰3GS, 아이폰3. 이들 제품은 미국 ITC로부터 삼성의 348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최종 판정받았다.(사진=애플 홈페이지 캡쳐)
◇침해 판정된 '348 특허'란?
삼성은 그간 통신기술표준인 '644 특허'와 전화번호 누르는 방식과 관련된 '980 특허', 디지털 문서열람 및 수정기술인 '144 특허' 등 모두 4개의 특허를 애플이 침해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미 ITC는 최종적으로 필수표준특허(SEP)인 '348 특허'(특허번호 7706348)를 애플이 침해했다고 인정했다.
ITC는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판결문에서 "위원회는 애플이 삼성전자의 '348 특허' 침해를 입증한 것으로 결정했다"며 "미국 이동통신사 AT&T를 통해 공급되는 애플의 아이폰4, 아이폰3GS, 아이폰3, 아이패드 3G, 아이패드2 3G 등이 348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이어 "삼성은 미국 국내산업에도 348 특허가 존재하고 있음을 충분히 입증했다"며 "다만 (반론에 나선) 애플의 주장은 입증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문제가 된 348 특허는 3세대(G) 무선통신관련 표준특허로, CDMA의 인코딩 및 디코딩과 관련된 기술이다. 이 특허는 '제어정보 신호전송 오류 감소를 위한 신호 부호화 방법'을 다루고 있다.
◇아이폰·아이패드, 美 수입금지 될까?
미 ITC는 삼성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정한 애플 제품군에 대해 수입금지 명령을 내릴 수 있다. 해당 제품 대부분이 중국 팍스콘 공장 등 해외에서 조립돼 미국으로 역수입되고 있기 때문에 애플이 미국 기업이라 할지라도 수입금지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된 것.
하지만 애플이 ITC 판결에 대해 항소한다면 이번 건은 미국 연방법원까지 올라가게 된다. 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ITC의 수입금지 명령에 대해 60일 내로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수입금지 조처는 무산된다.
수입금지 명령이 내려진다 하더라도 애플이 볼 피해는 그렇게 크지 않다는 게 대체적 견해다. 아직까지 생산되고 있는 아이폰4를 제외하고는 해당 제품 대부분이 구형 모델이어서 애플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다.
독일 특허전문 블로그인 '포스페이턴츠'의 지적재산권 전문가 플로리안 뮐러는 "이번 판정이 구형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적용되는 것이어서 애플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했다.
◇삼성 "끝까지 지켜보겠다"..애플 "항소할 것"
삼성전자는 이번 미국 ITC 판결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신중함을 잃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이번 ITC 결정으로 애플이 삼성전자 특허를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것이 인정됐다"며 "자사의 지적재산권을 지켜 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판결을 삼성의 온전한 승리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견해도 일부 제기됐다. 오는 8월로 예정된 ITC의 또 다른 판결을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이다.
애플은 지난 2011년 7월 삼성전자 제품이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며 미 ITC에 수입금지 신청을 냈다. 이에 대해 위원회는 지난해 10월24일 삼성 제품이 애플 특허 4건을 침해했다고 예비 판정을 내리기도 했다.
이 건에 대한 최종판정이 오는 8월1일로 예정된만큼 결과를 기다려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삼성 관계자 역시 "이번 판정에 대해 섣불리 기대감을 나타내거나 평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애플은 이번 판결에 대해 항소할 계획이다. 애플은 4일(현지시간) 현지 외신에 "ITC가 기존의 예비판정을 뒤집어 유감"이라며 "항소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애플은 "미국에서 애플 제품을 이용하는 것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삼성이 전 세계 법원과 규제 당국으로부터 거절당한 전략을 쓰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각각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기한 특허침해 관련 소송 일지.(정리=곽보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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