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삼성그룹이 5일 상생협력 생태계 조성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올해 3270억원을 포함해 향후 5년간 총 1조2000억원이 투입된다.
특히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그간의 협력사에 그쳤던 지원 범위를 산업계 전반으로 넓혔다. 산업 생태계의 자생력 회복을 위한 여건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의 일환이라고 삼성 측은 설명했다.
동시에 부동의 재계 1위로서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동반성장 등 경제정책 기조에 화답하는 성격도 짙다는 분석이다. 실제 삼성은 지난달 1, 2차 방안을 통해 투자와 채용의 의지를 피력했다. 기조는 교육이었으며, 이는 이날 상생협력 실천안에도 관철됐다.
다음은 최병석 삼성전자 상생협력센터장(부사장), 원기찬 삼성전자 인사팀장(부사장)과의 일문일답이다.
◇5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상생협력 생태계 조성 프로그램' 브리핑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변하는 최병석 삼성전자 상생협력센터장(왼쪽), 원기찬 삼성전자 인사팀장(오른쪽).(사진=황민규기자)
▲당초 삼성그룹에서 유휴특허를 대대적으로 공개하겠다고 발표했었는데 이번엔 뭐가 다른가?
-삼성전자가 보유한 총 20만개의 특허 중 1752건 정도는 이미 상생포탈 등에 등록돼 있는 무상 공개 특허다. 올해부터는 이 대상특허를 더 확대한다는 뜻이다. 추가로 지난번에 보도도 됐는데 안구 인식 특허 등이 대표적인 예다. 중소기업에 관련 특허를 무상으로 기증할 계획이다.
▲상생협력 아카데미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운영되나?
-기존에도 삼성이 협력업체에 대한 교육 및 컨설팅이 있었다. 가장 큰 차이는 교육이 과거에는 1차 협력업체 중심으로 진행돼 2차 협력업체 참여는 적었다는 점이다. 앞으로는 2차 업체의 40~50%를 직접 교육하겠다. 기존에는 약 10명의 임원들이 '원포인트 레슨'처럼 자문활동을 많이 하고 있다. 이에 협력업체들이 "자문도 좋지만 개선할 여력이 없으니 직접 개선해 달라"고 요청을 해왔다. 그래서 앞으로는 200명의 임원이 적게는 한 달, 두 달, 1년까지 해당 업체에 상주하며 직접 개선까지 주도한다. 이것도 과거 1차 업체 중심으로 운영됐지만 30~40%는 2차 협력업체로 확대하겠다. 당초 1차 업체를 개선하면 2차 업체에게 전달되는 낙수효과를 기대했지만 이 부분이 미흡했다. 앞으론 바로 직접 교육을 통해 현장 개선을 주도하고 빠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삼성뿐만 아니라 다른 곳과도 거래하는 2차 협력사도 포함되나?
-물론이다. 다른 회사나 다수 회사와 거래하는 회사도 포함된다. 대한민국 산업발전에 일조하자는 차원에서 교육부터 컨설팅까지 모두 동일하게 한다.
▲이번에 발표된 내용 중 일부는 이미 삼성이 이전부터 해왔던 것들이다. 완전히 새로운 내용은 뭐가 있나? 또 1차 협력사에 비해 2차 협력사에 대한 지원 금액이 상대적으로 적은 이유는 무엇인가?
-자료에 표시된 금액은 최소한의 비용이다. 200명의 컨설팅단, 인건비만 해도 한해 8000~9000만원씩 잡으면 160억원이 된다. 교재 값, 강사 섭외비, 전기값 등 다 감안해야 한다. 최소 가이드라인으로 30~40%까진 2차로 간다. 솔직히 우리가 2차를 바로 접촉하고 교육한 적은 별로 없다. 이들이 정말 교육을 원할지 어떨지는 상황을 좀 봐야한다. 반응이 좋다면 전체의 2차 협력업체 비중이 40~50%로 높아질 수도 있다. 하반기부터 운용하며 확실한 틀을 잡을 것이다.
이전과 완전히 달라지는 건 기존과 달리 한 달에서 두 달, 최대 1년까지 협력업체 사업현장에 상주하며 개선을 주도한다는 점이다. 교육도 집합교육만 1년에 2400명하던 것을 올해는 5000명으로 늘렸다. 내년은 15000명까지 예상한다. 하루짜리가 아니라 일주일짜리 등 실전교육으로 깊이 들어간다. 세무, 노동법, 판로개척, 영업, 수출 등 종합적으로 지원한다. 대부분 1~2차 협력업체들이 국내 중심으로 활동해왔는데 앞으로는 해외 수출, 영업지원도 교육 과정 만들고 지원하겠다.
그동안 삼성은 상생과 관련해 1차 협력사 중심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최근 1차보다는 2차, 3차 협력사까지 넓혀 산업 생태계를 건강하게 키우자는 수요가 강하기 때문에 그런 쪽에 부응해야겠다는 측면에서 기획했다.
최근 채용박람회를 했는데 채용된 인력들에 대해 과거 같으면 외부에 위탁 교육한다. 아카데미가 완공될 경우 질 좋은 환경에서 교육할 수 있다. 지금까지 하던 것들을 보다 광범위하고 깊이 있게 실행한다는 차원으로 보면 되겠다.
▲특허 공개의 경우 개발자가 내용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단순히 이전한다고 활용도가 높아질까?
-의외로 특허가 필요한 사람들은 스스로 판단해 알 수 있다. 상생 포탈에 등록해 놨다. 필요한 사람은 누구든 쓸 수 있다. 다만 최근에 하도급법 등 강화로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탈취하는 부분을 걱정하는데 그리 중요한 부분이 아니다. 삼성은 대중소기업협력재단을 통해 총 43개 회사에 84건의 기술을 임치했다. 그런 식으로 전달하려고 하지, 협력업체 기술을 빼앗을 우려는 없다.
▲채용과 관련한 지원은 어떤 것이 있나? 창업 인큐베이터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
-최근 협력업체 취업 박람회가 있었다. 청소년들을 비롯해 구직을 원하는 사람들의 진로 상담과 필요하면 전문 교육, 구직을 알선하는 등의 지원을 했다. 이같은 박람회를 분기별로 한번씩 진행할 예정이다. 한 번에 4400명 정도 채용 알선 효과를 가져왔으니 분기별로가면 1만명이다. 젊은이들이 중소기업을 기피하지만 좋은 곳도 있다.
창업 인큐베이터의 경우 우선 좋은 아이디어를 사업화하고 세무 문제 등 어려운 사안에 대해 지원한다. 기업이 일정 규모에 이르기 전에는 세무, 인사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우리가 필요한 부분을 지원할 계획이다. 기술지원재단과 함께 펀딩하는 구조도 생각하고 있다. 5000평 규모로 건립되는 아카데미의 경우 3000평은 교육장, 1000평은 창업자를 위한 공간, 1000평 협력업체들이 워크샵을 진행할 수 있는 장소 등으로 제공한다.
▲이번 프로그램 얼마나 기대하고 어느 정도나 성과가 날 것으로 보는가?
-객관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교육이나 컨설팅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2~3년 지나야한다. 우리는 삼성이 이런걸 발표할 때 1~2년하고 마는 게 아니라 최소한 10년 이상 하겠다는 계획으로 잡은 거다. 3~4년이면 효과 나올 거다. 1차 협력업체 780개, 2차가 3400개 정도 될 듯싶다. 이들 중 800개~1000개의 중소기업만 건강해져도 한국 중소기업 경쟁력이 상승한다고 본다. 우리도 혜택을 받는다. 또 다른 나라에 수출도 하고 그러면 국가 전체의 경제력, 국민소득이 높아질 기회다. 2년만 지나도 효과가 나타날 거라고 자신한다.
▲1차 협력사들을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키우겠다는 구체적 방안은?
-지난 2010년 10월에 그룹에서 상생협력 방향을 설명하며 7개 방향을 발표했다. 1개가 글로벌 강소기업, 즉 자기가 납품하고 있는 인더스트리에서 글로벌 탑5에 드는 기업을 2011~2015년 사이에 50개 만들겠다는 취지였다. 그래서 2011년부터 작업을 시작해서 작년까지 총 14개 회사가 글로벌 강소기업에 1차 선정됐다.
남아있던 업체 중에서 선정되지 않은 업체들은 현재 39개사 정도가 있다. 올해 강하게 지원을 해서 또 금년에 강소기업에 선정될 거다. 강력한 의지가 있어야한다. CEO의 마인드가 본업에 충실해야한다. 기술적 역량, 재무적 역량 등을 판단한다. 전문 교수 집단의 까다로운 심사 과정을 거쳐 결정된다.
▲3차 협력업체에 대한 지원방안은?
-조사를 해보니 1, 2차 업체들이 3차 업체들 목록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어떤 업체들은 자기 밑에 협력업체가 몇 개인지도 잘 모른다. 시간이 굉장히 걸리는 작업이다.
▲전통시장 지원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가장 먼저 할 것은 전통시장에 큰 모니터판을 설치해 전통시장 내 주요 콘텐츠를 설명하는 일이다. 광고는 삼성SDS가 전담해서 한다. 올해 시범사로 서울 마천 중앙시장 등이 선정됐다. 통상 대형 쇼핑몰과 달리 전통시장에 가면 뭐가 제일 유명한지 잘 모른다. 그런 것들을 콘텐츠 만들어서 삼성SDS, 삼성전자 직원들이 재능기부로 탑재한 광고판을 마천 시장부터 설치할거다. ICT 매니저를 육성하는 이유는 우리가 플랫폼은 지원하지만 5~10년 계속 해줄 순 없다. 추천을 받아서 각 시장에 전문가를 양성을 시켜놓으면 나중엔 스스로 할 수 있게끔 된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