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리모델링, 고비용 대안..한계도 '노출'
'高비용 리모델링' 대안 '부상'..방향 제시 수준
투자보단 주거환경 개선 목적..인식 개선도 필요
2013-06-10 16:43:31 2013-06-10 16:46:40
[뉴스토마토 최봄이기자] "주택시장이 돈 많이 들이는 리모델링을 못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지 않습니까. 적은 비용 부담으로 필요한 부분만 고쳐 쓸 수 있도록 한 것이 맞춤형 리모델링인데, 앞으로 정부가 해야할 일이 많습니다."(윤영선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정부가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과 함께 맞춤형 리모델링도 적극 지원할 방침이지만 구체적인 지원책이 없으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 일고 있다. 
 
맞춤형 리모델링은 배수시설 교체, 주차장·승강기 신설 등 필요한 불편사항만 선택적으로 개선하는 리모델링의 한 종류다. 사업비 부담으로 수직증축 리모델링 추진이 어려운 단지들이 주거환경을 개선할 수 있도록 선택지를 다양화한다는 취지다.
 
◇필요한 것만 선택해 리모델링..사업비 부담 줄여
 
맞춤형 리모델링은 급·배수 시설이나 마감재를 교체하는 수선형 리모델링부터 필로티, 거실 전용면적 확장 등을 부분적으로 선택하는 증축형 리모델링까지 포괄한다. 복도식을 계단식으로 변경하면서 전용면적을 늘리고, 커뮤니티 시설을 신설하는 '대수선+확장형' 개조도 가능하다.
 
뼈대만 남기고 새 아파트를 만드는 획일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방식의 리모델링이 가능토록 한 것이다. 비용은 어떤 항목을 얼마나 포함시키느냐에 따라 증감하는데, 불필요한 부분을 빼 사업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맞춤형 리모델링 유형(자료=국토교통부)
 
국토교통부가 6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면철거 방식으로 전용 96㎡(29평) 아파트를 132㎡(40평)로 증축하는 데 가구당 1억8000만원에서 2억원 정도 소요된다.
 
반면 맞춤형 리모델링 방식을 선택하면 추가 분담금을 절반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전용 85㎡ 주택을 대상으로 ▲주차장 증설 ▲설비교체 ▲에너지 절약형 수선 ▲발코니 확장 ▲화장실 증설 ▲방 추가를 선택하면 호당 1억500만원을 부담하게 된다.
 
◇맞춤형 리모델링 예산 단가(자료=국토교통부)
 
김기훈 국토교통부 주택정비과 사무관은 "계산 방식에 따라 단가가 달라질 수 있어 100%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실제 적용 사례를 바탕으로 불편사항별 단가를 산정하고 있다"며 "이달 안에 예상 단가와 유형별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는 맞춤형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해 지자체별 지원센터를 설치하고 전용 85㎡ 이하 주택의 리모델링 공사비를 국민주택기금 융자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윤 연구위원은 "정부가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허용했음에도 사업비 부담에 추진하지 못하는 단지들이 훨씬 많을 것"이라며 "이들 단지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으로 마련한 것이 맞춤형 리모델링"이라고 설명했다.
 
◇활성화 '미지수'..주민들, 관심 가질까
 
문제는 맞춤형 리모델링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데다 주민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유인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맞춤형 리모델링은 박원순식 재건축·재개발 출구전략과 같이 적은 비용으로 주거환경을 개선한다는 취지인데 리모델링을 진행하는 목적은 결국 아파트의 가치(가격)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세입자 비중이 50%에 달하는 상황에서 집주인들의 동의를 모으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선임연구원도 "'투자'보다는 '수선'의 개념이 강한 맞춤형 리모델링에 주민들이 큰 관심을 갖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의 경험 부족 문제도 제시됐다. 차정윤 한국리모델링협회 사무처장은 "맞춤형 리모델링이 활성화된 싱가포르는 공공아파트 비중이 높은 곳으로 공공부문이 리모델링을 주도한다는 점에서 우리 주택시장 환경과 다르다"며 "우리 민간 건설사들은 맞춤형 리모델링 관련 경험이 부족해 단기간 활성화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자보단 아파트 장수명화 일환.."정부 할일 많아"
 
이에 반해 고비용 개발사업이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는 주택시장 환경에 따라 맞춤형 리모델링이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 사무관은 "주택경기가 좋았던 과거에는 재산가치 상승을 기대하고 리모델링을 하는 경우가 많았고 맞춤형 리모델링에 대한 관심은 없었다"며 "하지만 지금의 주택시장 환경에서는 리모델링으로 반드시 집값이 뛴다고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가 나서 실수요자들의 주거환경 개선, 아파트 장수명화의 일환으로 맞춤형 리모델링을 활성화한다는 것.
 
이를 위해선 지자체 주도로 이뤄지는 주거환경관리사업 등에 준하는 정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윤 연구위원은 "도입 초기 단계인 만큼 건설사와 주민들의 인식 전환을 위해 금융, 조세 부문의 구체적인 인센티브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며 "'맞춤형 리모델링 활성화' 방향을 제시한 정부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아보인다"고 덧붙였다.
 
(사진=최봄이 기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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