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소공인 애환의 현장, 절망속에 움트는 '희망'
2013-06-11 20:33:24 2013-06-11 20:36:26
[뉴스토마토 이 보 라 기자] 앵커: 시청자 여러분, 소공인을 아십니까? 종업원 수 10인 미만의 제조업을 일컫는데요. 이런 소공인이 정책의 사각지대에서 힘겹게 불황의 파고를 넘고 있다고 합니다. 산업부 이보라 기자가 삼주에 걸쳐 도심 속 소공인 네개 업종을 현장 취재했습니다.
 
이 기자, 도심형 제조업 현장을 심층취재했다고요? 먼저 소공인이라는 개념이 생소한데요? 어떤 것인가요?
 
기자:네,소상공인에 대한 용어는 많이 들어보셧을텐데요. 소공인은 앞에서 말씀하셨듯이 종업원 10인 미만 제조업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상공인에 대한 지원책은 많지만 정작 소공인에 대한 정책은 미비하다는 점에 착안해 기획취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흔히 도심형 제조업이라 불리는 금속, 의류봉제, 귀금속가공, 인쇄업 네가지 업종의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문래동과 신도림동 일대의 금속가공업, 종로구 창신동의 의류봉제업, 종로3가의 귀금속가공업, 중구 을지로 일대의 인쇄업까지 현장을 찾아 업계 종사자들의 현실을 들여다보고 애로사항을 들어봤습니다.
 
앵커: 네 그렇군요. 현장에서는 주로 무엇을 애로사항으로 꼽고 있습니까? 경기가 안 좋아서 힘들것 같은데요. 어려운 점이 무엇입니까?
 
기자: 역시 가장 큰 문제는 국내경기가 침체되어 일감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작년보다 최소 30%이상 매출이 줄었다는 반응입니다. 업종과 무관하게 '이런 불경기는 처음'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는데요.
 
또 다른 어려움으로는 신규인력 유입이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3D 업종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요즘 사람들이 전혀 배우려고 하지 않아 사람 구하기가 가장 힘들다는 겁니다. 물론 기계 발달로 대체되는 부분도 있겠지만 손기술이 필요한 분야가 분명히 있습니다.
 
귀금속 가공업이 바로 그러한 분야입니다. 귀금속 가공업은 완성까지 사람 손을 거치지 않는 보석이 없을 정도로 사람의 손재주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업종입니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귀금속 가공업이나, 인쇄업, 의류봉제업 등에 신규 인력이 전혀 없어 기술의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이밖에도 어음결제관행, 납품단가 인하, 열악한 작업환경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앵커: 업계 종사자들의 공통적인 의견이 있었나요? 정책적으로 필요한 부분이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도심에 위치한 제조업이다보니 이들에게는 임대료 부담이 큰데요. 때문에 정부에서 아파트형 공장을 만들어 줄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민간자본 형식이 아닌 정부가 어느 정도 보조를 해 임대료가 저렴한 형식으로 말입니다. 지금 주택가에 자리잡아 열악한 곳으로 인식되는 이런 영세공장들이 아파트형 공장으로 정리된다면 이미지도 쇄신돼 결국 신규 인력까지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입니다.
 
정부의 소공인 현장에 대한 환경개선사업이나, 소공인대학같은 교육 프로그램 역시 단기적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히 진행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나왔습니다.
 
고무적인 것은 중소기업청이 지난 5월 그간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왔던 소공인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로 하고, 소공인 밀집지역6곳에 소공인 특화지원센터를 설치하고 있습니다. 소공인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책을 펼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앵커: 자체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려는 움직임도 있다구요? 협동조합을 만들어 공동사업을 벌이거나 관광사업과 연계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면서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입니까?
 
현실은 박약했지만 절망만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각 업종에서 자체적으로 왜곡된 유통구조를 바로잡고 노동환경을 개선하려는 자체적인 움직임으로 분주한 모습이었습니다.
 
의류봉제업의 경우 협동조합을 설립해 공동매장을 열고 유통구조를 바꾸는데 의욕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인쇄조합은 사회적 기업인 '네모'를 세워, 인터넷으로 주문을 받고 공동센터를 이용해 인쇄를 하는 식으로 수익을 내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일자리까지 창출한다는 야심찬 계획입니다. 귀금속업 역시 주변에 위치한 유네스코유산인 종묘와 인사동 등의 관광객을 유치하는 '주얼리 공방거리 조성'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열악하고 어려운 현실이지만 스스로 바꾸지 않으면 도태되고 만다는 위기의식 아래 각 조합은 똘똘 뭉치고 있습니다.
 
앵커: 모든 업종의 현장에 다녀왔고,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을 것 같은데요. 이 기자. 현장을 다녀와보니 어떤가요?
 
기자: 좌절과 희망이 매 순간 교차되는 곳이 소상공인의 현장이었습니다. 삶은 그 어느 때보다 척박했지만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애환이 깃들인 이곳에서 제품 하나하나에 마지막 숨결을 불어넣는 듯 보였습니다.
 
이제 이들에게 우리사회가 다가설 때입니다. 새 정부는 중기 정부를 표방하며 정책 대안을 내놓겠다 선언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손을 뻗기에는 너무나도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정책이 좌지우지되면서 기조와 방향은 갈 곳을 잃었습니다.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 일색입니다.
 
경제계 역시 각성해야 합니다. 자본력을 앞세운 약육강식 앞에 장인정신은 설 자리를 잃었습니다. 손끝마다 매달린 이들의 땀방울이 오늘날 우리경제를 만든 근간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갑을 관행에 대한 반성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장인정신에 대한 존중으로 이어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제 이들의 처진 어깨를 우리사회가 보듬어 안을 때입니다. 소상공인은 우리 모두의 어제이며, 오늘이고, 또 내일입니다. 이들의 한숨이 더 이상의 눈물이 되지 않도록 따뜻한 격려가 필요해 보입니다. 특히 학력만을 존중하며 기술을 경시하는 우리의 싸늘한 눈길도 거둬들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네. 소상공인이 활짝 웃을 수 있는 내일을 기대해보겠습니다. 이보라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