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위기의 아베,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
2013-06-17 20:09:35 2013-06-18 07:39:19
[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앵커: 최근 일본 금융시장이 연일 급격한 변동을 보이고 있는데요, 이와 관련해 아베 총리의 경제정책, 이른바 아베노믹스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 맞느냐는 회의론이 일고 있습니다. 오늘 이시간 국제부 김진양 기자와 아베노믹스의 실체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김기자, 작년 말 이후 아베노믹스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려왔는데요, 아베노믹스가 무엇을 의미하는 건가요?
 
기자: 네, 아베노믹스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 성장 정책을 일컫는 말입니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중의원 선거 당시 20년 가까이 이어진 디플레이션을 극복하고 일본의 실질 성장률을 2%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다시 말해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활력을 되찾겠다는 것인데요, 구체적으로는 대규모 양적완화를 핵심으로하는 금융정책, 사회자본 확충을 핵심으로하는 재정정책, 기업투자 확대를 유도하기 위한 성장정책 등 세가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를 일본의 한 고사에 빗대 '세개의 화살'로 지칭하기도 합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 아베노믹스에 어떤 문제가 생겼다는 것인가요?
 
기자: 네, 아베노믹스에 대한 의구심이 짙어진 것은 지난달 23일 일본 증시가 7% 넘게 폭락하면서 였습니다. 일본의 국채 금리가 상승하며 증시 조정의 빌미를 제공했는데요, 일각에서는 지난 6개월간 숨가쁘게 달려온 증시가 잠시 쉬어가는 것이라고 보기도 했지만 아베노믹스의 부작용이 나타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다수를 차지했습니다.
 
무서울 것 없이 질주하던 엔저 기조에도 제동이 걸렸습니다. 한달 여만에 달러 당 100엔 아래로 내려온 엔화는 지난주 한 때 93엔까지 추락하기도 했습니다.
 
가장 큰 문제가 됐던 것은 국채 금리 상승에 따른 재정 건전성 악화입니다. 현재 일본의 국가 부채는 국내총생산의 240%에 이르고 있는데요, 지난 4월 초 사상 최저 수준인 0.45%까지 내렸던 금리가 1%에 육박하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자 투자자들은 유럽의 재정위기를 상기시키며 불안한 속내를 내보인 것입니다.
 
올해 초 13조엔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포함한 재정정책은 일본의 부채 부담 우려를 더욱 높이고 있습니다. 공공 사업 재원을 신규 국채 발행을 통해 마련키로 했기 때문입니다.
 
앵커: 실물경제도 아직까지는 뚜렷한 개선점을 찾지 못했다고요?
 
네, 엔저의 가속화로 기업들의 실적은 점차 개선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일본의 대표 전자기업인 소니가 5년만에 흑자 전환했고, 세계 최대 자동차 메이커인 도요타가 240%의 놀라운 성장세를 보인 것입니다.
 
그럼에도 무역 수지는 10개월째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요, 이는 오일쇼크로 유가가 급등했던 1979년 7월에서 1980년 8월 이후 가장 긴 흐름입니다.
 
지난 4월의 경우로 살펴보면, 수출은 전년 동기대비 3.8% 증가한데 반해 수입은 9.4%나 늘어났습니다. 엔화 약세가 수출 경쟁력을 높여주지만 수입 물가 역시 높이기 때문입니다. 오는 수요일 공개되는 5월의 무역수지 역시 수출보다는 수입의 증가폭이 더 클 것으로 예상돼 적자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물가 역시도 그렇다할 개선점을 보이고 있지 않습니다. 2년안에 2%까지 물가를 끌어올리겠다는 일본은행의 약속과는 달리, 일본의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는 6개월째 마이너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앵커: 경제를 살리기위해 막대한 자금을 시장에 쏟아붓고는 있지만 그만큼 효과가 나지 않는 다는 거네요, 마치 미국이 금융위기의 여파에서 벗어나기 위해 양적완화에 나서는 것이 연상되는데요, 미국 경제는 점차 살아나고 있지 않나요?
 
기자: 네, 우선 미국의 양적완화와 일본의 아베노믹스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아베노믹스가 90년대에 시행했던 금융완화의 새 버전이란 것인데요, 전문가들은 당시 일본이 과감하고 빠른 대응에 나서지 못해 10년이 넘는 경기 불황에 빠졌다고 진단했습니다. 경제의 거품이 꺼지면서 불안한 가계와 기업들은 정부의 공공지출 확대에도 소비와 투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반면 미국은 위기 초반 자금을 집중 살포하는 공격적인 행보에 나섰습니다. 이에 힘입어 미국은 가계와 금융 부문의 부실이 점차 아물며 정상 수준의 경제성장을 위한 발판을 다지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아베노믹스가 실패한 정책이라고 보는 것인가요?
 
기자: 아직까지는 아베노믹스에대해서 성공이다, 실패다, 이렇게 판단을 하기에는 조금 이른 감이 있습니다. 오랜 기간 침체됐던 일본 경제가 단순히 통화정책이나 재정정책에 기대 단기간에 회복하는 것 자체가 애초에 불가능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아베노믹스의 성공 열쇠로 실물경제의 회복과 진정한 구조개혁을 꼽았습니다.
 
쉽게 말해 물가를 끌어올리려면 소비자들의 소득 수준이 높아져야 하고, 또 이를 위해서는 기업들이 임금을 높여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적이 한번 개선됐다고 임금을 바로 인상시킬 수 없듯이 장기적인 관점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또 규제 완화와 노동시장 개혁 등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주문하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앵커: 네,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20년에서 살아날 수 있을 지 반짝 효과에 그칠지는 좀 더 시간을 갖고 지켜봐야 겠군요. 김기자 오늘 내용 잘 들었습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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