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위권 3개구단 현·실·분·석)①한화, 총체적 난국..끝모를 추락
2013-06-26 17:22:23 2013-06-26 17:25:23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최근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비상(飛上)캠페인, 당신이 이글스의 날개입니다'라는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한화는 이번 캠페인에 대해 "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팬들의 의견을 경청해 구단과 팬이 소통하는 취지로 시행하게 됐다"며 "팬들에게 사랑받는 구단으로 거듭나려는 캠페인"이라고 의미를 말한다.
 
그렇지만 팬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팬들은 '비상'의 의미가 '날아오른다'는 '비상(飛上)'이 아닌 '위급한 상황'이란 의미의 '비상(非常)' 혹은 '독성 치료제' 중 하나인 '비상(碑霜)'이라며 비꼰다. 팬들은 "팬들에게 비상(碑霜)을 먹인 것과 같은 상황으로, 구단은 현재 비상(非常)"이라고 말한다. 좋은 취지의 캠페인도 최악의 성적 앞에서 무위가 되는 현재 한화의 상황을 보여주는 최근의 상징적 사례이다.
 
실제로 한화의 성적은 비상(非常)이다. 최근 5연패를 겪은 한화는 2할대 승률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한때 '그들만의 리그'라며 함께 묶였던 신생팀 NC와도 6경기나 차이가 나는 꼴찌다. '한국시리즈 통산 9회 우승'의 명장을 모셔왔고, 퓨처스(2군) 팀을 위해 새로운 구장을 지었지만, 아무 효과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총체적인 난국이다.
  
◇모든 수치가 최악
 
한화의 위기는 순위와 승률만 살펴도 확연하다. 한화는 25일 현재 61경기를 치러 17승 1무 43패를 기록해 승률이 2할대(2할8푼3리)다.
 
아직 시즌의 반환점을 돌지 않은 시점이긴 하지만 역대 시즌 성적을 보면 한화의 승률(2할8푼3리)보다 저조한 시즌을 보냈던 팀은 오로지 3개팀 뿐이다. 한국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의 삼미 슈퍼스타즈가 1할8푼8리(15승65패)라는 불멸의 승률을 기록한 이후로, 구단 해체 직전인 1999년 당시의 쌍방울 레이더스(2할2푼4리·28승7무97패)와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던 2002년의 롯데 자이언츠(2할6푼5리·35승1무97패)가 전부다. 한화의 저조한 성적을 방증하는 수치다.
 
당장 지난해와 비교해도 한화 성적표는 많이 나빠졌다. 지난해 61경기를 치렀을 당시 한화의 성적표는 승률 4할3리(25승1무37패)다. 지난해 최종 성적은 4할8리(53승77패3무)다. 지금에 비해 1할 이상 승률이 높다.
 
세부 데이터를 봐도 '한화의 성적이 나쁘다'는 명제는 달라지지 않는다. 26일 현재 ▲팀 평균자책점 1위(5.84) ▲팀 피안타 1위(622) ▲팀 피홈런 1위(45) ▲팀 타율 9위(2할5푼7리) ▲팀 득점 9위(217) ▲팀 안타 8위(525) ▲팀 홈런 9위(20) ▲팀 루타 9위(690) ▲팀 타점 9위(200) ▲팀 도루 9위(34) ▲역전패 횟수 2위(17) 등이다. 살펴보면 살펴볼 수록 한화는 비참해질 뿐이다. 공격도, 수비도, 마운드도, 벤치도 모조리 총체적 난국이다. 선수들의 부상까지 속출하고 있다.
 
◇실제 경기 내용은 더욱 답답하다
 
'패배'란 기록과 이로 인한 순위 변동은 어떤 패배일 지라도 차이가 없다. 하지만 관중 입장에서는 경기 내용에 있어 '아쉽게 패해 다음 경기에 희망을 가질 수 있는 패배'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한화에게 그런 석패를 찾기는 쉽지 않다.
 
한화는 올시즌 17회의 역전패를 당했다. 신생팀 NC(19회)에 이어서 두번째다. 반면 역전승은 고작 9번이다. 허무하게 패하며 관중들을 아쉽게 하는 경기가 많았다는 의미다.
 
이달 첫 경기인 NC 상대 1일 경기가 대표적 사례다. 한화의 선발 윤근영은 이날 1~5회를 아무 실점없이 막고 타선은 1회부터 3득점해 전날의 '7-2' 패배를 설욕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6회 1사 이후로 윤근영이 안승민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자 김응용 감독은 투수를 안승민으로 바꿨고 이 때부터 대량실점이 시작됐다. 결국 한화는 6회 2점, 7회 2점, 9회 4점을 건네주면서 '8-3' 역전패했다.
 
13일 LG와의 경기에서는 한화가 안타 14개를 치면서 LG(10안타(1홈런))에 비해서 주자의 출루가 잦았지만, 잔루가 무려 13개나 됐다. 1·6회 2사 만루, 2·3회 2사 1, 2루, 5회 2사 1, 3루, 8회 1사 2루 등 점수를 뽑을 찬스를 모두 날렸기 때문이다. 삼진, 땅볼, 뜬공에 견제사까지 이닝을 종료하는 방법은 다양했다. 9회에 무사 만루의 찬스를 만들어 겨우 1점을 뽑으며 영패를 면한 상황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이같은 한화의 모습은 불안한 마운드, 걱정되는 내야수비, 찬스가 찾아오면 침묵하는 타선의 결합이 낳은 참사다. '백전노장' 김응용 감독이 왔지만 지난해에 비해서 더 나쁘다. 
 
◇6월25일 현재 한화 이글스의 상대 전적.
 
◇혹시 만약에 NC가 없었더라면..
 
한화와 경기했던 8개 구단과의 전적을 보면 한숨은 더욱 심각해진다. 17승 중 6승이 한 팀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누구나 예상하는 것처럼 올시즌 1군무대에 최초로 오른 NC다.
 
한화는 NC를 제외한 모든 구단에 열세다. 상위 4개 팀과 치렀던 경기에서 한화는 4승(삼성 1승5패, 넥센 1승4패, LG 1승7패, KIA 1승 7패)만 거뒀을 뿐이다.
 
NC에게는 6승3패로 우세다. 만약 NC와의 경기를 제외하면 승률은 2할8푼3리(17승1무43패)에서 2할1푼5리(11승1무40패)로 추락한다. 3할은 물론 2할의 붕괴까지 우려된다.
 
문제는 NC를 상대로 거둔 승리도 결코 미소를 짓기에 힘들다는 점이다. 지난 4월16~18일 열린 NC와의 3연전에서 한화는 13연패 탈출을 목적으로 기용 가능한 투수를 모두 동원하는 '한국시리즈 최종전'과 흡사한 마운드 운영을 펼쳤다. 다음 3연전 이후 4일간 휴식 기간을 갖는 일정상 가능했던 일이지만, '굉장한' 마운드 운용이었다.
 
당시 한화는 3연전 중 2번째 경기인 17일 경기에 선발투수 3명(대나 이브랜드·김혁민·유창식)을 모조리 마운드에 올렸고, 현재는 선발인 안승민을 비롯한 5명의 투수를 17~18일 이틀 연속 선보이며 총력전을 진행했다. 심지어 송창식은 NC와의 3연전에 모두 등판하며 5.2이닝을 던져 3세이브를 기록했다.
 
한화의 NC전에 있어 최대 고민은 NC의 전력이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화 상대의 경기에서도 예외는 없다. NC는 한화와의 3연전에서 처음에는 3패를 거뒀지만 이후 1승2패(5.7~5.9), 2승1패(5.31~6.2)로 점점 좋아지고 있다. 다음 3연전인 오는 8월2~4일 경기에서 NC가 3승을 거둘 것이라는 농담이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 이유다.
 
◇리빌딩은 제대로 될 수 있을까?
 
아직 시즌이 절반도 지나지 않긴 했지만 한화에게는 리빌딩이란 단어가 결코 어색하지 않다. 한화의 현재 상황에 "'어차피 우승(은 커녕 가을야구 출전)이 어려운 팀이면' 미래를 위해서 이제는 리빌딩을 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말은 틀리지 않다.
 
한화는 최근 수년간 최종 순위가 하위권에 머무른 탓에 전국의 좋은 선수를 긁어모았다. 입단 3년차 이내 선수만 살펴도 '7억 황금팔'로 불리는 좌완투수 유창식을 필두로 강경학(내야수), 나성용(포수·이상 2011 지명), 하주석(내야수), 임기영(투수), 최우석(투수·이상 2012 지명), 조지훈(투수), 김강래(투수), 한승택(포수), 이충호(투수), 조정원(내야수·이상 2013 지명) 등이 한화의 유니폼을 입었다.
 
게다가 한화는 트레이드 상대로 상대팀 유망주도 영입했다. 장성호의 트레이드 상대로 주목받은 송창현(투수·롯데 2013 지명)이 대표적 선수다.
 
한화는 수년간 저조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2009·2010·2012년에는 꼴찌인 8위를, 2011년에는 6위를 차지했다. 치열하게 싸우다가 추락한 것도 아니다. 올해를 포함한 최근 5년간 시즌 초반부터 하위권이었고, 지난 4년간 결코 하반기에는 상위권으로 오르지 못했다. 전문가와 팬들 모두 올해라고 팀이 달라질 보장도 없다고 본다. 시즌이 이제 절반도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리빌딩이 논의되는 이유다.
 
주전 선수층이 약한 한화는 시즌 초부터 신인 선수들을 적극 기용하며 변화를 추구했다. 하지만 무릎 인대를 다친 한승민(4월19일)에 이어 빈번한 타박상과 통증으로 곤혹을 겪는 유창식까지 한화의 유력한 주니어급 선수들은 몸이 성치 않다. 
 
멀쩡한 선수들은 기량이 부족해서 등판도 하지 못하고 있다. 2013년 2차지명으로 선발한 선수이지만 제구를 잡지 못해서 퓨처스리그(2군)도 나오지 못하는 김강래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매년 미뤄오던 혹은 더디게 진행되던 리빌딩을 이제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9개팀이 겨뤄서 4개팀이 가을에 야구하는 국내야구 특성상 벌써부터 올해 시즌을 포기하고 리빌딩에만 전념하는 결정은 쉽지 않겠지만, 시즌을 포기하건 아니건 리빌딩은 반드시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막내 NC에게도 6경기차로 밀려나는 현재 상황에서 한화는 더 떨어질 곳이 없다. 멈추지 않는 참패 행진에 한화 선수단에 대해 리빌딩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점점 커져가고 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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