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수신료 인상 '불똥' 국정원과 종편으로 튀나?
KBS 국정원 편파보도 논란에 수신료 인상 정당성 희석
'종편 살리기' 방안이라는 의혹도 제기
2013-06-28 18:10:26 2013-06-28 18:13:16
[뉴스토마토 조아름기자] KBS가 추진하는 TV수신료 인상안의 '불똥'이 편파보도 논란과 종합편성채널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KBS가 국정원의 선거 개입 문제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북방한계선(NLL) 발언 의혹,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논란을 편파적으로 다룬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KBS가 공영방송의 책무는 뒷전이고 수신료만 올려달라 한다'는 비판이 재현된 것이다.
 
여기에 수신료 인상에 따른 KBS의 광고 축소에 대한 혜택이 종편에 돌아갈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돼면서 수신료 인상의 정당성이 점차 희석되는 형국이다.
 
언론개혁시민연대(이하 언론연대)는 28일 오후 2시 KBS 본관 앞에서 KBS의 국정원 게이트 편파·왜곡 보도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어느 언론보다 공적책임이 큰 공영방송사 KBS가 편파보도에 앞장서고 있다"며 "특히 KBS는 공영방송의 책무를 망각하고 정권의 호위대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연론연대는 "국정원과 새누리당이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하며 'NLL' 공세로 국정원의 불법적인 선거 개입 사건에 대한 물타기를 시도하고 있는데도 진실을 밝혀야 할 언론들은 되레 진실을 가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며 라고 "특히 KBS는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을 축소, 은폐하고 NLL 논란을 키우는 데 혈안이 돼 있다"고 비판했다.
 
전날에는 22개 언론시민단체들이 언론계 선언을 발표하고 "소위 공영방송이라고 하는 매체가 권력 눈치보기와 코드 맞추기에만 혈안이 돼 있다”며 “KBS는 국정원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과 수사결과 발표 등 도저히 보도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만 소극적으로 보도하는 행태를 보였다"고 밝혔다.
 
실제로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정원 선거개입에 대한 검찰수사가 진행된 4월 26일부터 이번달 14일까지 50여일간 KBS의 관련보도는 15건에 그쳤다. 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발언 논란이 다시 불거진 지난 19일부터 단 일주일간 KBS는 단신을 포함해 16건의 보도를 쏟아냈다.
 
(자료=민주언론시민연합)
 
KBS의 편파보도에 대한 논란은 그대로 TV수신료 문제와 결부돼 인상 반대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민언련은 지난 21일 성명을 내고 "KBS는 수신료 인상을 거론하기 전에 언론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부터 제대로 해야한다"며 "공영방송의 본래 모습을 되찾으려는 노력이 선행되기 전에는 수신료 인상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BS 내부에서조차 같은 지적이 나온다.
 
지난 26일 KBS 야당 추천 이사들은 "보도 공정성과 제작의 자율성을 제도화해 공영방송으로서 어떻게 대국민 서비스를 강화할 것인지 명확한 해답을 내놓은 후에 수신료 인상을 논하는 것이 순리"라며 일방적인 수신료 인상 논의에는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KBS 보도가 정부와 여권에 편향됐다는 논란에 또 다시 휩싸인 상황에서 수신료 인상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KBS 노동조합도 "<KBS뉴스>가 국정원에 대한 검찰 수사를 보도하지 않고 NLL 이슈를 확산하여 의도적으로 보도를 회피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수신료 인상안을 두고 KBS 광고 축소가 종합편성채널들의 광고시장을 키우기 위한 것이란 의혹도 제기된다.
 
학계는 수신료 인상에 따른 광고비 이전 효과를 5800억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주정민 전남대 교수와 이영주 서울과기대 교수는 지난 4월 열린 심포지엄에서 "광고비 이전 효과는 대부분 방송매체, 특히 지상파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방송계에서는 수신료 인상의 혜택이 종편에 집중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는 "종편이 재정적으로 힘든 상황이라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며 "사실상 지상파 광고 시장이 포화에 이른 상황에서 종편이 혜택을 보게 될 가능성이 높지 않겠냐"고 말했다.
 
양문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도 27일 ‘TV 매체비평 10년, 성과와 전망’ 심포지엄에 참석해 '방통위가 종편을 구하려 TV 수신료 인상을 추진한다'는 우려를 의식해 "TV 수신료를 올린다면 그 만큼 국민이 향유할 수 있는 방송서비스의 질도 올라가야 한다"며 "다른 미디어 살려줄려고 광고를 삭감하는 것은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