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아름기자] 주요 방송사의 국가정보원의 불법 선거 개입에 대한 보도가 중단되거나 축소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적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MBC와 YTN의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에 대한 보도가 외압에 의해 중단된 데 대해 “언론 통제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지탄의 목소리가 높다.
26일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합, 한국기자협회 등 22개 언론단체들은 서울 프레스 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언론계 선언을 발표했다.
◇22개 언론관련단체들이 26일 서울 프레스 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조아름기자)
이들은 “KBS는 국정원 정치 개입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소극적으로 보도하고 KBS는 관련 아이템을 통째로 삭제했다”며 “소위 공영방송이라고 하는 매체들이 권력 눈치보기와 코드 맞추기에만 혈안이 돼있다”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또 “국정원 직원이 보도국 회의 내용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YTN 기자에게 압력을 행사한 것은 회사 안에 정권의 끄나풀이 있거나 불법 사찰이 행해졌다는 의심을 불러 일으킨다”며 “언론은 민주주의의 수호자로 복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3일 MBC 시사 프로그램 <시사매거진 2580>은 예고까지 나간 국정원 관련 꼭지가 통째로 사라진 채 정해진 시간보다 10여분 이상 일찍 끝나는 등 파행으로 방송됐다. 이날 예정돼 있던 ‘국정원에서 무슨 일이’ 편에서는 검찰의 국정원에 대한 수사 결과 발표 내용과 국정원,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반론, 각 쟁점별 논란 등을 담을 예정이었다.
<시사매거진 2580> 소속 기자들에 따르면 심원택 시사제작2부장이 해당 기사에 대해 수차례 수정을 지시하고 결국은 “편향된 검찰이 정치적 의도로 편파 수사를 했다는 점을 기자가 지적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방을 지시했다. 심 부장은 “이번 사건은 전·현직 국정원 직원과 민주당이 결탁한 더러운 정치공작이고 검찰 수사 결과도 믿을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20일 YTN에서도 ‘국정원 SNS, 정치 개입’ 단독 보도의 방송이 갑자기 중단됐다. YTN은 이날 새벽부터 국정원이 운영한 것으로 의심되는 SNS계정이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비방글 2만건을 작성했다는 내용의 뉴스를 방송했지만 10시 뉴스를 마지막으로 해당 리포트가 돌연 사라졌다.
더 큰 문제는 보도국에서 방송 중단 지시가 내려지기도 전에 취재기자에게 국정원 관계자가 전화를 걸어와 국정원 입장 반영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당시 국정원 관계자는 “보도국 회의에서도 기사 내용이 어렵고 애매하다는 지적이 있었고 과연 단독으로 볼 수 있냐는 질문이 나왔다”며 “곧 보도국장에게 국정원 입장이 전달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YTN 노동조합은 “국정원이 어떻게 보도국 회의내용을 알 수 있었는가”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며 “이는 명백한 언론통제이며 민주주의 유린행위”라고 비판했다. 이홍렬 YTN보도국장은 “어느 간부도 보도국 회의 내용을 국정원 간부에게 전해준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논란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야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25일 성명을 내고 일련의 사태에 대해 “이것이 방송 장악이 아니라면 무엇이 방송장악인가”라며 “100% 불법이 확인된 국정원의 대통령 선거 개입에 대한 방송의 보도가 하나둘 폐기되는 사건이야말로 '보이지 않는 손의 방송 장악' 말고는 달리 설명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이날 박근혜 대통령과 정홍원 국무총리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보장해 줄 것을 촉구했다. 최 의원은 "대통령이 약속했던 언론의 공정성과 독립성이 훼손돼 언론장악으로까지 비춰지고 있다"며 "박근혜 정부의 방송장악이 시작됐다는 오해를 씻기 위해서라도 대통령께서 국정원장과 보도지침을 하달한 국정원 직원을 엄중히 문책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인 민주당 박영선 의원도 “YTN과 MBC의 보도 통제는 유신 시절과 다름 없다”며 “이 문제를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에서 국정원 기사 통편집 문제를 안건으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해당 아이템을 취재한 기자의 의견청취를 통해 정확한 진상을 파악하고, 김종국 시장, 백종문 편성제작본부장 등을 출석시켜 관련자 문책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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