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혼 끝내자" 통보받고 몰래 혼인신고..혼인취소 사유"
법원 "사실혼 관계더라도 일방적인 혼인신고는 무효"
2013-07-05 08:00:00 2013-07-05 08:00:00
 
 
[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회계사 A씨(43)는 결혼정보업체 소개로 B씨(36·여)를 만나 서둘러 결혼식을 올렸다. 그런데 B씨는 신혼여행 직후부터 A씨의 여자관계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A씨가 지인들과 술자리를 가지는 일이 있으면 계속 전화를 해 일찍 집에 오라고 매번 재촉했다.
 
A씨에 대한 B씨의 의심은 그 뿐만이 아니었다. B씨는 점심식사를 누구와 먹었는지 A씨를 추궁했고, 밤늦은 시간인데도 식사한 상대방에게 확인전화까지 했다.
 
게다가 B씨는 A씨 몰래 휴대전화 위치추적서비스를 신청해 B씨를 감시했다. A씨는 사촌여동생과 통화했다는 B씨의 말도 믿지 않고, 사촌여동생에게 이를 직접 확인하기도 했다.
 
B씨의 잦은 의심을 참다 못한 A씨는 결국 결혼 10개월만에 B씨에게 헤어지자고 말했다.
 
이들이 결혼할 당시 신혼집은 A씨가 2억3000만원의 임차보증금을 들여 장만했던 터라, A씨는 신혼집에서 B씨가 나가줄 것을 바라며 잠시 형의 집에 머무르기로 했다. 
 
그런데 A씨와 이혼할 의사가 없었던 B씨는 A씨에게 외로움을 호소하며 사과하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다. 이에 A씨가 '이달 말까지 짐정리를 하는 걸로 알겠다'는 등 차가운 태도를 보이자 B씨는 A씨 몰래 신혼집의 임차보증금 2억30000만원을 중도금으로 해 대출을 받아 총 4억9백만원으로 신혼집을 샀다. 또 자신의 명의로 소유권을 이전했다.
 
급기야 B씨는 A씨 모르게 일방적으로 구청을 찾아 혼인신고를 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된 A씨는 B씨를 사문서위조 등 혐의 등으로 고소했고, '사실혼 관계를 청산하기로 한 상태에서 B씨가 몰래한 혼인신고는 무효'라며 혼인취소 소송을 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3부(재판장 김귀옥)는 "비록 사실혼관계에 있는 당사자 일방이 혼인신고를 한 경우에도, 상대방에게 혼인신고가 결여됐다고 인정된다면 그 혼인은 무효에 해당한다"라며 A씨와 B씨의 혼인이 무효라고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이어 "잦은 의심과 간섭으로 부부관계의 신뢰를 깨 사실혼의 파탄 책임이 있는데다 몰래 혼인신고를 한 B씨는 A씨에게 1000만원의 위자료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사실혼 관계의 파탄 경위, 재산형성에 대한 기여도 등을 고려해 "B씨는 A씨에게 아파트 시세 4억2000만원의 55%인 2억3000만원을 재산분할금으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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