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세연기자] 새로운 기업공개(IPO) 방안으로 코넥스 시장이 떠오른 가운데 지난해부터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 우회상장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이 제기되고 있다.
우회상장은 비상장기업이 직접적인 IPO를 통해 상장심사나 공모주 청약 등을 거치지 않고 유가증권이나 코스닥 시장내 상장된 기업을 인수해 상장하는 것이다.
코넥스와 마찬가지로 신규상장에 나서기는 어렵지만 성장성이 높은 기업에게 주식 시장의 상장의 기회를 제공해 쉽게 자본 조달이 가능토록해 성장과 가치를 높이게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하지만 급속히 늘어나던 우회상장 시장이 질적심사제도가 강화된 2011년이후 급속히 위축된 점을 감안하면 코넥스 시장이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는 분석이다.
9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이후 국내증시에 우회상장을 통해 상장한 기업은 총 25곳에 달한다.
지난 2006년 26곳이던 우회상장 기업은 2008년과 2009년 각각 30곳과 32곳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질적심사가 강화된 이후 2011년에는 5곳에 그쳤고 지난해부터는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막대한 분식회계와 경영진의 부실 등을 이유로 네오세미테크와 엑스로드, 샤인시스템 등 우회상장 이후 퇴출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상장심사 기준을 높인 것이 결정적이었다.
정부는 지난 2010년 12월 상장규정 시행세칙 개정안을 통해 양적심사 위주에서 합병과 스왑 등에 대한 질적심사를 강화했다.
대표적인 우회상장 기업으로는 코스닥 시가총액 1위기업인
셀트리온(068270)이 있다. 상장 당시 까다로운 규정상 정식 코스닥 상장이 여의치 않게 되자 2008년 오알켐을 통해 우회상장했다.
업계에서는 우회상장 기업들의 경우, 일부 함량미달 기업들의 부실이 우회상장 기업 전반의 가치를 평가절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010년이후 우회상장을 통해 거래를 지속하느 20곳의 지난해말 대비 6월말까지의 상반기 주가 등락률을 비교한 결과, 상반기 주가가 오른 곳은 10곳으로 평균 36.45% 상승세를 나타냈다.
주가가 하락했던 10곳의 평균인 20.20%보다 15%포인트 이상 높은 수준이다.
◇ 2010년이후 우회상장기업 2013년 상반기 주가 수익률
업계 관계자들은 "우회상장의 기준이 강화된 이후 대부분 상장을 준비했던 성장성 높은 중소 기술기업들의 참여가 저조했기 때문"이라며 "일부 제도상 맹점을 이용한 일부 부도덕한 기업들의 잘못이 시장 전체에서 부정적인 꼬리표를 남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회상장 기업 관계자는 "코넥스처럼 한 때 성장성 높은 기업의 당연한 성장 수순으로 여겨졌던 우회상장이 변질된 것은 결국 기업 스스로의 문제일 수 있다"면서도 "시장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우회상장을 준비하거나 나서는 기업의 내실이 나쁘지 않은 만큼 새로운 가능성으로 시장 활성화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코넥스 시장이란 새로운 카드를 꺼내기 보다는 우회상장의 상장 요건의 현실화와 함께 실제 제도상의 미비점 정비하는 편이 훨씬 경제적이란 진단도 나왔다.
또 다른 우회상장 기업 최고 경영자도 "실제 우회상장을 통해 높은 성장성과 성과를 나타낸 기업들을 간과해선 안될 것"이라며 "코넥스 시장이 결국 우회상장 기업의 새로운 창구가 될 수 있겠지만, 새로운 제도인 만큼 우회상장이 도입됐던 당시만큼의 우려가 나타날 수 도 있지 않겠냐"고 꼬집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우회상장은 제도 자체만을 놓고 볼 때 시장 경제체제에 가장 적합한 방법중 하나"라면서도 "새로운 기업공개 방안인 코넥스를 성공시키기 위해 우회상장이나 스팩(SPAC) 등에서 간과했던 객관적 평가와 당국의 사후관리, 참여기업의 투명한 기업운용 등을 이끌 수 있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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