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30대그룹 가운데 6개 그룹이 연초 약속했던 투자계획보다 축소할 것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연초 계획보다 채용이 줄어들 것이라는 그룹사도 4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30대그룹은 지난 4월 개최된 정부와의 간담회에서 올해 148조8000억원을 투자하고, 12만8000명을 채용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보다 투자와 채용을 각각 7.7%, 1.5% 늘린다고 밝혔지만, 불과 석 달 만에 지키지 못할 허언이 됐다.
9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 발표 기준 자산 상위 30대 그룹을 대상으로 하반기 투자·고용 환경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투자를 연초 계획보다 축소한 그룹이 6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 투자 계획을 그대로 실행할 것이라는 그룹은 23개사였고, 당초 계획보다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 그룹은 1곳에 그쳤다.
투자가 연초 계획보다 축소되는 이유로는 ‘자금조달 애로(2개 그룹)’, ‘국내외 경제여건 악화(2개 그룹)’, ‘투자관련 규제완화 미흡(1개 그룹)’, ‘내부사정(1개 그룹)’ 등이 지적됐다.
현재 30대 그룹이 직면하고 있는 경영상 어려움은 ‘채산성 악화(33.3%)’, ‘내수판매 부진(20.0%)’, ‘자금부족(10.0%)’, ‘생산비용 증가(10.0%)’, ‘수출애로(6.7%)’ 등이 꼽혔다.
올해 신규 채용을 연초 계획보다 줄이겠다는 기업도 4개 그룹이나 됐다. 반면 연초 계획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힌 그룹은 23곳, 계획보다 확대하겠다고 밝힌 그룹은 3곳에 그쳤다.
고졸 채용은 연초 계획 수준이 23곳, 계획보다 확대된 그룹은 2곳이었다. 연초 계획보다 축소된 그룹도 5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0대그룹은 하반기 투자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경제변수로 대내외 경기 변동성을 지적했다. 30대그룹의 43.8%는 ‘세계경기 회복 여부’를 가장 많이 꼽았고, 이어 ‘국내경기 개선 여부(40.6%)’, ‘자금확보(9.4%)'의 순이었다.
비경제 변수로는 ‘경제민주화 입법(36.7%)’, ‘대기업 대상 조사 강화(23.4%)’, ‘반 대기업 정서(10.0%)’, ‘갑을관계 논란(10.0%)’ 등이 꼽혔다. 정치권과 여론의 경제민주화 요구에 대한 부담이 짙었다.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이 도입될 경우 현재 및 미래 투자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부정적 기류가 강했다.
10개 그룹은 "현재 추진 중인 투자 프로젝트에는 영향이 없으나 신규 중장기 미래 투자계획 수립에 어려움이 발생할 것"으로 답했고, 나머지 10개 그룹은 "현재 추진 중인 투자 프로젝트 및 신규 중장기 미래 투자계획 수립에 어려움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10개 그룹은 "투자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업투자 활성화를 위한 우선 정책과제로는 ‘신중한 경제민주화 입법(35.3%)’를 가장 많이 지적했다. 이어 ‘내수경기 활성화(32.4%)’, ‘신성장동력 확보(14.7%)’, ‘유연한 고용제도 구축(5.9%) 등의 순이었다.
연초 계획보다 신규채용을 축소하는 이유로 4개 그룹 모두 "업황 불황" 탓으로 돌렸다.
이와 반대로 연초 계획보다 신규채용을 확대하는 3개 그룹은 "경기상황에 관계없이 미래의 인재확보 차원"이라고 답했다. 일부 대기업은 경기상황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우수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상시적으로 채용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국회에서 논의 중인 노사 관련 쟁점 법안에 대해서는 응답기업의 40.4%가 '60세 정년 연장 의무화'가 신규 채용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했다. ‘정리해고 요건 강화(23.1%)’, ‘비정규직 규제 강화(9.6%)’, ‘파견법 개정(7.7%)’ 등도 신규 채용의 걸림돌로 지적됐다.
배상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국내외 경기 상황이 좋지 않아 30대그룹 중 일부 그룹이 투자와 고용을 계획대로 집행하지 못할 전망"이라면서 "기업이 투자·고용을 계획대로 집행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경제 활성화 조치를 취하고, 국회에서는 경제민주화 입법을 신중히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재계가 그간 투자와 일자리를 내걸며 경제민주화에 반기를 든 것을 감안하면 스스로 경제위기를 자초했다는 지적으로부터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투자와 일자리 위축은 관련산업 위축, 가계 악화, 내수 부진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연결고리라는 점에서 재벌그룹들이 곳간을 걸어 잠근 것에 대한 질타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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