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곽보연기자] "저는 삼성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다만 방법이…"
대표적 재벌개혁론자로 꼽히는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이 삼성그룹 전 계열사 사장단 앞에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삼성은 17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정례 수요사장단 회의에 파격적인 강연 연사를 초청했다. 경제민주화를 선두에서 주창했던 김 교수를 초청해 '경제민주화와 삼성'을 주제로 강연을 들은 것이다.
김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보수의 진화와 진보의 위기 ▲경제민주화의 정의 ▲경제민주화의 과제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삼성의 미래 등 모두 5가지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김 교수는 먼저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가 시대정신으로 떠오르면서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일정한 선을 넘었다"며 "우리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는 경제민주화에 대해 기대와 함께 우려도 존재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합리적으로 경제민주화 규율 체계를 만들 수 있는지, 또 효과적으로 경제민주화 법안을 집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며 "거대 담론만으로는 세상을 변화시킬 수 없다"고 현 정부의 경제민주화 노선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경제민주화의 과제를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경제민주화를 얘기하면 대부분 재벌개혁을 이야기한다"며 "재벌개혁은 경제민주화의 출발점이 될 수는 있지만 최종적 과제는 '양극화의 해소'"라고 경제민주화의 본질과 목적을 다시 한 번 강조하기도 했다.
김 교수가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를 설명하는 대목에서 "사익 편취나 불공정 행위에 대한 제재 위주로만 흘러가고 있다"며 "현 정부의 경제민주화 정책은 절반정도 수준에 머물렀다"고 지적하자, 정기영 삼성경제연구소장은 "기업 입장에서는 (현 정부의 경제민주화도) 이미 많이 나갔다고 본다"고 말해 생각의 차이를 드러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삼성의 미래'에 대해 제언을 하나 하고 싶다"며 "앞으로 리더십을 입증 받으려면 삼성은 열린 공간으로 나와서 사회와 소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삼성이 뛰어난 경영성과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평가와 비판이 함께 존재하지 않느냐"며 삼성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지적했다.
한때 삼성공화국으로까지 불리며 시장권력으로 자리했던 삼성이 후계구도, 불산사태, 불법파견 등 제기되고 있는 사회적 지적에 대해 겸허히 수용하고, 본연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성찰해야 한다는 주문이기도 했다.
이날 연사로 김 교수를 초청한 것과 관련해 이인용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은 "우리와 생각이 다른 분들의 이야기를 열린 자세로 들어야겠다는 생각에서 초청했다"며 "김 교수 역시 기업 입장에서 다르게 생각할 수 있겠다고 이해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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