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정의 펀드톡)찰떡궁합 펀드 찾기 ①과거 3년을 캐물어라
2013-07-22 07:00:00 2013-07-22 07:00:00
[뉴스토마토 한은정기자] 사주카페 단골인 제 친구는 '궁합이 안 좋다'는 점쟁이의 말을 듣고 고민하다 끝내 애인과 헤어졌습니다.
 
저도 애인과 궁합이 안 좋을까봐 고민한 적이 있는데요. 하지만 제 오랜(?) 연애 경험 끝에 '찰떡궁합이란 신이 정하는게 아니라 나와 상대방의 성격이 잘 맞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점쟁이가 봐준 궁합이 아무리 좋더라도, 상대방 마음도 제대로 모르는 답답이와의 연애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거든요.
 
투자자와 펀드간에도 궁합이 있는데요. 나의 투자성향과 맞는 '똑똑이 펀드'가 있는가 하면, 내 속을 까맣게 태우는 '답답이 펀드'도 있을 거예요.
 
세상의 절반이 이성이라지만 그들 중 자신의 마음을 잘 아는 상대방을 만나야 행복해지듯이, 수만개의 펀드 중 자신과 가장 잘 맞는 펀드를 찾아낸다면 재테크 행복도는 높아질겁니다.
 
찰떡궁합 펀드를 찾을 때에는 여러 요소들을 생각해야 하는데, 오늘은 우리가 펀드를 고를때 1순위로 두는 '수익률'을 통해 찰떡궁합 찾는법을 보겠습니다.
 
어떤 펀드에 가입할지 고민이던 은정이는 수익률이 좋은 A펀드를 선택했는데요. 증시가 활황이던 때 A펀드가 수익률 순위에서 상위권을 독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은정이가 이 펀드에 가입하는 순간 증시가 조금씩 부진해지기 시작하더니, 불황기에 접어들면서 펀드 수익률은 거의 바닥까지 내려가버렸습니다. 손실을 내고 환매한 이후, 코스피지수가 2000포인트 넘게 오른 시점에 다시 보니 이 펀드가 또 수익률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은정이는 또 그 펀드에 가입하러 증권사에 찾아갑니다. 우리나라 펀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고, 우리 역시 이같은 희생양이 될 지도 모릅니다.
 
그럼 펀드 수익률은 어떻게 봐야하고, 어떻게 투자의 잣대로 활용해야 할까요? 먼저 은정이가 선택학 A펀드의 성과를 볼까요?
 
(자료=미래에셋자산운용 블로그)
 
이번에는 B펀드의 성적도 확인하겠습니다.
 
(자료=미래에셋자산운용 블로그)
 
2003년부터 2007년까지 5년간 이 두 펀드의 누적수익률은 각각 154.21%와 155.01%로 큰 차이가 없습니다. 은정이가 선택한 A펀드는 잘할땐 6등도하고 9등도 했다가 못할땐 73등도 했습니다. 들쭉날쭉 성적입니다.
 
B펀드는 대체로 20위권을 꾸준하게 유지했는데요. 잘할때도 20등, 못할때도 34등으로 등수에 큰 차이가 없습니다.
 
이처럼 5년 수익률이 비슷하다면 어떤 펀드를 골라야 할까요? 문제는 과거 수익률 모니터링 기간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펀드를 보는 시각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겁니다.
 
A펀드와 B펀드의 2007년 수익률을 봤더니, A펀드는 50.19%로 6등, B펀드는 43.19%로 28등을 했기에, 은정이는 망설임없이 A펀드에 투자했습니다. 그런데 1년이 지난후 2008년에 수익률을 보니 A펀드는 -19.37%의 수익률로 69등으로 밀렸고, B펀드는 -14.24%의 수익률로 9등으로 뛰었습니다.
 
은정이는 투자하기 전 과거 1년의 수익률로 판단을 한건데요. 물론 펀드의 투자 스타일이 시장상황과 맞아떨어지면 시장대비 초과 수익을 한번에 낼 수 있습니다. 아마 A펀드는 그런 상황이었을텐데요. 5년간의 수익률을 쭉 들여다보면 A펀드는 2년마다 높은 성과를 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 최근 1년의 수익률만 보고 나에게 맞는 펀드를 골라내는 것은 너무 짧은 시간입니다.
 
물론 수익률이 높은 펀드가 좋겠지만, 투자자의 성향과 투자기간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거죠. 만약 단기간 투자하려고 했는데, 타이밍을 잘못맞춰 A펀드처럼 수익률 등락이 큰 펀드에 투자한다면 손실을 입을 가능성도 커지는 겁니다.
 
B펀드는 A펀드에 비해 수익률이 깡충 뛸 가능성도 적지만, 언제 들어가더라도 수익률이 땅으로 꺼질 가능성도 낮으니 걱정을 한 시름 덜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보통 3년 이상 성과를 보고 펀드를 고르라고 하는데요. 경기는 보통 3~5년 주기로 계속 움직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흐름을 읽으려면 3년 정도는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떤 펀드라도 이 기간동안 부진한 흐름을 계속 보였다면 그 펀드는 과감히 선택에서 제외해도 좋습니다.
 
또 알아둬야 할 건, 운용 실적을 보라는 건 무조건 플러스 수익이 났는지 확인하라는 게 아니라 벤치마크 대비 수익률을 보는 일도 중요하다는 겁니다. 벤치마크란 모든 운용사가 가지고 있는 '수익 목표' 또는 '기준 수익률'이니, 운용사가 처음 목표했던 수익률을 잘 달성했는지 보여줄테니까요.
 
그런데 만약 그 3년간 운용 실적이 좋았다면 이제 오를 만큼 오른 펀드가 아닐까 걱정도 되실텐데요. 내가 들어가는 순간 이 펀드의 수익률이 뚝뚝 떨어지는 불행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어떡하죠?
 
맞습니다. 과거의 실적은 과거의 일일 뿐이에요. 과거 실적이 미래의 실적을 보장하는 건 아닙니다. 그렇지만 과거 실적이 좋은 펀드가 앞으로도 좋을 가능성이 크겠죠.
 
애인의 과거는 너무 따지지 마세요. 궁합을 보기도 전에 지쳐 도망갈지도 모르니까요. 하지만 내게 맞는 찰떡궁합 펀드를 찾기 위해서는 펀드의 과거 운용 실적을 반드시 확인해봐야 합니다. 과거 3~5년 정도를 보면 충분합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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