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일본의 대표적 간장 제조사인 기꼬만식품은 40년간 지켜오던 고집을 최근 꺾었다. 반백년 동안 1ℓ 용량의 간장을 주력상품으로 만들었지만 얼마전 이를 750㎖로 줄인 것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일본에서 1인 가구가 급증함에 따라 한 사람이 먹기 편하고 보관하기도 쉬운 간장을 찾는 소비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1인 가구가 빠르게 늘어나는 가운데 시장도 발 빠르게 나홀로족을 겨냥한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으며 '솔로경제'가 새로운 소비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나홀로족을 가리키는 용어도 수십가지에 이른다. 글루미족, 더피족, 소라족, 신디스족, 싱펫족, 스완족, 쌔씨족, 젯셋족, 코쿤족, 피트족 등 솔로경제를 지탱하는 나홀로족들은 나름의 소비형태가 있다.
솔로경제는 기존 상품과 서비스에서 양과 가격을 반으로 줄이는 등 소형과 효율을 특징으로 삼는다. 하지만 그만큼 인간적인 유대관계와 정은 줄어든다는 지적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폼나는 싱글라이프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외로운 홀로서기라는 것이다.
◇1인 가구 시대의 다양한 족(族)
23일 산업연구원과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06년 기준 국내 민간 소비규모(487조원) 대비 3.3%(16조원)였던 1인 가구 소비는 2010년 11.1%(60조원)까지 늘었다.
특히 2010년 기준 월평균 소비지출 규모는 4인 가구가 68만1000원인데 비해 1인 가구가 그보다 많은 88만8000원을 썼으며, 이 역시도 2030년에는 119만8000원까지 오를 전망이다. 말 그대로 나홀로족이 소비시장의 큰손으로 등장한 셈이다.
실제로 이미 1인 가구가 보편화된 유럽이나 일본 등에서는 이들의 생활에 최적화된 제품만 따로 생산할 정도로 나홀로족이 확고한 소비주체로 자리 잡았다.
나홀로족의 소비경향은 무엇일까. 안신현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1인 가구는 주거공간과 시간, 소득이 제한돼 자원을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며 "시공간 제한을 극복하고 독립성과 개인주의를 반영한 소형, 효율, 안전, 나 중심의 경향이 짙다"고 분석했다.
◇1인 가구 특성과 소비경향(자료제공=삼성경제연구소)
이를 가장 빨리 반영하는 곳은 주택시장이다. 지난달 국토교통부는 '공공주택 업무처리지침'을 개정해 공공분양주택은 60㎡ 이하로 공급하고 국민임대주택은 건설 가구 수의 30% 이상을 원룸형으로 하는 등 1인 가구를 위한 맞춤형 주거정책을 지원하기로 했다.
건설업계서도
대우건설(047040)이 인출식 빨래건조대와 빌트인 냉동냉장고, 천장형 온도조절기 등을 갖춘 30㎡ 규모의 오피스텔을 짓는 등 도시형 소형주택 붐이 한창이다.
번거로운 요리를 꺼리는 나홀로족의 성향에 따라 소포장·용량 식품과 완전·반 조리 식품시장이 크게 성장하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1인 가구를 겨냥한 소포장 가공식품(사진제공=뉴스토마토)
서정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식품업체의 가정 간편식 개발과 대형마트·편의점의 PB상품 출시 등으로 가공식품 시장이 급성장했다"며 "2011년 즉석밥 매출은 전년대비 34.7% 늘었고, 2012년 편의점 소포장 반찬 매출은 53%나 올랐다"고 설명했다.
안전과 나 중심의 1인 가구 소비경향은 경제적·정서적 안정을 보장하는 금융·서비스 상품 출시로도 이어진다. 안신현 연구원은 "노후를 대비한 연금상품 판매액이 급증하는 등 자산을 평생 월급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금융상품이 늘었다"며 "자기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는 건강·미용 투자와 이를 대상으로 한 여가·문화시장도 성장중"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1인 가구 소비시장 확대는 사회적으로 고립된 나홀로족을 더 외롭게 만들기 때문에 가족형태 변화를 인정하는 가운데 유대를 강화할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연구원 관계자는 "1인 가구는 식생활 등 생활여건이 불규칙하고 사회적으로 고립돼 신체·정신적 질병에 약하다"며 "혼자사는 성인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우울증 비율이 80% 이상 높았다"고 경고했다.
이 관계자는 또 "1인 가구용 상품에 익숙해지면 가족과 친구과의 사회생활에서 힘들어질 수 있다"며 "개인 취향에 따라 혼자 살더라도 지역이나 인터넷으로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고 유대관계를 쌓으려는 노력과 이를 지원하는 정책들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최근 유럽과 일본 등에서는 독립된 원룸보다 개인시설과 공동시설을 함께 갖춘 코하우징(Co-housing)이나 쉐어하우스(Share house)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코하우징(Co-housing) 건축단면도(자료제공=www.wsetbro.com)
김종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유럽과 일본은 개인 공간을 보장하되 거실과 부엌 등을 공유하는 코하우징으로 주거문제를 해결하고 심리적 안정도 찾는다"며 "소득 대비 지출 비중이 큰 나홀로족은 생활비와 주거유지비도 아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혼자 밥먹는 사람들을 연결하고 공동 식탁을 마련해 주는 최근 소셜다이닝서비스 등이 인기를 얻고 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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