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물놀이 사고' 배상, 법원 판단은 어떻게?
2013-07-25 08:31:55 2013-07-25 08:35:00
 
[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여름 휴가철에 물놀이 사고를 당했을 경우, 하천 등을 관리하는 지자체나 야외·조립식 수영장 관리자 등 업체를 상대로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법원은 사고를 당한 피해자 본인의 부주의, 관리시설의 하자 여부 등을 따져 책임의 비중을 다르게 책정하고 있다. 물놀이 사고에 대한 법원의 판례를 모아봤다.
 
◇"래프팅시, '심장질환' 알리지 않은 이용자도 30% 책임"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법원은 래프팅을 타기 전에 자신이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지 여부를 알리지 않은 이용자에게도 30%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9월 서울고법은 숨진 김모씨의 유족 이모씨 등이 래프팅 업체 A사와 보험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A사 등은 86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평소 심장질환을 앓던 김씨가 차가운 물에 빠진 채 10여분 가량을 떠내려가면서 흥분·당황하게 돼 급성심근경색을 유발했을 것"이라며 "물속에 빠져 제대로 응급조치를 받지 못한 상태로 방치된 것도 김씨가 사망하게 된 중요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A사는 당초 김씨에게 심장질환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고, 물에 빠뜨리지 말라고 말한 김씨를 물에 빠지게 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A사 직원에게 스스로 심장질환 병력을 밝히지 않았던 김씨에게도 일부 과실이 있다"며 A사의 책임을 70%로 제한했다.
 
지난 2010년 김씨 가족은 래프팅을 하려고 강원도 영월군 소재 강가를 찾았다. 김씨는 평소 심장질환을 앓고 있었지만 가이드에게는 '물에 빠뜨리지 말아달라'는 말만 했다.
 
그런데 래프팅이 시작된 이후 가이드는 래프팅 보드를 앞뒤로 흔드는 방식으로 탑승자들을 물에 빠뜨리는 '바이킹 놀이'를 시작했고, 이때 물에 빠진 김씨는 응급조치를 제대로 받지 못한채 심장질환으로 사망했다. 당시 가이드에게는 위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응급의료기관에 구조를 요청할 수 있는 통신수단이 전혀 없어서 김씨에 대한 구조가 늦어졌다.
 
◇"보이스카우트 물놀이 사고, 행사 관련자 모두 책임"
 
보이스카우트 행사 중 물놀이 사고를 당해 초등학생이 장애를 입었을 경우 법원은 수영장 관리인과 수영장 소유주와 행사 주최측, 인솔 교사에게도 연대 책임이 있다고 봤다.
 
지난 5월 서울고법은 물놀이 사고를 당한 백모군의 가족이 한국스카우트연맹, 서울시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들은 7억6000여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물놀이 프로그램 진행을 위탁 받은 수영장 관리인 최모씨는 134명의 초등학생들이 물놀이를 하는 혼잡한 상황에서 키가 작은 백군이 성인용 풀에 들어가지 않도록 면밀히 살펴야 할 주의 의무를 게을리했고, 수영장 소유주인 H사는 최씨가 안전 관리를 철저히 하도록 지휘·감독하지 못했고, 한국스카우트연맹은 수영장 측에 사고 예방 조치를 취하도록 촉구하지 않은 과실이 있으며, 인솔 교사들은 학생들을 제대로 관찰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며 이들에게 7억6000여만원을 부담하도록 했다.
 
아울러 법원은 사고 전에도 한 차례 성인용 풀에 들어가 허우적거리다 구출됐지만 다시 성인용 풀에 들어간 백군에게도 30%의 책임이 있다고 봤다.
 
백군(당시 11세)은 초등학교 5학년이던 2009년 7월 강원 고성군 I콘도 야외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하던 중 키가 작다는 이유로 저학년 학생들과 함께 소아용 풀에서 놀게 됐지만, 친구들이 있는 성인용 풀에 들어갔다가 사고를 당해 저산소성 뇌손상 등을 입었다.
 
◇"물기 떨어진 락커룸서 미끄러져..600여만원 배상"
 
여름캠프에 참가한 초등생 여아가 혼자서 수영장 내 락커룸을 찾았다가 화장실 바닥에 있던 물기에 미끄러져 넘어져 다쳤을 경우에도 법원은 수영장의 책임을 일부 인정했다.
 
지난해 6월 서울서부지법은 정모양(사고당시 9세)이 사고를 당한 D수영장의 보험사인 H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H보험사는 59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화장실이 물놀이 시설의 실내 락커룸에 설치돼 있어 이용자들에 의해 바닥에 물기가 떨어지기 쉽고, 화장실에는 미끄럼 사고를 경고하는 안내판이나 미끄럼 방지매트 등 안전시설이 설치되지 않았다"며 "안정성을 갖추지 못한 화장실의 설치 및 관리자인 D사의 보험자인 H사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 초등생이던 정양은 인솔교사 없이 물놀이 시설 내 화장실을 이용했다"며 "미끄럼사고 등을 예방하기 위해 자녀가 인솔교사의 지시를 잘 따르도록 하는 부모의 안전교육이 미비했던 정양 측의 잘못도 있으므로 D사 측의 책임을 15%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지난 2011년 6월 강원도 홍천군 소재에서 열린 여름캠프에 참가했던 정양(사고당시 9세)은 인솔교사 없이 혼자 실내 락커룸 내에 있는 화장실을 찾았다. 이때 바닥에는 다른 이용자들이 떨어뜨린 물기가 고여 있었는데, 정양이 물기에 미끄러져 턱 주위를 크게 다쳤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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