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한승기자] "인터넷 사용자들이 원하는 기기와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콘텐츠에 접속하도록 만드는 자유가 가장 중요하다. 이 자유는 합당한 목표가 있을 경우에만 비례적(단계적)으로 저해될 수 있다"
네덜란드 시민단체인 'Bit fot Freedom'에서 활동하며 인권적 관점에서 망중립성 보호를 위한 법과 정책 등의 내용이 담긴 유럽위원회 보고서 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매티스 반 베르겐씨의 지적이다.
매티스 씨는 25일 서울 종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강당에서 열린 '망중립성과 인권 - 유럽과 한국의 논의 시각' 포럼에서 유럽 최초로 망중립성 법안이 통과된 네덜란드의 사례를 들어 망중립성과 인권의 관계에 대한 얘기를 풀어놨다.
망중립성은 모든 네트워크 사업자는 모든 콘텐츠를 동등하게 취급해야 하고 어떠한 차별을 두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매티스 씨는 망중립성에 대한 언급 전에 인터넷의 근본 원칙과 민주주의 헌법의 기본원칙이 일맥상통한다며 권력의 집중을 경계했다.
그는 "1990년대 초반 인터넷 도입 초기와 달리 10년 전부터는 아마존과 구글에 질투를느낀 인터넷 사업자들이 큰 수익을 내기 위해 콘텐츠와 네트워크 등을 모두 차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인터넷이 갖고 있는 기능적 분리, 전송 부분과 콘텐츠가 분리돼 있다는 것을 저해하는 것으로 민주주의의 권력분립의 원칙과도 통한다"고 덧붙였다.
매티스 씨는 지난 2011년 망중립성 법안이 통과된 네덜란드도 법안 통과 전에는 망중립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네덜란드 대표 이동통신사인 KPN이 패킷을 감청해 콘텐츠 속성을 파악하고 트래픽을 관리하는 심층패킷분석(DPI) 방식 사용하겠다고 밝히자 이에 대한 전국민 규탄이 이뤄졌고, 이것이 네덜란드 의회에서 망중립성 법안이 마련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아울러 인터넷 업체들이 서비스를 차단하지 않는 조건으로 사용자에게 요금을 청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훌륭한 온라인 서비스를 만들더라도 이통사에서 전송을 해주지 않거나 전송대가를 받을 수 있는데다 전송대가를 받게 될 경우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아 전혀 돈을 벌 수 없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매티스 씨는 "단순히 금전적 문제가 아니라 인터넷에 있는 민주적 설계원칙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것"이라며 "이것은 인터넷의 전송과 콘텐츠를 분리하는 원칙을 저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망중립성과 관련된 네덜란드의 이동통신법에는 '인터넷 망 사업자들은 앱과 서비스를 제공할 때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느리게 하거나 저해할 수 없다'라고 명시돼 있다.
이와 함께 ▲혼잡의 효과를 최소한으로 할 경우 ▲서비스 망과 터미널 장비의 보완이나 완전성을 보존해야 할 경우 ▲사용자 동의시 스팸을 제한하는 경우 ▲법의 명령이 있는 경우 등 4가지 조건도 달려있다.
망중립성과 관련된 인권을 지키기 위한 법안이지만 무조건적인 제약만을 두고 있진 않다.
유럽 인권재판소에서는 유럽 회원국들에게 망중립성과 관련해 재량을 펼칠 수 있는 영역을 주고 있다. 각 사업자별로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 다른 해석을 할 수 있는데 대한 유연성을 준 것이다.
네덜란드 역시 망중립성 법을 통해 인터넷 사업자들이 재량의 영역을 가질 수 있게 돼 있어 인터넷 사업자들은 어느 정도 자사의 망에 필요한 비례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매티스 씨는 이같은 비례적 조치가 필요하지만 온라인 상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망중립성이 지켜져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인터넷 사업자들은 온라인 콘텐츠나 앱을 차단하지 않는 조건으로 돈을 청구할 수 없으며 사용자들이 앱을 사용할 때 추가요금을 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인터넷 트래픽의 혼잡이 발생할 때 특정 콘텐츠나 앱에 대한 우선순위를 위해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며 "(데이터 트래픽에 대한) 근본적 처리가 잘 돼 있다면 우선순위를 주는 것이 필요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날 포럼에는 매티스 씨를 비롯해 변호사 김보라미씨, 진보네트워크 및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25일 서울 경실련 강당에서 열린 '망중립성 오픈 포럼'에서 매티스 반 베르겐(가운데)씨가 '망중립성과 인권'에 대해 견해를 밝히고 있다.(사진=이한승기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