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채권수익 한계, 해외채권이 돌파구”
이도윤 삼성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장..“하반기 신규펀드 론칭 자신감”
2013-07-29 07:55:38 2013-07-29 09:45:14
[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삼성자산운용이 글로벌 채권시장으로 눈을 돌린다. 국내 채권시장의 기대수익이 현저히 낮아진 만큼 해외채권 투자는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과거 두 자릿수 성장도, 두 자릿수 금리도 내다볼 수 없게 된 가운데 새 수익창출을 위한 해법은 해외채권에 있다는 것이다.
 
“해외채권은 앞으로 자산운용업계의 핵심 비즈니스 영역이 될 겁니다.”
 
이도윤 삼성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장(사진)은 29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해외채권 부문을 육성하려 한다. 회사차원에서의 인식도 같이 한 상태”라며 이같이 밝혔다.
 
‘저성장·저금리·고령화’라는 뚜렷한 큰 트렌드가 앞으로도 장기간 예상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관건은 후발주자 한계 극복..“역량 확대 주력”
 
해외채권 투자에 역점을 둔 선택은 너무나 당연했다고 이 본부장은 말한다.
 
무엇보다 녹록치 않은 국내 사정은 삼성자산운용이 해외채권 투자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는 가장 큰 배경이라고 했다. 국내 채권시장의 금리레벨이 역사적 저점까지 떨어진 현 상황에서는 더 이상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서다.
 
“이제 관건은 ‘후발주자’의 한계 극복입니다. 삼성 그룹사의 네트워크 활용 방안을 통한 역량 확대에 주력할 방침이죠. 운용역량을 키워 트랙레코드를 쌓은 뒤 직접 운용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펀드오브펀드’와 같은 재간접 방식만으로 직접 역량을 쌓기에는 부족함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펀드오브펀드는 펀드에 재투자해 위험을 분산하고 투자 기회를 극대화한 펀드 상품을 말한다.
 
그룹사인 삼성생명에 해외채권에 대한 경험 많은 인력이 포진해있다는 사실도 장점이다.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자문을 얻거나 직접 영입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일단 어떤 부분에 특화해 어느 국가에 치중할 지 등을 고민해나가려 합니다.”
 
신규펀드 론칭에도 자신감이 붙은 상태다. “기관투자가로 구성된 사모형 펀드는 곧 출시 예정입니다. 내년 초께 개인투자가용 리테일 시장에도 상품을 출시하려 합니다.”
 
◇한국운용 23년 ‘텃새’ 삼성운용으로 이직한 사연은
 
이 본부장은 올 1월 삼성자산운용으로 왔다. 당시 그의 이직을 놓고 채권시장의 관심이 모아지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직이 잦은 금융투자업계에서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만 23년 근무해온 사실상 ‘텃새’이기 때문이다.
 
“첫 이직인 탓에 정신이 없었죠. 낯설기도 했고요. 하지만 조직이 워낙 안정적으로 갖춰져 있어서 적응은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룹이 마침 전체적인 중장기 전략을 세우는 시기여서 현안 파악도 서두를 수 있었죠.”
 
가장 힘들었던 것은 탄력적인 방향 전환이라고 했다.
 
“항공모함의 방향 틀기는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롱(매수)·숏(매도)만 해도 그렇죠. 순식간에 해낼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기존에 없던 모델포트폴리오를 도입했습니다. 시장의 함정에 대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함이죠.”
 
전체적인 하우스 뷰를 정한 것이다. 운용역들이 모델포트폴리오의 흐름대로 움직이도록 하되 일정부분 자율권을 부여했다. 올 초 채권운용 리서치팀까지 꾸려지면서 ‘이도윤 호(號)’ 채권운용본부 항해가 시작됐다.
 
◇해외채권 운용기반 마련에 ‘분주’
 
삼성자산운용의 채권운용북(Book) 사이즈는 총 91조원. 국내 자산운용업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이 가운데 78조원 정도는 관계사, 특히 보험사 자금이다.
 
27명의 운용역은 FI운용팀과 LT(롱텀)채권운용팀, MMF팀, 채권파생팀, 채권리서치팀, 해외채권운용팀 등 6개 팀으로 나뉜다. 지난달 만든 해외채권운용팀에는 현재 3명의 인력을 뒀고 세팅해나가는 단계라고 했다.
 
“지난달 한국은행과 외국계 증권사에서 해외채권 운용 경험이 풍부한 운용역을 영입했습니다. 확실한 해외채권 기반 마련을 위해 현재 적극적으로 내·외부 영입 작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자금 규모가 크고 계열사인 보험사 자금을 다루다보니 장기적인 시장을 고민할 수 있고 운용역의 능력 또한 한껏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라는 설명이다. 주로 단기적 관점에서 운용하는 타 운용사와는 달리 긴 안목으로 시장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과의 접점을 찾기도 수월하다는 것이다.
 
“삼성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가 아니면 하기 힘든 고민이죠.”
 
◇채권시장은 ‘터닝포인트’..“당분간 저평 채권에 초점둬야”
 
지금 채권시장은 터닝포인트 시점이라고 이 본부장은 짚었다. 수년간 떨어지던 금리가 오르는 추세로 바뀌는 변곡점이라는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작은 이벤트에도 시장 출렁임은 커지기 마련입니다. 연말이면 금리가 다시금 오르다가 내년 예상치에 따라 속도조절을 할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당장 ‘강세 끝, 약세 시작’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큰 방향 전환은 분명하지만 당분간 과도한 충격에 놀랐던 부분이 다시 진정되는 상황이 전개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제 핵심은 저평가된 채권발굴에 초점을 두는 것이라고 했다.
 
“금리 방향성에 베팅할 시기는 아니라는 겁니다. 당분간 이어질 횡보세를 감안해서 올 가을까지는 금리 상승 리스크를 대비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개인 투자자를 위한 투자 팁도 제시했다.
 
“길게 본 채권수익은 안정성 그 자체입니다. 기본적으로 자산 포트폴리오의 든든한 한 축이 될 수 있죠. 만기금액이라는 것은 어차피 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입시점에 있어서도 너무 얽매일 필요는 없습니다. 하이브리드 상품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어요. 최근의 하이브리드 채권 상품은 장기간 투자할 수 있으면서 수익에 민감한 가입자들을 위해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다주는 상품이기 때문이죠.”
 
다만 연말 금리가 오른다는 점을 감안해 단기상품 수익이 우위에 있을 것으로 진단했다. 순수채권형의 경우 당분간 단기물 채권상품에 대한 투자는 고려해보되, 장기투자는 연말 이후 또는 내년 초에 검토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평가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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