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은정기자] "유전펀드는 매분기마다 꾸준하게 현금을 안겨주는 펀드입니다. 부동산으로 치면 오피스텔에 투자해 월세수입을 얻는 것과 같죠. 리먼사태 이후 현금과 배당형 상품에 대한 니즈가 많이 늘었는데, 유전펀드는 이런 투자자들의 니즈와 맞는 상품입니다."
김지훈 한국투자신탁운용 실물자산운용본부 자원운용팀 팀장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공모형 유전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펀드매니저다.
유전펀드는 유전 광구에 투자해 원유를 생산·판매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수익금을 배당하는 펀드로, 최근 저금리 기조로 배당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주목받고 있다.
최근 유가상승도 유전펀드의 인기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유전펀드, 만기보유시 수익률 200% 목표"
김 팀장은 지난 2006년 국내 최초로 선보인 '베트남 15-1 유전펀드'를 비롯해, 현재는 작년 출시된 '앵커(ANKOR) 유전펀드'와 올해 1월 출시된 '패러렐(Parallel) 유전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앵커 유전펀드는 지난해 청약당시 3500억원 목표에 3686억원의 자금이 몰렸고, 패러렐 유전펀드는 4000억원 모집에 9416억원의 자금이 유입되면서 유전펀드의 인기를 그대로 보여줬다.
"유전펀드 투자는 아직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출구전략 얘기가 나온다는건 결국 경기가 좋아진다는 뜻이고, 앞으로 원유가격이 100달러대를 상회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앵커 유전펀드의 목표수익률은 내부수익률(IRR) 기준으로 만기 15년에 연 10%, 패러렐 유전펀드는 만기 10년에 연 11%다. IRR은 투자로 지출되는 현금의 현재가치와 그 투자로 유입되는 미래 현금유입액의 현재가치가 동일하게 되는 수익률을 의미한다.
"유전펀드는 원금과 이자를 매분기 함께 받을 수 있습니다. 원금을 먼저 받게 되면 다른 투자를 할 수 있으니 그런 기회들을 반영한 수익률인데, 투자자들에게는 익숙치 않죠. 예를 들어 유전펀드에 투자해 매분기 배당과 원금을 받고, 그걸 3% 정기예금에 넣어서 만기까지 갖고 있다가 나중에 다 합쳐보면 패러렐 유전펀드는 원금과 이익을 합쳐서 100%, 앵커 유전펀드는 60%정도 수익이 납니다."
현재 앵커 유전펀드의 설정이후 누적수익률은 연 5.2%, 패러렐 펀드는 연 8.20%를 기록중이다.
김 팀장은 "앵커유전 중 전체 매장량의 40% 수준을 차지하고 있는 MC21필드가 엄격해진 감독규정와 시추기 임대 지연등으로 개발이 밀렸지만 내년 하반기 완료될 것"이라며 "2015년부터는 최초 설정시 예상된 수준 이상의 생산량을 회복할 수 있을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이 편하게 관리하는 일이 우선"
유전펀드는 일반 주식형 펀드처럼 종목 교체를 통해 수익을 내는 것이 아니라, 투자한 유전에 대한 관리를 통해 목표한 수익을 낼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간다. 김 팀장은 미국을 오가고, 현지와의 시차로 밤 12시가 넘어 컨퍼런스콜을 갖는 등 유전펀드의 수익관리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유전펀드는 처음에 안전하게 설계하는게 반이고, 나머지 반은 투자자들이 불편하지 않게 관리하는 게 일입니다. 생산이 예상대로 잘 되는지 경영 압박도 해야 하고, 제 때 수익금이 들어오는지 관리도 해야하고, 기술적인 부분은 외부 자문사를 써서 체크하기도 합니다. 수익관리는 지속적인 잔손질을 통해 원하는 방향으로 가도록 하는것이죠."
유전펀드는 유전의 생산량외에도 유가, 원·달러 환율 등 변동성의 영향을 받지만, 처음 설정할 때 이런 변동성을 헤지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유전에서 향후 매출액이 얼마나 될지 추정을 하고, 선금을 주고 판매대금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사옵니다. 생산의 변동성 부분만큼 할인을 해서 유전을 사고, 유가 하락에 대비해서는 미래 일정 시점까지의 매출액에 대해 장외 선도계약을 통해 미리 원유를 매도했습니다. 또 무역보험공사의 보험을 통해 투자자들의 원금이 손실난다 해도 80%는 보호가 되도록 했고요."
유전펀드 투자는 코스닥 종목처럼 새로운 유전을 발견해 대박을 노리는 투자는 아니지만, 안정적으로 현금이 들어오고, 실물 가격 상승을 누리고, 인플레이션을 방어할 수 있다.
◇"원자재 펀드, 롤오버·운용사·펀드매니저 리스크 모두 살펴야"
김 팀장은 실물이 아니라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원자재 펀드의 경우에는 롤오버 코스트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생상품은 현재시점에서 미래의 계약을 사는것이기 때문에, 롤오버 코스트 리스크가 있습니다. 근월물을 원월물로 갈아타는 롤오버가 발생하는데 이 과정에서 사고파는 선물 가격이 동일하지 않아 손익이 발생하는 겁니다. 최근 부진했던 천연가스도 현물을 갖고 있었으면 안그랬겠죠. 그래서 장기투자는 실물을 권합니다. 현금을 가지고 있다가 장기적으로 원자재 가격이 오를거라고 본다면 투자하는 겁니다."
실물에 투자하는 경우에는 '사람'이 중요하다. 트랙레코드가 있고 믿고 투자할 수 있는 운용사와 펀드매니저인지, 가치투자에 대한 신념이 있는지 시장을 판단하기 전에 살펴야 한다.
"원자재 시장에 대해서는 각각 움직이는 동인이 뭔지 봐야 합니다. 가장 큰 건 실생활이랑 관련있는데, 예를들어 휘발유가 2000원인데 5년 뒤에 더 높을거라고 생각되면 투자하는거죠. 구리는 전선과 관련돼 있고, 금과 은의 경우 추가적인 경제위기가 오지 않는한 한동안은 어려울 것 같고요. 투자자 본인이 투자 스토리를 잡고 투자하시길 바랍니다."
김 팀장은 2003~2006년 삼일회계법인 에너지자문을 거쳐 2006년부터 한국투자신탁운용 실물자산운용본부에서 유전펀드 등 실물펀드를 운용중이다. 지난 2006년 11월부터 작년 1월까지 '베트남 15-1 유전펀드'를 운용해 IRR 기준으로 목표수익률 7.5%의 두배가량 되는 연 평균 14.62% 수익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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