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우리 법원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일본 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재차 인정했다.
부산고법 민사합의5부(재판장 박종훈)는 30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정모씨(89)를 포함해 피해자 유족 등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파기환송심에서 "미쓰비시중공업은 원고들에게 3억9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미쓰비시의 원고들에 대한 강제연행과 강제노동 강요행위는 일제 강점기 일본 정부의 한반도에 대한 불법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의 수행에 적극 동참한 반인도적인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미쓰비시가 원자폭탄 투하 후 피해자들을 방치한 행위는 피해자를 고용한 사용자로서의 안전배려의무를 방기한 불법행위에 해당해 정신적 고통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일본 법원의 판결에는 일본의 한반도와 한국인에 대한 식민지배가 합법적이라는 인식을 전제로 해 대한민국 헌법의 핵심적 가치와 정면으로 충돌하므로 일본판결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1965년 대한민국과 일본 간 체결된 청구권 협정 과정에서 일본 정부는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은 채 강제동원피해의 법적 배상을 부인했다"며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청구권협정으로 소멸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피해 사건이 대한민국의 역사와 정치적 변동 상황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대한민국은 이 사건과 관련성이 있고 우리 법원은 국제재판관할권을 가진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강제노동에 종사한 기간과 임금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한 점 등 피해 정도와 불법행위 이후 피해회복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해 위자료를 정했다"고 덧붙였다.
정씨 등은 5명은 일제강점기 국민징용령에 따라 1944년 일본 히로시마의 구 미쓰비시중공에의 기계제작소와 조선소 등에 배치돼 군수물자 생산 과정에 투입됐다.
정씨 등은 일본 군인과 경찰 등의 압제 속에서 열악한 근무환경과 자유가 억압된 상태에서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나날을 보냈고, 1945년 8월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돼 일본이 태평양 전쟁 항복선언을 한 뒤에야 비로소 고국땅을 밟았다.
그러나 그 후에도 정씨 등은 피폭으로 얻은 후유증으로 신체적 장애에 시달렸을 뿐 아니라 이에 따른 보상도 받지 못한 채 세월이 흘러 판결이 선고된 이날까지 정씨를 제외한 4명은 숨을 거뒀다.
앞서 정씨 등은 1999년 일본에서 이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으나 기각돼 2007년 11월 일본 최고재한소에서 판결이 확정됐고, 2000년 우리 법원에도 마찬가지의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과 2심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대법원은 정씨 등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고, 이날 부산고법은 정씨 등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앞서 서울고법도 지난 10일 강제징용 피해자 여운택씨 등이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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