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봄이기자] 국토교통부가 지난 이명박 정부 초기 '대운하 사업'에 반대하는 뜻을 밝힌 비밀문서가 뒤늦게 공개됐다. '4대강 살리기 추진현황 보고'라는 제목으로 당시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 4대강 살리기 기획단이 2009년 2월 16일 작성한 보고서다.
이명박 정부는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던 대운하 사업이 비판 여론에 휩싸이자 2008년 6월 '대운하 사업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하지만 같은 해 10월부터 홍수·가뭄 예방 기능을 강조한 '4대강 종합정비방안'을 마련하기 시작한다.
◇국토부, 이명박 정부 초기 수심 2.5~3m 축소 주장
◇국토교통부 4대강 살리기 기획단 내부문건
이 보고서는 정부의 대운하 계획을 축소해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정부 측 최소 수심 6.1m 안과 국토부 기획단 측의 2.5~3m 안을 대비시키는 방식으로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정부안대로 최소 수심을 6.1m로 하면 높이 20m 내외의 대규모 보를 건설하게 되고 2500톤급 화물선 운항이 가능해진다. 홍수위 저하는 1~3m, 저수량은 5.0억㎥가 된다.
반면 기획단이 제시한 대로 최소 수심을 2.5~3m로 축소하면 보의 높이는 8m 내외로 줄고 유람선이 운행할 정도의 수심이 확보된다. 홍수위 저하는 1~2m, 저수량은 3.2억㎥ 규모가 된다.
◇국토부 내부자료 "대운하는 반대측에 공세 빌미"
기획단 측은 "그동안 4대강 살리기가 사실상 대운하라는 반대측의 공세가 극심해 최소 수심이 낮아 화물선이 다닐 수 없다고 설득함에 따라 4대강 살리기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돼 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같은 상황에서 최소 수심을 6.1m로 하면 정부에 대한 신뢰도 저하는 물론 반대측에 공세의 빌미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기획단은 또한 최소 수심을 6m에서 2.5m 수준으로 줄여도 홍수위가 1~2m 낮아지고 3.2억㎥의 저수량을 확보할 수 있어 홍수 예방 효과에는 문제가 없다는 논리를 폈다.
◇"우선 4대강..여건 조성되면 대운하"
◇국토교통부 4대강 살리기 기획단 내부 보고서(2009년2월)
하지만 4대강 사업이 대운하 사업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여지도 남겼다.
기획단은 보고서에서 "지자체 장들이 4대강 살리기와 연계한 다양한 지역 개발 계획을 구상 중인 만큼 운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자연스럽게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우선 기획단 안으로 추진하고 향후 여건이 조성되면 별도사업으로 운하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토부 제안은 청와대에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국토부 기획단 측은 2달 뒤인 2009년 4월8일 작성한 보고서에서 낙동강 구미~상주구간(73km)의 수심을 4m까지 확보하는 방안을 내놓는다.
'보의 위치와 준설 등은 추후 운하 추진에 지장이 없도록 할 계획'이라고도 강조했으나, 청와대는 이 방안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감사원 "4대강 사업 운하 염두에 두고 추진"
감사원이 민주당 김현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도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4대강 사업을 추진했다'는 근거가 제시돼 있다. 또한 국토부 기획단이 2009년 2월 대운하설계팀에 대한 반박논리로 '과다한 치수사업비와 수질개선비용, 이수·치수 계획의 비효율성' 등을 검토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당시 국토부는 "치수 사업비용을 4조여원으로 2배나 투자하고 유지관리비용도 추가로 소요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하천의 수심을 6m로 획일화하면 환경, 생태 측면에서 납득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하지만 결국 4대강 사업은 수심 6m를 주장한 청와대 방안대로 추진된다.
◇한강 이포보 공사현장 모습.(사진제공=국토교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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