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아름기자] 비밀의 문은 열렸지만 의문은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의 승인 심사 자료가 공개된 이후 언론개혁시민연대가 검증 1차 발표를 진행한 가운데, 의혹이 해소되기는 커녕 더욱 증폭되는 양상이다. 방대한 자료 중에서 주주구성 관련 분석 내용만 알려진 상황임을 감안하면 승인 과정에 대한 의문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9일 언론연대는 '종편 및 보도전문채널 사업자의 승인심사 1차 검증 결과' 기자회견을 열고 각 사업자들의 주주구성을 분석해 발표했다,
당초 이날 종편, 보도채널 승인을 신청한 보든 사업자의 정보가 발표돼야 했지만 법원에 정보공개결정 집행정지를 신청한 MBN을 제외한 10개 법인(조선일보 ‘TV조선’, 중앙일보 ‘JTBC’, 동아일보 ‘채널A’, 한국경제 ‘HUB’, 태광그룹 ‘CUN’, 연합뉴스 ‘뉴스Y’, 서울신문 ‘서울뉴스’, 머니투데이 ‘머니투데이’, 헤럴드경제 ‘HTV’, CBS ‘뉴스온’)의 정보만 분석 대상에 올랐다.
주주 명부를 분석한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MBN의 경우 매일경제신문의 MBN 주식 매각과 2번에 걸친 유상증자 과정에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며 "이 때문에 정보 공개를 늦추는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김상조 한성대학교 교수가 29일 종편·보도채널 주주구성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조아름기자)
매경은 지난 2010년 MBN의 주식 약 210만주를 매각했다. 정확한 금액은 알 수 없지만 감사보고서 내용으로 추측해면 주당 1만원 정도에 판 것으로 보인다. 주식을 매입한 곳은 매경공제회와 매일경제신문사우회로 사실상 매경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단체들이다.
특이한 점은 2011년 1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MBN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는데 매경이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투자한 자금이 약 210억원으로 2010년 주식 매각 자금과 거의 일치한다는 것이다.
김상조 교수는 "매경이 유상증자에 참여할 돈을 확보하기 위해 매경공제회와 매일경제신문사우회에 주식을 떠넘기지 않았나 하는 의문이 든다"며 "또 주식 매각과 2번의 유상증자가 1년 사이의 짧은 시차를 두고 이뤄졌는데 주당 금액이 다 다르다는 점도 이상하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정보가 공개됐음에도 분석이 거의 불가능한 법인도 있었다. 한국경제 ‘HUB’는 143명의 주주 중에서 133명의 명단이 공개되지 않았다.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삭제된 것이다.
김 교수는 "공개되지 않은 133명 주주들의 평균 출자금을 계산해보면 명단이 공개된 주주들 중 가장 지분률이 낮은 주주보다 평금 출자금이 더 높다"고 설명했다.
분석 결과에서도 석연치 않은 점이 다수 발견됐다. 종편·보도전문채널의 ‘주주유형’을 보면 비상장 회사의 비중이 전체 주주 수의 53.3%의 비중을 차지했다.
뉴스Y는 비상장회사가 전체 주주의 72%였고, 채널A 62.2%를 기록했다. JTBC(55.2%)와 TV조선(50.6%)도 비상장회사 비율이 주주의 절반이 넘었다. 특히 종편 3사는 주주 숫자 기준으로도 비상장회사의 비중이 50%를 넘겼다.
김 교수는 "비상장회사는 상장회사에 비해 경영 투명성이 떨어지는 곳들인 데다 종편 등에 출자한 회사들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감사보고서를 공개하지 않는 곳들이 대부분"이라며 "주주 구성의 불투명성은 종편 경영의 불투명성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고 언제 현금화할 수 있을지 모르는 종편·보도전문채널에 도대체 왜 투자를 했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외국계 법인의 투자도 도마에 올랐다. 외국법인 등은 TV조선, CUN, JTBC, 채널A, 뉴스Y 5개 사업자에 1424억7900만원을 출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자금액 기준으로 TV조선에 465억원을 출자한 투캐피탈, CUN에 450억원을 출자한 이토추상사, JTBC의 텔레비 아사히(130억원)와 TurnerAsia Pacific Ventures Inc.(111억5800억 원), 고단샤(50억원), 도레이첨단소재(50억원) 순이었다. 사업자별로는 TV조선이 526억500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CUN(450억 원), JTBC(356억5800만원)가 뒤를 이었다.
특히 TV조선의 2대 주주인 투캐피탈에 관심이 집중됐다. 미국SPA브랜드 포에버21(Forever21)을 소유한 의류 유통업체 투캐피탈은 재미교포인 장도원씨가 올라있다. 장 씨는 지난해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선정한 미국 400대 부자 순위에서 79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투캐피탈의 투자목적을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며 "투캐피탈이 국내에서 사업을 확대하면서 언론의 보호막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며 경언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건설·자동차부품·의료 등 3개 업종의 회사들이 종편에 집중 참여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업종의 연관성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TV조선, JTBC, 채널A 및 뉴스Y등 선정사업자의 경우 전체 국내 영리법인 주주의 20~30%를 차지하고 있다.
그 배경의 하나로 대기업의 하도급 업체가 종편·보도채널에 출자를 단행했다는 점이 꼽힌다.
경제개혁연대가 2010년 확보한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의 하도급업체 명단을 비교 분석할 결과 삼성전자의 하도급업체 9개와 현대기아차 하도급업체 18개 하도급업체가 주주로 참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삼성전자 하도급업체는 TV조선에 1억원, JTBC 5억원, 채널A 4억원, 뉴스Y 5억원을 출자했다. 또 심사에서 탈락한 서울신문과 머니투데이에는 각각 10억원, HTV에 7억4000만원을 출자하기로 약속했다.
현대기아차 하도급업체는 TV조선에 22억원, JTBC 80억원, 채널A 59억원을 출자했으며 CUN에도 1억원, 머니투데이에 7억원 출자를 약속했다.
김 교수는 "대기업들이 직접 참여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해 하도급업체의 팔을 비틀어 들어오게 할 수는 있었을 것으로 짐작한다"면서도 "사실상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방통위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방통위가 승인 심사 당시 개별 주주 단위로 심사를 하면서 법인주주의 사실상 지배자인 자연인에 대한 심사 항목이 없었고 주요 주주의 경우 특수관계인 주주의 지분을 합하지 않고 개별주주 단위로만 심사해 규제에 허점이 생겼다는 것이다.
채수현 언론연대 정책위원장은 "'신청 법인 및 주주 구성의 적정성' 심사의 경우 평가 항목이었던 주주 구성의 다양성이 전혀 확보되지 않았다"며 "'건전성' 부문에서도 법률 위반 여부를 따져 봐야 하는데 국세청에서 관련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방통위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종편과 보도채널의 심사기준이 달랐다는 주장도 나왔다.
당시 속기록을 보면 비영리법인 참여를 두고 채널A와 뉴스Y가 같은 질문을 받았지만, 채널A의 심사 소견에는 2~3줄 언급된 데 그친 반면 뉴스Y에 대한 소견은 '부적절', '미흡함'이란 냉정한 평가가 내려졌다.
언론연대는 언론인권센터가 정보공개청구한 '지분 1% 이상 소유한 종편·보도채널 주요 주주명단'이 오는 31일 공개되면 승인 심사 당시 제출한 명단과 변동사항이 없는지 검토해 발표할 계획이다. 비계량 항목을 포함한 종합 검증 결과는 다음달 말 공개될 예정이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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