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도'에서 휴가를 보내는 모습을 '추억 속의 저도'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올렸다.
박 대통령은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변함없는 저도의 모습...늘 평화롭고 아름다운 자연의 자태는 마음을 사로 잡는다"며 "복잡하고 힘든 일상을 떠나 마음을 식히고 자연과 어우러진 백사장을 걸으며..."라고 적었다.
말 그대로 사진 속 박 대통령은 특유의 올림머리도 내리고, "평화롭게" 보인다.
현재 정치권은 박 대통령의 말을 빌리면 참으로 "복잡하고 힘든 일상" 속에 있다. 여야가 끊임 없이 국정원 국정조사와 정상회담 대화록 실종·유출 문제로 대립하며, 정국은 그야말로 "아름다운 자태"와 가장 먼 거리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정치권의 "아름답지 못한 자태"를 유발한 '국정원 국정조사'와 '정상회담 대화록 실종·유출'은 애석하게도 "힘든 일상을 떠나있는" 박 대통령과 뗄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국정원의 불법 대선개입은 그 목적이 '박근혜 후보'를 당선시키려했든, '문재인 후보'를 낙선시키려했든 대선에 어떤 식으로는 영향을 끼쳤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박 대통령 역시 지난해 12월14일,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국정원 사건을 '민주당의 공작'으로 규정하며 '허위로 밝혀지면 문재인 후보가 책임지라'고 맹비난한 바 있다.
또 해당 국정원 요원을 '연약한 20대 여성'으로 규정하며 민주당이 그런 여성을 감금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 휴가 사진(사진=박근혜 대통령 페이스북)
또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이 촉발시킨 NLL 논란 역시도 박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여러 차례 언급하며 공세의 도구로 이용한 바 있다.
심지어 취임 이후, 자신이 임명한 남재준 국정원장에 의해 정상회담 대화록의 발췌록과 원문이 공개됐지만, 그는 남 원장에 대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으며 야당으로부터 사실상 묵인, 방조했다는 비난을 듣고 있다.
실타래처럼 꼬인 국정 상황에서 결국 민주당은 31일 장외투쟁을 선언했다. 박 대통령은 국정원 국조에 대해서 "국회가 알아서 할 일"이라며 '제3자'인냥 거리를 두며 사실상 '국조 파행'을 방조하다시피 했다.
그동안 새누리당은 국정조사에 소극적인 자세로 임하거나, 오히려 국정원의 대선개입을 두둔하다시피 하며 국정조사를 파행으로 이끌었다.
민주당이 그동안 수차례 "인내의 한계에 달했다"고 경고했지만, 새누리당이 국정조사에 임하는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애초 민주당이 국정조사의 목표로 내세운 '국정원 대선개입 진상파악'·'국정원 개혁'과는 정반대로 국정원과 경찰을 감싸고 검찰 수사를 비난하는데 치중했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 의원들이 민주당에 요구하던 휴가를 진작에 떠났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도, 최경환 원내대표도 마찬가지로 휴가 중이다.
야당과 '촛불시민'이 국정조사의 사실상 파행으로 울분을 삼키는 지금 박 대통령은 "힘든 일상을 떠나 마음을 식히고" 있다.
야당이 곧 장외투쟁을 선언하며 서울광장과 전국에서 가두 행진을 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일 때, 박 대통령은 "자연과 어우러진 백사장"을 걸었다.
앞서 29일 김관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휴가 관련 브리핑을 통해 "오랜만에 갖는 재충전의 시간을 통해 실타래처럼 꼬인 정국 문제를 해결할 묘책을 꼭 찾아오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국과 민심이 요동치는 이때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대표들은 정말이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 같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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