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뉴스토마토 DB)
[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최태원
SK(003600)그룹 회장의 항소심 선고기일이 예정일보다 한 달 가량 연기됐다. 이틀 전 최 회장 측이 제출한 변론재개 신청은 받아들여지 않았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이 변론재개로 불구속 상태에서 항소심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은 사실상 차단된 것으로 보인다. 선고 없이 구속만료일인 9월30일이 지나면 최 회장은 풀려나게 되지만 재판부가 그 전을 선고일로 다시 결정했기 때문이다.
다만 선고 전까지는 재판부가 직권으로 변론을 재개할 수 있는 만큼,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에 대한 국내 송환이 신속하게 이뤄져 증인소환이 가능하게 되면 변론이 재개될 가능성은 열려 있다.
7일 서울고법 형사합의4부(재판장 문용선)는 방대한 '증거기록' 검토를 이유로 최 회장 등에 대한 선고기일을 당초 예정한 오는 9일에서 한 달 이후인 다음달 13일로 연기했다.
돌연 선고기일을 연기한 것과 관련해 재판부가 밝힌 이유는 "항소심 판결문을 쓰기 위해 백 수십 권에 이르는 기록을 검토해야 하므로 추가로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김 전 고문이 체포된 것과 '선고기일 연기' 결정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사실상 법원이 최 회장 측의 변론재개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검찰은 최 회장 측의 변론재개 신청에 공식적으로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그러나 재판부가 최 회장 측의 변론재개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분명히 밝히면서도 선고기일을 한달 넘게 연기한 것을 보면 최 회장측의 '김원홍 카드'가 아예 쓸모 없어졌다고 단정하긴 이르다.
재판부는 지난달 29일 변론을 종결한 다음 11일 이후로 선고기일을 잡았다. 재판부로서는 남은 기간 동안 판결문을 작성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고를 한달 넘게 연기한 것은 관련 기록을 검토하는 것 외에 다른 요인, 즉 김 전 고문이라는 변수를 염두에 뒀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동안 '사건에 대해 김 전 고문이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한 재판부로서도, 그의 증인심문이 가능할 여지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변론재개 여부를 두고 고민이 컸던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 떄문에 법원 안팎에서는 일단 선고기일을 연기한 다음, 기일 내에 증인채택이 가능할지 여부 등 상황을 지켜보자는 계획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심공판까지 이미 마친 재판부 입장에선 김 전 고문의 국내 송환과정을 무작정 기다리는 게 여전히 부담이기 때문이다.
김 전 고문의 송환 문제와 관련해 법무부는 현재 "언제 올 지 확답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반해 재판부가 방대한 관련 기록에 대한 검토를 이유로 선고를 연기하는 것이 법조계에서 이례적인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재판부의 취지를 확대 해석해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최 회장에 대한 1심 재판부의 선고 역시 첫 지정일보다 한달 가량 미뤄졌다. 당시 1심 재판부는 "방대한 관련 기록을 검토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유를 들었다. 최근에는 알선수재 등 혐의로 이상득 전 의원에 대한 항소심 선고도 일주일 가량 연기된 예가 있다.
한편, 구속상태에서 항소심 선고를 받게 된 최 회장과는 달리 오는 11일이 구속기간 만료인 김준홍 전 베넥스 대표는 불구속 상태에서 선고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김 전 대표에 대한 석방은 12일 오전으로 예상된다. 재판부가 앞서 보석 허가 결정을 할 경우 그보다 일찍 석방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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