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조부 빚 9500만원 상속 3세 손자..한정승인 인정해야"
父 상속포기로 후순위 상속.."아들 상속 방치했다고 볼수 없어"
"한정승인 신고기간, 실제 상속사실 안 때를 기준으로 정해야"
2013-08-18 09:00:00 2013-08-18 09:00:00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할아버지가 사망한 뒤 남겨진 빚에 대해 할머니와 부모가 상속을 포기함으로써 손자가 그 빚을 상속하게 된 경우에는 손자가 실질적으로 빚을 상속하게 됐음을 안날을 기준으로 상속의 한정승인 신고기간을 정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조부모의 사망으로 빚만 상속하게 된 부모들이 자신들만 상속포기를 함으로써 빚의 상속을 면했다고 생각했다가 어린 자녀들에게 그 빚이 상속되는 경우를 법원이 적극적으로 구제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대전지법 가정지원 가사3부(재판장 한소영)는 이모군(3)이 할아버지의 상속재산에 대한 한정승인을 인정해달라며 낸 상속한정승인 청구에 대해 "이를 거부한 1심 심판을 취소하고 한정승인 신고를 수리한다"고 결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선순위 상속인인 피상속인의 처와 자녀들이 모두 상속을 포기한 경우 손자녀 등 그 다음의 상속순위에 있는 사람이 상속인이 된다는 법리는 명시적 규정이 존재하는 것이 아닌 만큼 민법 관련규정을 종합적으로 해석해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일반인의 입장에서 피상속인의 처와 자녀가 상속을 포기한 경우 피상속인의 손자녀가 상속인이 된다는 사실까지 안다는 것은 오히려 이례에 속한다"며 "이군의 아버지 이씨로서는 자신 등 선순위자들의 상속포기로 아들이 상속인이 된 이 사건에서 아버지의 사망사실을 아는 것만으로 이군이 상속인이 된다는 사실을 알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이씨가 자신의 상속을 포기해 채무상속을 면하고자 하면서 자신의 아들의 이름으로 상속포기신고를 다시 하지 않으면 그 채무가 고스란히 아들에게 상속될 것임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해 온 것이라 보는 것은 경험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이씨는 채권자가 구상금청구 소송의 피고를 이군으로 고치는 취지의 당사자표시정정신청서 등을 송달받은 날로부터 불과 10일만에 이군을 대리해 한정승인 신고를 한 것이므로 이는 적법함에도 불구하고 이와 달리 신고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각하한 1심 심판은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군의 할아버지는 2010년 1월9일 사망했는데 빚만 상속하게 되자 이군의 할머니와 아버지, 삼촌 등은 같은 해 4월2일 상속을 포기했다.
 
이후 한국주택금융공사는 2012년 이군의 할아버지를 상대로 9500여만원의 구상금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가 이군의 할아버지가 사망한 것으로 드러나자 이군의 할머니와 이씨 형제로 상대방을 변경했고, 이들 역시 상속을 포기한 것이 확인되자 후순위 상속인인 이군을 상대로 구상금 지급을 청구했다.
 
이군의 아버지는 이 같은 사실을 지난 3월13일 법원이 보낸 한국주택금융공사의 당사자표시정정신청서 부본을 송달받게 되면서 알게 됐고 10일 뒤 이군을 대리해 이군의 한정승인을 법원에 청구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이군의 한정승인이 이군이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 즉 할아버지의 사망사실을 안 날로부터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신고되어 부적법하다"며 청구를 각하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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