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이른바 '정수장학회 비밀회동' 사건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최필립 전 이사장의 대화내용을 몰래 녹음한 혐의로 기소된 한겨레신문 최성진 기자에 대해 법원이 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이성용 판사는 20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최 기자에 대해 징역 4월에 자격정지 1년의 선고를 유예했다.
재판부는 최 기자가 최 전 정수장학회 이사장의 대화를 청취한 혐의는 유죄로, 대화내용을 녹음하고 보도한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화 청취 부분에 대해 "피고인은 대화 청취를 시작할 당시 당사자들의 대화 내용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한 채 단지 보도할 만 한 자료가 있는지 탐색하는 차원에서 타인의 대화를 불법적으로 청취한 것이어서 청취 중간에 공익과 관련된 내용의 대화가 이뤄졌다는 사정이 있더라도 피고인의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이 구비되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 "피고인이 취재원(최 전 이사장)과의 대화를 마친 직후 취재원과 제3자간 대화가 시작됐다는 당시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대화 당사자들의 지위, 대화의 내용, 청취의 경위 및 동기 등 여러 사정에 비춰 피고인이 당시 상황에서 적법행위로 나아가는 것이 실제로 전혀 불가능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녹음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 녹음 행위를 한 것이 아니라 작동하고 있던 녹음기능을 소극적으로 중단하지 않은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이 같은 녹음 행위를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보도부분에 대해서도 "기왕 녹음하고 있다는 그 자체를 신의성실원칙이나 사회상규를 어긴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녹음이 적법하게 평가된 이상 녹음한 내용을 보도를 통해 공개한 것 역시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최 기자는 지난해 10월 8일 오후 5시쯤부터 약 1시간 동안 최 이사장과 이 본부장 등이 정수장학회 이사장 집무실에서 나눈 대화를 자신의 휴대전화로 몰래 듣고 불법적으로 녹음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날 판결에 대해 최 기자는 "정수장학회 지분매각은 기자라면 보도했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백번천번 다시 상황이 주어져도 보도했던 선택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청취부분 유죄, 녹음 및 보도부분 유죄'라는 의미를 잘 몰라 판결에 대해 뭐라 말하기 어렵지만 유죄부분이 열악한 환경에서 취재하는 기자들의 사기를 꺾는 결과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법원종합청사 전경(사진=뉴스토마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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