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에서 '녹색 체험' 만끽한다
2013-08-22 08:00:00 2013-08-22 08:00:00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비좁은 플라스틱 의자에 쪼그려 앉아 경기를 관람하던 시절이 있었다. 선수들은 녹색 잔디 위에서 경기하지만 관객들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관중석에서 잔디밭에 누워 경기를 지켜보고, 구장 그라운드에서 캠핑을 즐기기도 한다. 야구장이 '녹색 체험'의 장으로 변화하고 있다.
 
◇야구장 내 잔디밭 좌석 설치 현황.
 
◇잔디 좌석이 늘고 있다
 
미국과 일본에서 열리는 프로야구 중계를 보면 가끔 잔디밭에 누워 경기를 편하게 보는 관중들이 등장한다. 한국에도 이런 모습이 이제는 더이상 낯설지 않다. 시작은 지난 2010년 인천 문학야구장이다.
 
문학야구장을 관리하는 인천광역시 시설관리공단과 홈팀 SK와이번스는 경기장에 '그린존'이란 잔디 좌석을 신설했다. 한 해 후인 2011년에는 '초가 정자'가 만들어졌다.
 
좌익수 뒷편인 외야 3루 방향 상단에 조성된 그린존은 1000㎡ 규모이며, 최대 1000명의 관중을 수용하는 이색 공간이다.
 
4년째인 현재 그린존은 경기가 열릴 때마다 조기 판매되는 인기 공간으로 정착했고, 초가 정자는 9만 6000원이란 고가에도 불구하고 예매경쟁이 치열한 장소다.
 
삼성라이온즈의 제2구장인 포항구장은 외야석의 전체를 잔디로 덮었다. '외야그린석'으로 불리는 이 좌석의 입장료는 가장 저렴하다. 특별가를 적용하지 않은데다 내야석이 모두 지정석이기 때문이다.
  
포항구장 외야석이 이처럼 모두 잔디로 덮인 이유는 예산 문제와 함께 확장 가능성을 남겨두기 위해서다. 추후 관중이 늘어나면 잔디 구역을 정규좌석으로 만들 수 있다. 이 경우 현재 1만747석(외야그린석 제외)인 포항구장은 2만석 이상으로도 넓힐 수 있다.
  
현재 공사 중인 광주 새 야구장도 외야석에 잔디를 식재한다. 포항구장과 같은 이유다. 잘 지은 웅장한 내야와 녹색 잔디의 외야가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룬다.
 
◇국내 프로야구단의 '그라운드 캠핑' 프로그램 운영 현황.
 
◇야구 없는 날에 그라운드 잔디를 경험한다
 
캠핑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이를 야구장에 도입한 구단도 생겨났다. 
 
NC다이노스는 지난 17일 마산야구장 그라운드에 1박2일간 텐트를 설치하고 전광판으로 NC의 원정경기를 관전하는 '한여름 밤의 꿈 in 마산야구장' 행사를 열었다.
 
NC는 이날 부산 사직구장에서 롯데자이언츠와 경기를 치렀다. 평소였다면 마산구장이 비었겠지만, 이날은 캠핑을 즐기는 팬들로 북적거렸다. 선착순 30팀(팀당 최대 6명)이 참석한 이번 행사를 통해서 NC는 야구팬들에게 쉽게 누리기 어려운 좋은 추억을 제공했다.
 
이에 질세라 SK도 오는 24~25일 '와이번스 야구 캠프' 이벤트를 연다.
 
NC와 마찬가지로 1박2일 텐트를 설치하고 원정경기를 전광판으로 관전한다. 여기에다 이튿날에는 투구, 타격, 수비 등 야구 기본을 배울 수 있는 야구교실을 치른 후 두 팀을 구분해서 티볼 시합을 실시한다.
 
일반 캠핑장과는 다른 유의사항도 있다. 그라운드 잔디를 보호하기 위해 스파이크나 하이힐은 금지되고 텐트 고정에는 못 대신 모래주머니를 사용한다. 
 
◇프로야구단 NC 다이노스는 지난 17일 마산야구장 그라운드에 1박2일간 텐트를 펴고 전광판으로 NC의 경기를 관전하는 '한여름 밤의 꿈 in 마산야구장' 행사를 열었다. (사진제공=NC다이노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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