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농산물 가격이 목표가격 아래로 떨어질 때 그 일부를 농가에 보전해주는 '직불금제도'가 당초 목표치보다 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27일 펴낸 '2012 회계연도 결산 분석'에 따르면 2012년도 전체 농업예산 가운데 직불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5.2%로 당초 정부가 목표한 23%보다 8% 포인트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직접지불금이 농가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4.5%로 나타나 당초 목표치인 10%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정부는 2004년 발표한 '농업 농촌 종합대책'에서 2013년까지 직접지불사업 예산 비중을 23%까지, 농가소득 중 직접지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10%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지난해 예산편성 내역 등을 분석한 결과, 약속한 기한이 다 돼도록 공언한 목표치를 채우지 못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국회는 "이처럼 당초 목표했던 비중 수치를 달성하지 못한 것은 그동안 다양한 직불사업을 펼쳤음에도 성과가 미흡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료제공: 국회예산정책처
특히 밭농업직불제 예산은 지난해 기준 623억6500만원이 편성됐지만 이 중 절반도 채 되지 않는 255억3600만원(40.9%)만 집행됐고, 친환경농축업 확산을 도모하기 위해 시작된 친환경농업직불제의 경우 매년 예산액의 20~30%가 미지급액으로 남아 있는 형편이다.
지난해에는 친환경농업직불제 예산현액 506억원 가운데 142억원을 농어민건강연금보험료로 돌려 쓰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는 두 직불사업의 경우 농가 신청 자체가 미미해 실적도 부진한 것으로 보고 '구조조정'이 필요한 정책으로 지목했다.
흥미로운 지점은 국내 직불금의 예산비중 자체는 다른 나라 보다 뒤처지지 않는 데도 농가소득에서 차지하는 직불금 비중은 크게 낮다는데 있다.
자료제공: 국회예산정책처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농업예산 가운데 직불사업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08년 기준 미국 14.8%, 일본 15.5%, 영국 16.5%였고 같은 해 한국은 이보다 최고 6% 포인트 높은 22.4%를 기록한 바 있다.
반면 농가소득 가운데 직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 12.2%(2007년), 영국 19.5%(2008), 일본 7.9%(2009)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한국이 5.5%(2007), 5.3%(2008), 4.3%(2009년)를 기록한 것보다 10% 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다.
결과적으로 정부는 직불금 정책을 위해 일정한 예산을 편성하고 있지만 현장의 농가는 이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박민수 민주당 의원이 28일 공개한 '농정현안 설문조사'에 따르면 농민들은 현 농업정책 가운데 가장 시급히 해결할 과제 2, 4위로 직불금 관련 이슈를 꼽았다.
박 의원에 따르면 농민 308명을 대상으로 해당질문을 던진 결과 가장 많은 인원이 '농가부채 해결(39%)'을 지목했고 뒤이어 'FTA 피해대책(26%)', '농촌복지(18%)', '쌀값 안정과 축산대책(8%)' 순으로 답했다.
전문가들은 직불금제도를 도입한 취지가 'DDA와 FTA 등 시장 개방에 따른 농가소득 감소를 보전' 한다는 데 있다는 점을 감안해 농가에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보완책을 찾아야 한다는 충고를 내놓고 있다.
대표적으로 민간농정연구소 GS&J 인스티튜트 이정환 원장은 목표가를 올리고 발동기준도 상향조정할 것을 주문했다.
이 원장은 "직불제는 목표가를 정해놓고 그보다 값이 떨어지는 경우만 농가에 보전금을 지급한다"며 "애초 목표가를 낮게 잡다 보니 실제 발동된 경우가 거의 없고 예산이 불용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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