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국가정보원이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에 내란음모 혐의를 적용해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다. 대선 개입 사건으로 존폐의 기로에 몰렸던 국정원이 대반격을 시작한 셈이다.
국정원이 이 의원의 혐의 입증에 성공한다면 자신들에 불리한 현재의 상황을 일거에 뒤집을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에 궁지에 몰려 무리수를 둔 것으로 드러날 경우엔 상당한 역풍을 맞을 전망이다.
'이석기 내란' 카드 승부수를 통해 개혁의 대상에서 수사의 주체로 위상이 바뀐 국정원은 이 의원의 혐의가 입증된다면 대번에 존재감을 증명할 수 있다.
국정원은 검찰의 협조 하에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는 점에서 상황을 낙관하고 있는 눈치다.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9일 M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됐다고 하는 것만 가지고 혐의가 상당히 소명돼 있는 거라고 단정해서 얘기할 순 없는 상태"라고 밝혔지만, 현역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까지 압수수색 영장을 받은 국정원은 혐의 입증에 자신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비록 혐의 입증이 난관에 부딪히거나, 법원의 판결까지 장시간이 소요되더라도 국정원으로서는 별로 잃을 게 없어 보인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노숙투쟁을 벌이고 있을 정도로 여야 극한 대치 정국을 야기한 대선 개입 국면이 일거에 전환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정원의 이 의원 내란음모 혐의 압수수색 소식이 전해진 28일 오전부터 주요 포털사이트의 검색어 1위 자리는 이 의원의 차지였으며, 정치권은 물론 여론도 들썩였다. 김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9월4일까지 대선 개입 사건을 의제로 한 양자회담 수용 여부를 답변하라고 통첩한 것도 묻힌 분위기다.
마치 지난 6월 남재준 국정원장이 "국정원의 명예를 위해" 통상 30년 비공개가 원칙인 남북정상회담록을 기습 공개해 세간이 요동쳤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다. '내란'으로 '대선 개입'을 제대로 물타기한 이번 사건을 놓고 대화록 시즌 2라는 말도 들린다.
하지만 국정원이 이 의원을 표적 삼아 무리한 수사를 강행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엔 거대한 역풍이 예상된다.
대선 개입을 호도하고 조직을 보위하기 위해 ▲통신·유류시설 파괴 모의 ▲총기 준비 지시 등 경악할 '종북딱지'를 이 의원과 통합진보당에 붙인 것으로 확인되면 민심의 분노는 국정원을 넘어 박근혜 대통령에게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사진=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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