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녹취록 정국'에 민주당 존재감 상실
민주, '내란 음모'엔 원론적 언급하며 '국정원 대선개입' 부각 총력
2013-08-30 14:48:17 2013-08-30 14:51:25
[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민주당의 존재감이 실종됐다. 정확히는 정치권에서 통합진보당만 보인다. 새누리당 역시 보이지 않지만, 국정원의 대선 개입 사건 진상을 밝히기 위해 노숙투쟁까지 감행 중인 민주당 입장에서는 존재감 상실이 뼈아프다.
 
국정원이 전격적으로 이석기 의원을 비롯한 통합진보당 관계자들에 대한 압수수색 및 체포에 들어간 28일 노숙투쟁을 벌이고 있는 김한길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은 언론의 주된 관심사에서 비켜갔다.
 
심지어 그간 민주당의 장외투쟁 와중에도 "당과 지도부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잠행을 거듭해온 문재인 의원이 전격 천막당사를 방문했지만, 여론의 관심은 크지 않았다.
 
(사진=민주당)
 
문 의원의 깜짝 방문 당시 민주당 천막당사에는 취재기자가 한 명도 없어 문 의원과 김 대표와의 회동 내용을 민주당 당직자가 기록한 후 그 내용을 기자들에게 보내주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모습을 나타낸 29일, 최고위원-의원단 연석회의가 열린 진보당 원내대표실에는 기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소수 정당의 원내대표실에 많은 기자가 몰려 일부 기자들은 서서 컴퓨터 자판을 두드릴 정도였다.
 
이날 민주당은 '민주주의 수호와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국회의원 워크숍'을 국회에서 열었다. 127명의 의원 중 117명이 참여할 정도로 높은 열기를 보였지만 같은 시간 이뤄진 이석기 의원실에 대한 국정원의 압수수색 영장 집행에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며 언론의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이어 국정원이 이석기 의원 등의 관련자들을 도청한 녹취록이 일부 언론을 통해 30일 공개된 뒤로는, 이들에 대한 '내란 음모' 혐의에 대한 비판이 더욱 거세지는 형국이다.
 
민주당의 고민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국정원 불법 대선 개입 이슈 자체가 뒤로 밀리는 것은 물론, 국정원 개혁의 핵심은 국내 파트의 해체에 대한 여론이 변할 수 있다는 우려에 있다. 그렇기에 두 사건이 별개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분위기다.
 
이와 동시에 민주당은 이번 사건에 대한 언급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사용해 정국 이슈의 쏠림을 막으려 애를 쓰고 있다. 30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김한길 대표가 짧게 언급한 것을 제외하고는 다른 지도부들은 이 사안에 대한 언급을 피해갔다.
 
김 대표는 "내란음모 사건이 있고 나서 민주당이 어떻게 할 거냐고 묻는 분들이 많다"면서 "민주당의 입장은 분명하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 당시 국정원의 불법 대선 개입 사건과 최근의 내란음모 사건은 별개의 것으로 처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내란음모 사건은 수사 결과를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내란음모' 사건에 대해 짧게 언급한 뒤, 나머지 시간을 국정원 불법 대선 개입에 할애했다. 그는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이 "여러차례의 개헌 중에도 바뀌지 않았던 '헌법 1조'를 부정한 사건"이라고 강조하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재차 책임을 물으며 국정원 불법 대선 개입 사건을 부각시키려는 노력을 계속할 것임을 내비쳤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