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경제5단체가 정기국회를 앞두고 경제민주화 입법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달 28일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10대그룹 총수와의 오찬간담회에서 기업규제 입법에 대한 완급조절의 필요성을 역설한 데 이어, 국회와 정부에도 같은 의견을 전달하는 등 경제민주화 입법 제동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특히 박 대통령도 당시 "경제민주화가 대기업 옥죄기나 과도한 규제로 변질되지 않고 본래 취지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언급해, 재계의 부담이 다소 완화됐다는 평가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한덕수 한국무역협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 등 경제5단체 회장단은 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2차 산업체질강화위원회'에서 '산업경쟁력 관련 입법현안에 대한 경제계 의견' 건의문(14건)을 마련하고 국회와 정부에 제출하기로 했다.
경제5단체는 우선 노동관련 제도개선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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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건의문에서 "38조원 규모의 추가부담이 예상되는 통상임금 관련법령을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면서 "획일적인 근로시간 단축은 생산차질과 노사갈등을 유발할 것인만큼 노사합의를 통해 자율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제조업 기반을 위협하는 화학물질등록 및 평가법,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의 개선도 요청했다.
"2015년부터는 지금까지 등록이 면제됐던 연구개발(R&D) 물질과 100kg미만 소량화학물질까지 등록이 의무화 되는데, 막대한 비용부담과 6개월의 등록절차로 신제품 개발경쟁 낙오, 수출납기 지연 등의 타격이 예상 된다"는 것이다.
유럽연합(EU), 호주, 미국 등 환경선진국에서는 1톤 미만 화학물질과 R&D 물질이 등록면제대상인 점과 스마트폰처럼 하나의 제품에 수천 개의 화학물질이 들어가는 것이 제조업 현실인 점을 감안해 달라는 주장이다.
이들은 유해물질 누출사고 발생 시 매출액의 최대 5%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한 유해물질 관리제도에 대해서는 "국민안전을 지키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최대 3억원이던 과징금이 조 단위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고예방에 최선을 다한 기업도 한 명의 실수로 폐업할 수 있는 만큼 과징금 범위를 피해규모에 따라 차등적용하자는 것이다.
또 2조원대 외국인 합작투자가 실행될 수 있도록 외국인투자촉진법을 개정하고, 순환출자금지가 기업투자를 위축시키지 않도록 해 줄 것도 주문했으며, '법인세 인상에 대한 신중한 검토',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과세제외 및 가업상속지원 확대', '일자리 영향평가제도 도입' 등 총 14가지의 입법현안에 대해 건의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미국이나 일본, EU 등 주요 선진국들은 고용창출을 위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에 나서고 있다"면서 "기업환경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기업 관련 입법에선 당사자인 기업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며 규제입법의 완급조절론도 펼쳤다. 박 회장은 "근로자보호도 중요하고 환경도 중요하고 경제민주화도 필요하지만 기업을 돕고 경제를 살리는 일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며 "입법현안들이 잘 해결돼 기업들이 안심하고 경영에 전념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금은 경기가 어렵지만 향후 글로벌 시장전망을 내다보고 선제적으로 투자에 나서야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며 "정부는 기업의 투자·고용계획이 차질 없이 이행되도록 맞춤형 해결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경제계의 규제완화 요구에 사실상 수용의사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윤 장관은 이어 "창조경제의 씨를 뿌리고 결실을 맺을 주역은 결국 기업"이라며 창조경제포털 사이트를 활용해 새로운 사업아이디어를 발굴하고 투자하는 등 창조경제 구현에 적극 동참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에 경제계는 10대그룹을 중심으로 약 37조원대의 투자가 착수중이거나 착수될 계획이라고 화답했다.
전경련이 최근 10대그룹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의료용 로봇, 스마트쉽(Smart ship) 등 신산업 창출 투자가 약 35조3000억원, 벤처파트너스, 미래창조펀드 등 벤처투자는 약 1조6000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엔지니어링대학원, 항공기 성능 개량기술 개발 등 창조경제 관련 인재양성은 총 1만5000명가량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은 "경제계는 향후에도 창조경제 구현을 위해 정부와 적극 협력해 고착화된 우리 경제의 저성장 구도 탈피에 앞장 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7월 출범한 산업체질강화위원회는 산업부와 경제5단체가 공동으로 발족한 기구로 대한상의는 '규제개선', 전경련은 '협력적 생태계 조성', 무역협회는 '무역진흥', 중기중앙회는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경총은 '노동시장 선진화' 분과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