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보호 여성파워)③신보금 신한은행 소비자보호본부장
여성 리더그룹 '갤포스' 1기 女행원..32년만에 소비자분야 최고 리더로
“금융소비자보호에 대한 ‘신한 스탠다드’ 만들 것“
2013-09-04 10:00:00 2013-09-04 10:00:00
[뉴스토마토 송주연기자] “입행 2년차 무렵으로 기억하는데요, 당시 서울은행에 여자 대리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너무 신기해서 구경하러 간 적이 있어요. 그땐 저렇게 되고 싶다는 꿈도 못 꿨어요. 여 행원들은 결혼하면 그만두는 게 당연하던 시절이라 그저 신기하단 생각뿐이었죠. 하지만 이제 여자 후배들은 임원 이상을 꿈꾸며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실력을 쌓고 있습니다. 능력있는 여 행원들도 많고요. 그런 후배들의 멘토가 될 수 있으니 행복한 일이죠.”
 
◇신보금 신한은행 소비자보호본부장
(사진제공=신한은행)
신보금 신한은행 소비자보호본부장은 30년전 은행권의 분위기를 이같이 회상하며 금융권 여성 인력들에 대한 위상이 점차 달라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1982년 7월 신한은행 창립 당시부터 지금까지 32년간 ‘신한인’으로 일해 오면서 신한은행의 변화와 성장을 지켜본 신 본부장은 신한의 역사와 가치를 아는 몇 안되는 사람 중의 하나다.
 
신 본부장은 “1980년대 국내 은행권에는 서비스란 개념이 없었다”며 “당시 자본금 250억원, 직원수 250명으로 시작한 조그만 은행이 지금과 같은 대형은행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서비스 불모지인 은행에 친절함으로 무장한 고객서비스를 도입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당시 기존 은행들이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던 여 행원들에 주목했어요. 고객을 가장 먼저 마주하는 여 행원들의 서비스 의식을 강화한다면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한거죠.”
 
여 행원들의 서비스 전력을 강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바로 갤포스((Gal-force)다. 갤포스는 그리스어로 여성을 의미하는 갤(Gal)과 힘을 의미하는 포스(Force)의 합성어로 신한은행 창립과 함께 신설된 젊은 여성 리더그룹을 의미한다. 신 본부장은 제1기 갤포스다.
 
신 본부장은 “당시 갤포스는 창구 경험을 바탕으로 고객을 맞이할 때 자세, 목소리 톤과 크기 등 세세한 것까지 연구해 표준화된 서비스를 만들었다”며 “행원부터 행장까지 모두 동일한 서비스교육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고객 서비스에 일가견이 있었던 그답게 신 본부장은 고객만족센터장을 거쳐 5개 지점의 지점장과 2곳의 PB센터장을 역임하며 풍부한 현장경험을 갖췄다. 그가 소비자보호본부장 자리에 오른 것은 예정된 일이었던 셈이다.
 
신 본부장은 최근 금융권의 소비자보호 강화 움직임에 대해 “금융소비자보호는 한때의 트렌드가 아니라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을 맞이했다”고 말했다.
 
과거 소비자보호가 상품 판매 단계에 국한돼 친절하게 고객을 응대하고 정확하게 상품을 설명해주는 차원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상품개발 단계부터 판매, 판매 후 고객 관리 등 전 과정에 걸쳐 소비자보호가 이뤄져야 하는 한층 업그레이드 된 소비자보호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이다.
 
신 본부장은 “소비자보호의 초점을 상품판매 단계에만 맞춰진 직원들의 의식을 리셋(Reset) 해야 한다”며 “예컨대 상품 개발시 소비자보호본부와 사전에 협의해 약관부터 계약서, 신규신청서 등이 소비자관점에서 만들어졌는지 살펴보고 고객에게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는 부분은 눈에 띄게 잘 보이도록 계약서상에 명시해 고객의 알권리가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본부장은 어떻게 하면 신한은행만의 소비자보호 표준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금융소비자보호의 신한 스탠다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신한 직원이면 누구든지 어느 수준 이상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그걸 위해선 내부 역량을 강화해야 해요. 예컨대 고객이 어떤 말을 했을 때 사소한 말 한마디, 동작 하나하나에서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고 개선점을 찾아내는 능력, 그것이 모여 내부역량이 되는데요, 그런 내부역량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둘 계획입니다”
 
신한은행은 그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업무 관행도 고객 중심으로 개선할 방침이다.
 
신 본부장은 “과도하게 고객 정보를 요구하는 것도 불필요한 관행일 수 있다”며 “고객입장에서는 불편하고 은행 입장에서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음에도 늘 해왔기 때문에 이어오던 관행들, 이런 관행들을 찾아서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소비자보호에 있어 사전 민원감축을 위한 금융회사의 자발적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한은행의 민원감축 대원칙은 ‘사전예방‘입니다. 사전예방을 위해 민원 발생 여지가 있거나 실제로 민원이 발생한 사안을 골라 부서장들이 함께 문제를 해결하도록 매달 소비자보호 추진단을 가동하고 있어요. 또 이미 발생한 민원에 대해서는 근본원인을 파악해 문제를 해결하고 그걸 통해 다른 민원에 대해선 사전예방까지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죠.”
 
신한은행은 지난해부터 연초에 전 사업부서가 자체적으로 소비자보호 개선과제를 선정해 개선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올해는 총 195개 과제가 선정됐다.
 
신 본부장은 “195개 과제 중 상반기에 개선작업이 완료된 것도 있고 아직 진행 중인 사안도 있다”며 “지난해 소비자보호센터 신설과 함께 시작된 작업으로 각 부서가 자체적으로 소비자보호를 위한 개선과제를 선정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소비자보호 강화가 은행의 이익창출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그는 “그렇지 않다”고 일축했다.
 
“은행에서 소비자 보호하다 보면 고객의 이익과 상충될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은 고객과 은행이 제로섬 게임을 한다고 보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은행의 영업기반인 고객과 제로섬 게임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죠. 또 고객 불만족으로 인해 은행이 유무형으로 지불하는 비용도 많습니다. 결국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은 고객의 불만을 처리하기 위해 들어가는 불필요한 비용을 줄일 수 있으므로 소비자보호는 은행과 고객이 윈윈(win-win)할 수 있는 길이라고 봅니다.”
 
두 시간 가까이 대화가 계속되는 동안 신 본부장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부드럽고 차분하면서도 똑 부러지는 말투 속에서 원칙을 중시하면서도 상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커리어우먼의 모습이 보였다.
 
신 본부장은 끝으로 여성 후배들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남성 중심 사회라고 남성 같아지려고 하면 남성을 이길 수 없습니다. 여성으로서 내 강점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죠. 조화와 균형을 유지하면서 자신만의 강점에 집중해야 합니다. 남성 중심 사회에서 부당한 일을 겪게 되면 점점 전투적이 되고 융통성이 사라질 수 있어요. 하지만 그럴수록 조직 내에서, 일과 삶 사이에서, 남성성과 여성성 사이에서 조화와 균형을 유지해야 합니다”
 
◇약력
 
신보금(1960) ▲서울여자상업고등학교 ▲신한은행 입행 ▲목동 지점장 ▲고객만족센터 팀장 ▲올림픽선수촌 지점장 ▲반포지점장 ▲신한PWMPrivilege서울센터 센터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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