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희주기자] 세계의 관심을 모았던 애플의 신제품 아이폰5S와 아이폰5C가 공개됐지만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한 모습이다.
외신들은 애플이 고가와 저가제품이란 가격 차별화 전략을 들고 나온 것은 긍적적이라면서도 지금까지의 애플을 있게 한 '혁신'은 사라졌다며 혹평을 쏟아내고 있다.
아울러 저가폰인 아이폰5C가 실적 부진을 만회할 구원투수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여부도 불투명해 등돌린 투자자의 관심을 돌리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혁신은 없고 가격 싸지도 않아 '혹평'
10일(현지시간) 애플은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오 본사에서 아이폰5의 차기작 아이폰 5S와 저가 모델인 5C 제품을 동시에 공개했다. 아울러 18일에는 iOS 운영체제의 새 버전인 iOS7을 공개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프리미엄 전략으로 일관했던 애플이 저가폰 아이폰5C를 내놓았다는 점에서 어느 때보다 시장의 이목이 집중됐던 이벤트였다. 하지만 기대한 만큼의 반응은 나오지 않았다.
애플이 그 동안 신제품을 통해 보여줬던 '혁신'을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평가다.
외신은 "스마트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그 동안 기대와 설렘을 보여줬던 애플의 신제품 발표 행사가 더이상 소비자들에게 어필하지 못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제품에 대한 아쉬움도 잇따랐다. 릭 브로이다 씨넷 IT에디터는 "기존과 동일한 스크린 사이즈가 실망스럽다"며 "아이패블릿을 출시할 게 아니라 기존 아이폰의 스크린 사이즈를 늘리는 것이 낫다"고 꼬집었다.
이어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앱 구동의 속도가 아니라 배터리 수명"이라며 "기기 속도를 높여주는 64비트 A7칩의 효능에 대해 소비자들은 체감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64GB를 넘는 대용량 기기가 출시되지 않았다는 점도 아쉬운 점으로 꼽혔다.
또 신흥국 시장을 공략할 목적으로 출시된 아이폰5C의 가격이 생각보다 저렴하지 않다는 점도 시장에 실망감을 안겼다.
사라 로트만 엡스 포레스트 애널리스트는 "아이폰5C는 접근성을 향상시켰지만 결코 싸지는 않다"며 "16GB 제품의 가격은 2년 약정시 99달러이지만 약정이 없을 경우에는 무려 549달러"라고 말했다.
아울러 올해 안에 출시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아이패드5와 아이패드 미니2의 공개도 내년으로 미뤄질 것으로 전망됐다. 애플이 레티나 디스플레이 패널의 공급업체를 변경하면서 디스플레이 생산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아이폰 5S·5C 발표 후 애플 주가↓..전망도 '불투명'
애플 신제품에 대한 실망은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이날 애플의 주가는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전일 대비 2.28% 내린 494.6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 때 전일 대비 0.25% 오른 507.45달러까지 오르기도 했으나 신제품 발표를 기해서 하락으로 방향을 틀었고 시간 외 거래에서 0.22% 추가 하락했다.
물론 신제품 발표 이후 주가 하락은 처음이 아니다. CNN머니가 애플의 아이폰 출시 이후 한 달 동안의 주가 변동 추이를 살펴본 결과, 아이폰4S를 제외한 나머지 제품 출시 이후에는 주가가 모두 하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니 에반스 컴퓨터월드 애널리스트는 "새로운 아이폰이 발표된 이후에는 소비자들의 관심도가 즉시 떨어진다"고 말했다.
◇아이폰 출시 이후 애플 주가 1개월 변동 추이(자료출처=CNN머니)
하지만 이번 행사에 대한 실망감은 기존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점에서 주가가 본 궤도에 오르긴 쉽지 않아보인다.
전문가들도 실망스러운 '최소한의 혁신'만 보여준 애플의 주가가 단기적으로 더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밴 베이어 가트너 애널리스트는 "애플의 주가 부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지난달 스위스 금융그룹 UBS가 목표주가로 제시한 550달러는 너무 높은 벽이 되어버렸다"고 지적했다.
저가폰인 아이폰5C가 애플의 부진을 만회할 구원투수가 될 지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렸다.
프란시스코 제로니모 IDC 리서치 디렉터는 "아이폰5C는 신흥국 시장뿐 아니라 선진국 시장에서도 매력적인 상품"이라며 "지난 2분기 부진한 성장세를 보였던 유럽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중국 시장에서는 7억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차이나모바일과의 파트너십 체결 없이는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란 신중론도 여전하다.
그 동안 중국 최대의 이동통신사 차이나모바일은 애플의 아이폰을 공급받지 않았으며 이에 애플은 중국에서의 입지가 크게 확장되지 못하고 있다.
브라이언 마샬 ISI 애널리스트는 "아이폰5C의 가격은 차이나모바일과의 파트너십 효과를 넘어설만큼 저렴하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차이나모바일과의 파트너십이 최종 확정될 경우 미국의 통신사 AT&T와 버라이존을 합쳐놓은 것 만큼 큰 효과를 가져올 것이나 그렇지 못할 경우 부진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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