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경진기자] 박근혜 정부 출범 때부터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던 '부실인사'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박 대통령이 국정운영 쇄신을 위해 비서실장을 비롯한 인사라인을 대폭 교체했지만 여전히 인사검증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장승필 '4대강사업 조사평가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2일 자진 사퇴했다. 임명 당시부터 중립성 시비에 휘말렸던 그는 4대강 사업 설계업체 사외이사를 맡았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확산되자 스스로 물러났다.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해 왔던 환경단체들은 장 전 위원장이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전도사'로 불리는 등 과거 전력을 문제삼아 조사위원장으로서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정부가 임명을 강행한 결과였다.
국무총리실은 지난 9일 4대강사업 평가위원 15명을 임명하면서 "투명하고 철저한 조사와 평가를 위해 중립적인 민간전문가로 구성했다"면서 중립성을 강조했다. 또한 평가위원들로부터 4대강 사업과 무관하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중립성에 대한 확인서를 제출받았다"면서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거쳤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평가위원 임명 과정에서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정부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장 전 위원장이 사퇴하면서 "국무조정실 검증과정에서 4대강 관련 회사의 사외이사 등으로 재직하여 이해관계가 있는지 확인요청이 있었으나, 그 회사가 4대강과 관련이 없다고 생각해서 ‘없다’라고 자필 표기했다"고 해명했다.
이는 총리실이 평가위원 검증 과정에서 자체적인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검증 대상자의 고백에 의존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지난 10일에는 박종길 문화부 2차관이 본인이 운영했던 사격장의 명의를 이전하는 과정에서 공문서를 위조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사표를 냈다.
박 차관은 임명 당시 사상 처음으로 체육 국가대표 출신이어서 주목받았지만, 그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호원으로 활동했다는 점에서 박근혜 대통령과의 인연이 더욱 관심을 끌었다.
특히 박 대통령이 러시아와 베트남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기 직전에 이뤄진 박 차관의 사표제출은 청와대의 부실한 인사검증 시스템 논란을 재점화하는 계기가 됐다.
정치권에서는 청와대의 부실 인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청와대가 부실한 인사검증 시스템 때문에 정권 초기부터 여론의 뭇매를 맞았지만,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쇄신의지를 보이기보다는 ‘불통 인사’를 고수하면서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윤창중 사태’에서부터 박 차관 사임에 이르기까지 박 대통령의 인사능력을 근본적으로 의심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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