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유흥가 놀러다니고 돈 빌려줘..정조의무 위반 이혼사유"
2013-09-18 09:00:00 2013-09-18 09:00:00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간통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더라도 상당기간 동안 주기적으로 만나 유흥가를 출입하고 큰 돈을 담보없이 빌려줬다면 부부간 정조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이혼사유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구가정법원 이영진 판사는 A씨가 남편 B씨와 내연녀 C씨를 상대로 낸 이혼 등 청구소송에서 "A와 B는 이혼하고 B는 A에게 위자료 2000만원과 재산분할금 467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또 내연녀 C씨도 B씨와 연대해 위자료 1000만원을 A씨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B와 C는 일정기간 동안 상당한 횟수의 전화통화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아왔고 만날 때 주로 함께 식사를 하거나 노래방에 가는 등 유흥을 즐기기도 한 점, B는 아무런 조건이나 담보도 없이 자신이 직접 대출까지 해 C에게 1700만원을 빌려주고 만날 때마다 고가의 의류를 여러차례 선물한 점 등에 비춰볼 때 비록 두 사람이 간통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으나 B의 행위는 부부간의 정조의무를 저버린 부정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A와 B의 혼인관계는 더 이상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에 이르렀다"며 "혼인 파탄의 원인은 B에게 있으므로 B는 A에게 위자료 2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C는 B와 부정행위를 함으로써 A와 B의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게 되는데 하나의 주요한 원인을 제공했다"며 "이로 인해 A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B와 함께 배상할 책임이 있고 그 액수는 1000만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A씨와 B씨는 1977년 결혼해 자녀 셋을 두었는데 B씨는 혼인생활 중 폭언과 폭행으로 A씨를 괴롭히고 생활비도 넉넉히 주지 않아 생활이 매우 어려웠다. 그러나 A씨는 화장품 판매와 우유배달, 노점상, 청소일 등을 하면서 살림을 꾸려나갔다.
 
그러던 중 B씨는 2010년 보험모집인으로 일하는 C씨를 만나 일주일에 한, 두 번씩 만나며 바람을 피우기 시작하면서 C씨에게 돈 1700만원을 빌려주고 한 벌에 50만원씩 하는 옷을 여러차례 사주기도 했다. 또 둘이 만나 식사를 한 뒤 노래방 등으로 자주 놀러 다녔다.
 
B씨가 2012년 3월 폐암진단을 받고 투병생활을 시작하면서 A씨의 고생은 더욱 심해졌다. 낮에는 청소일을 하면서 생계를 꾸리며 아이들을 키웠고 밤에는 B씨를 간병했다. 그러나 B씨의 바람은 계속됐고 결국 꼬리를 잡혔다. 
 
A씨는 2012년 7월 B씨가 C씨를 만나러 나가자 뒤를 밟았고 B씨를 만난 C씨가 팔을 붙잡고 땀을 닦아주는 광경을 목격하고 현장을 덮쳐 두 사람의 관계를 추궁했다. C씨는 보험모집인으로서 고객관리 차원에서 B씨를 만났을 뿐이라고 둘러대며 자리를 떠났으나 계속되는 A씨의 추궁에 B씨는 불륜관계를 인정하고 약 1년간 만나면서 C씨와 성관계를 가졌다는 각서를 써줬다.
 
A씨는 각서를 근거로 두 사람을 간통혐의로 고소했으나 조사가 시작되자 B씨는 A씨가 폭행과 함께 강압적으로 요구해 각서를 써줬을 뿐이라며 간통혐의를 부인했고, 검찰은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이에 A씨가 B씨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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