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지 3천통 보내 "사랑해"..스토킹 고시준비생 집유 2년
2013-09-22 12:00:00 2013-09-22 12:00:00
[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인터넷에서 알게된 여성에게 수천통의 쪽지를 보내 사랑 고백을 한 사법고시 준비생에게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성수제 부장판사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A씨는 법정에서 "이메일 등을 보낸 것은 맞지만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내용은 아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성 부장판사는 "피해자와 생면부지(生面不知)인 피고인이 2008년 싸이월드에서 피해자에게 쪽지를 보낸 이래 피해자는 불안감과 공포감으로 고객센터에 스토킹 신고를 접수했고, 나아가 피고인의 행위를 두려워해 미국으로 유학을 가버렸다"고 지적했다.
 
성 부장판사는 "그럼에도 피고인은 피해자의 휴대전화번호와 페이스북 계정을 알아내 계속해서 쪽지나 문자를 발송했다"며 "피해자와 함께 자고 싶다거나 피해자를 닮을 딸을 낳아 살고 싶다는 등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표현을 사용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신원을 알 수 없는 피고인으로부터 반복적으로 쪽지를 전송받은 피해자는 누군가 자신을 감시하고 생명과 신체에 위해를 가하려 한다는 공포심과 불안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성 부장판사는 양형이유에서 "피고인은 수년간 불안감과 공포심을 일으킬 만한 표현을 사용해 반복적으로 쪽지나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피해자가 입었을 정신적 고통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사법고시 준비생 A씨는 2008년 우연히 싸이월드 홈페이지에서 피해여성 B씨를 보고 "흑발이 참 매력적이네요"라는 내용의 쪽지를 보내기 시작해 수시로 쪽지를 보냈다. B씨는 고객센터에 신고를 했고, A씨의 쪽지는 더이상 도착하지 않았다.
 
그러나 약 1년 후 A씨는 다시 수십회에 걸쳐 다시 일촌신청을 하면서 "사랑해"라는 내용의 쪽지 등을 보내며 노골적으로 B씨에게 집착하기 시작했다. B씨는 쪽지 수신거부를 설정했다.
 
그러자 A씨는 B씨의 휴대전화번호까지 알아내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발신번호표시제한으로 전화를 해 아무말 없이 끊기를 반복했다.
 
B씨는 두려움과 공포심에 미국으로 유학을 가버렸다. 이에 A씨는 B씨의 페이스북 계정을 알아내 '목소리 듣고 싶어서 전화했는데 말은 못하고 끊었다'는 식의 내용이 담긴 쪽지 3000여통을 보냈다.
 
검찰은 인터넷을 통해 얼굴도 모르는 여성에게 쪽지 수천통을 보내 스토킹한 혐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로 A씨를 불구속기소했다.
 
◇서울법원종합청사(사진=뉴스토마토DB)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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