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압수수색 검찰 폭행·저지한 용역직원 전원 유죄확정
2013-09-22 09:00:00 2013-09-22 09:00:00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한화그룹 불법비자금 조성 사건 당시 한화그룹 본사를 압수수색하려던 검사와 수사관들을 폭행해 영장집행을 방해한 용역업체 직원 전원에게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공무집행방해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상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한화그룹 본사 경비책임자 고모씨(49)에게 징역 8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또 같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경비소속 팀원 차모씨(34)에 대해 징역 6월을, 김모씨(40), 방모씨(34)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또 이들의 공범인 경비소속 팀원 이모씨(36)와 고모씨(35), 권모씨(40) 역시 각각 벌금 500만원씩이 확정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1, 2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춰보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된다"고 판시했다.
 
또 "범죄 피해자인 검사가 사건의 수사에 관여하거나, 압수수색영장의 집행에 참여한 검사가 다시 수사에 관여했다는 이유만으로 바로 그 수사가 위법하다거나 그에 따른 참고인이나 피의자의 진술에 임의성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한 원심 판결 역시 타당하다"고 밝혔다.
 
경호업체 S사 소속인 고씨 등은 2010년 8월말 부터 김승연 회장의 비자금 수사로 한화그룹 본사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가능성이 높아지자 한화측으로부터 "검찰 압수수색이 시작되면 법무팀 변호사가 내려올 때까지 지연시켜라"는 지시를 수시로 받았다.
 
이에 따라 고씨 등은 같은해 9월12일 1층 현관을 포함한 사내 CCTV 화면의 녹화 파일을 모두 삭제하고 이후부터 녹화가 되지 않도록 하는 등 조직적으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방해하기 위한 대비를 하고 있었다.
 
나흘 뒤 오전 9시10분쯤 서울서부지검 검사와 수사관들 25명이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하며 그룹 본사로 진입하자 고씨 등은 "내부절차에 따라 출입증을 받거나 상층에서 안내자가 오지 않으면 출입할 수 없다"며 출입대 앞에 횡대로 팔을 벌리고 선 다음 검찰 직원들의 진입을 막았다.
 
이 때 검찰수사관 이모씨가 검색대 옆의 유리칸막이를 손으로 짚고 넘다가 칸막이가 깨지고 주위가 그쪽으로 몰리면서 저지선이 뚫렸고 검찰들이 진입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고씨 등은 검사와 수사관들을 실력으로 벽에 밀어붙이거나 엘리베이터를 타려던 여자 수사관의 팔을 붙답아 바닥에 넘어뜨리는 등 폭행했다.
 
이후 고씨 등은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됐으며 재판이 진행 과정에서 "검찰이 압수수색 과정에서 신분과 소속을 밝히지 않았으며 영장을 제대로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시 압수수색은 정당한 공무집행이 아니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또 당시 압수수색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있었던 검사들이 자신들의 사건을 수사한 것도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 2심 재판부는 고씨 등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고 "피고인들은 자신이 소속한 일터 상사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지 못했을 거라는 정상은 엿볼 수 있다"면서도 "피고인들의 범행은 영장제도의 근간을 뒤흔든 것으로 사법작용에 대한 중대한 침해로 관대한 선고만을 할 수 없다"며 모두 유죄를 인정, 징역형 내지 벌금형을 선고했다.
 
◇대법원 '법과 정의의 상'(사진출처=대법원 홈페이지)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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