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혜실기자] 민주주의의 도구로 이용되는 다수결의 원칙, 그리고 다수결의 원칙을 이행하기 위한 투표라는 방법은 구성원들의 최선을 위해 이용되는 것이 이상적이다.
하지만 때로는 최악을 피하기 위해 최선이 아닌 차선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차선책으로 결정될 수 있다는 점에서 투표, 또는 다수결의 원칙이 오히려 비민주적이라는 의견도 일부 제기된다.
문제는 차선책 조차 지킬 수 없는 경우다. 주로 선택지 자체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구성원이 원하는 선택지는 그 어디에도 없는 경우라 볼 수 있다. 선택지 자체를 구성원이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지만 비용과 시간 등 효율성 측면에서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오는 26일이면 거래소 이사장 선임이 3개월 만에 결론난다. 선택지는 공모자 11명 중 3명으로 추려졌다. 거래소 사외이사와 외부인사 등 미공개 7명으로 구성된 임원추천위원회가 서류 전형으로 후보를 5명으로 좁힌 후, 면접 전형으로 3명을 선택했다.
밀실에서 결정된 선택지에 구성원들이 원하는 선택지가 없다는 점에서 최종 투표를 앞두고 시끄럽다.
현재로서 가장 유력한 후보인 최경수 전 현대증권 사장은 청와대가 내정했다는 설이 오래 전부터 제기되면서 낙하산 인사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서류와 면접 등 선임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고, 나머지 후보들은 들러리라는 얘기까지 나돈다.
벌써부터 거래소 노동조합은 최 전 사장 선임을 반대하는 천막 농성에 돌입했다. 노조는 도덕성과 경영능력에서 문제점을 드러내 금융투자협회장 선출에서도 낙선했던 사람을 단지 대통령 선거캠프에 몸을 담았다는 이유만으로 거래소 이사장직에 내정한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가능성이 희박한 나머지 두 후보 중 한 명이 모든 경우를 뛰어 넘어 이사장으로 선출된다고 가정하자. 이 역시 자질과 적격성에 대한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우영호 울산과학기술대 테크노경영학부 석좌교수와 장범식 숭실대학교 교수는 업계 경력이나 영향력 면에서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최 전 사장으로 투표 결과를 몰아가기 위해 선택한 들러리 후보자들이라는 설까지 만연하다.
노조는 재공모를 요구하고 있지만 과거 경험과 여타 기관 수장 선임 과정에서 알 수 있 듯,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사안이다. 어떤 경우라도 최선도 차선도 아니게 됐다.
결국 누가 어떻게 만든지 조차 알 수 없는 선택지의 함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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