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유로존 제조업 성장세가 둔화되고 유로화가 강세를 나타내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동성을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ECB가 겨우 성장세로 돌아선 유로존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유로존은 지난 2분기 0.3% 성장하면서 6분기 연속 경기 침체를 탈출한 바 있다.
◇제조업 성장세 '둔화'..실업률 증가 '우려'
1일(현지시간) 시장조사업체 마르키트는 유로존의 9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확정치가 51.10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23일에 공개된 예비치 및 예상치인 51.1에는 부합했지만 지난 8월 기록한 26개월래 최고치(51.4)에서는 다소 둔화된 수치다.
다만, 지수는 3개월 연속 경기 확장 국면을 이어갔다. PMI 수치가 50 이상이면 경기 확장을, 이하면 위축을 뜻한다.
◇유로존 제조업 PMI 추이<자료제공-마르키트>
다만, 전문가들은 제조업 PMI가 3개월 연속 50선을 넘었으나 상승세가 둔화됐다는 점에서 안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크리스 윌리엄슨 마르키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아직 마음을 놓을 수 없다"며 "지난달 PMI 지수는 50선을 겨우 웃돌고 있고 직전달 보다 성장세가 둔화됐다"고 지적했다.
국가별로는 유럽 최대 경제국 독일이 51.1에 머물렀다. 이는 두 달 만에 가장 저조한 수준이다. 프랑스도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프랑스 제조업 PMI는 49.8을 기록하며 예비치보다 0.3% 올랐으나, 여전히 경기 위축을 뜻하는 50선을 밑돌았다.
상승 곡선을 그리던 제조업 지표가 하락세로 전환하자 유로존 경기 회복 속도가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제조업 성장세가 주춤한 모습을 보이면서 유럽 당국자들이 기대했던 만큼의 빠른 성장은 기대하기 어려워졌다고 분석했다.
부진한 제조업 지표와 더불어 실업률도 유로존 경기 전망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이날 유럽연합(EU) 통계청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유로존의 8월 실업률은 12.0%를 기록했다. 이는 전문가 예상치 12.1%보다 0.1% 낮아진 것이나, 전년 동기의 11.5%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이처럼 전문가들은 실업률이 0.1% 하락한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유로존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기에는 너무 미약한 회복이라는 것.
민간 고용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경제 성장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8월 실업률 결과는 유로존 성장이 아직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밝혔다.
닉 코니스 ABM 암로 이코노미스트는 "최악의 상황이 끝나고 유로존 경제는 점차 호전될 것이나, 일부 국가에서 시행되는 긴축정책과 높은 실업률 여파로 회복세는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로화 강세..경제 악화 불안감 '가중'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 연방정부 폐쇄 여파로 달러화에 몰리던 글로벌 투자금이 유로화에 쏠리면서 유로화 가치는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제로 달러화 대비 유로화 가치는 이날 장중 한 때 1.3588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8개월래 최고치다.
지난 4월4일 유로화 가치가 1.2746달러였던 것과 비교해도 짧은 기간동안 큰 폭으로 오른 셈이다.
유로화 강세는 역내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을 저하시켜 유로존 경제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래리 캔터 바클레이즈 리서치 헤드는 "유로화 강세는 유럽 경제에 좋지 않은 소식"이라며 "이탈리아 같은 수출 비중이 높은 유럽 국가들의 수출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유로화 강세는 미국 정치권 불안으로 촉발됐다.
미 의회가 2014년도 예산안을 기한 내에 마련하지 못해 17년 만에 처음으로 연방정부가 폐쇄되면서 공무원 80만명이 강제 무급휴가에 들어가고 국립공원은 문을 닫았다.
오는 17일까지 부채한도 상한이 증액되지 않으면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질 위험도 내재돼 있어 달러화 매도, 유로화 매수 현상이 가속화된 것이다.
이탈리아 정치권 불안이 완화된 점도 유로화 매수세를 강화했다. 전문가들은 엔리코 레타 총리가 다음 날 열리는 의회 신임투표에서 승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ECB 유동성 확대 전망..은행에 자금 '수혈'
이렇듯 제조업 부진에 따른 실업률 문제가 남아있는 가운데 유로화 강세가 지속되자 유럽중앙은행(ECB)이 2일 열리는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23일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유럽의회에 출석해 은행권의 유동성을 보강하기 위해 추가 부양책을 시행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마침 유로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 2010년 2월 이후 최저치로 급락해 유동성을 확대해도 큰 부담이 없는 상황이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유럽연합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유로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1.1%를 기록했다. 이는 2010년 2월의 0.9% 이후 최저치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ECB가 LTRO(장기 저리 대출프로그램)를 단행해 은행에 대규모 자금을 수혈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예금 금리를 마이너스 수준으로 낮추거나 0.5%의 현행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조처 또한 배제할 수 없지만, 아직 이 같은 논의는 시작 단계라 LTRO 강화 쪽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풀이된다.
ECB는 이미 지난 2011년 12월과 2012년 12월 두 차례에 걸쳐 LTRO를 통해 은행들에 자금을 지원한 바 있다.
다만, LTRO 만기가 도래하는 2015년 초에 단기 금리가 급격하게 오를 수 있고 유동성을 확대해야 할 만큼 유로존 경제가 나쁘지도 않은 상황이란 점에서 ECB가 행동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알베르토 갈로 RBS 유럽 채권 리서치 대표는 "ECB는 오직 경제상황이 심각하게 악화될 때만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4일 비토르 콘스탄시오 ECB 부총재는 "유럽중앙은행은 시중은행에 장기대출 프로그램을 확대할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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