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익환기자] 울진비행훈련원에서 통합사업용 조종사 과정을 밟고 있는 김필모(29·가명)씨는 최근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이스타항공이 부조종사 지원자격을 대폭 낮췄기 때문이다. 비행시간 기준을 낮추면 지원자들은 그만큼 비용을 덜 들이고 조종사의 꿈을 이룰 수 있다. 김씨를 설레게 하는 이유다.
김씨는 "얼마 전 이스타항공의 채용소식을 듣고 '조종사의 꿈에 조금 더 빨리 다가갈 수 있겠다'라는 희망을 갖게 됐다"며 "훈련원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 사이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사진=뉴스토마토DB)
◇1~2번 떨어지면 다른일 알아봐야.."장롱면허 될 수도"
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올해까지 울진비행훈련원을 통해 사업용 면장을 취득한 인원은 모두 111명이다. 이 중 64%인 71명이 항공사 부조종사나 훈련원 교관 등 관련 업계로 취업을 했다.
특히 조종사의 꿈을 안고 거액을 투자했지만 시험에서 계속 낙방해 조종사 자격증을 사용해 보지도 못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김씨는 "어렵게 비행기 시간을 채워 놓고도 취업이 안 돼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보통 항공사 시험에 1~2번 떨어지면 이 일을 포기해야 한다는 게 이쪽 업계의 정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런 사람들은 보통 시험에 될 때까지 비행시간을 계속 쌓거나 다른 일을 알아 볼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스타항공 채용 방식, "알고보면 획기적 시스템"
이런 업계 현실 속에 이스타항공은 새로운 부조종사 채용 시스템을 공개했다. 지원자격을 낮춰 더 많은 지원자들에게 기회를 제공했다. 하지만 교육비 명목으로 8000만원을 부담시키기로 했다.
즉각 일부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하지만 이는 현실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나온 주장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새로운 채용시스템은 무엇보다 안정적으로 조종사를 수급하기 위한 방안"이라며 "어짜피 다른 항공사 지원기준을 맞추기 위해서도 그 이상의 비용을 자비로 부담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2년간 보잉 제트기를 이용해 1000시간 정도의 비행시간을 만들 수 있고, 매달 월급까지 받기 때문에 지원자 입장에서 이보다 좋은 환경은 없을 것"이라며 "해외에 나가 쓸 돈을 국내로 돌리는 선순환 구조, 문턱을 낮춘 채용 확대 등 국익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이스타항공의 이번 부조종사 모집에 모두 130명이 지원했다. 이 중 28명을 선발해 이달 중 14명을 입사시키고, 나머지 14명은 내년 2월 순차적으로 채용한다는 게 회사의 계획이다. 누구보다 업계 현실을 잘 알고 있는 지원자들이 이 만큼 지원했다는 것 자체가 채용 시스템에 문제가 없다는 반증이라고 볼 수 있다.
외부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한 사설 훈련원 관계자는 "이번 이스타항공 부조종사 채용 시스템은 어떻게 보면 획기전인 방안"이라며 "8000만원을 내고 들어가는 게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는 이 바닥 현실을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어짜피 대부분의 지원자들이 다른 항공사 비행시간 기준을 맞추기 위해 최소한 그 정도의, 또는 이상의 돈을 투자한다"며 "오히려 항공사에서 직접 보잉 제트기를 이용해 훈련 받으며 1000시간 가량을 타임빌딩할 수 있는 이스타의 환경이 개인에게 더 좋은 이력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러한 이스타항공의 조종사 수급 시스템이 채용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도 이어지고 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어짜피 들어가야 하는 비용인데, 좋은 기종으로 훈련받고 월급까지 받는다면 괜찮은 방식 아니냐"며 "일부 항공사는 부조종사 수급 문제로 다른 나라에서 돈을 주고 데리고 오기까지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젊은 지원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측면에서라도 이스타의 이번 시도는 긍정적이며 앞으로 이와 비슷한 사례들이 업계에 정착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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