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곽보연기자] 스마트폰의 출시로 콤팩트 카메라가 연일 울상일 때 오히려 미러리스 카메라는 날개를 활짝 펴고 성장했습니다.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올해 국내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 규모는 지난해보다 약 80% 가까이 성장한 30만대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국내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은 '3위 쟁탈전'이라고 불릴 정도로 시장의 경쟁구도가 굳어져 있는 편입니다. 신제품 출시 효과나 프로모션 효과 등으로 매달 점유율이 조금씩 변하기는 하지만 소니와 삼성전자 두 거대 기업은 국내 시장에서 올 상반기 각각 50.9%와 39%의 점유율을 차지했습니다(시장조사기관 gfk코리아 조사 결과). 즉 이들이 시장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 10%를 올림푸스, 후지필름, 니콘, 파나소닉 등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셈이죠.
소니(SONY)의 경우 손예진과 'NEX' 시리즈가 여심과 남심을 고루 사로잡았고, 삼성전자는 국내에서의 넓은 유통망과 '커넥티드'라는 독특한 아이덴티티로 소비자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올림푸스와 후지필름의 최신 제품들을 살펴봤던 1편에 이어 2편에서는 이 소니와 삼성전자의 최신 미러리스 카메라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작지만 강한 카메라, 소니 'NEX-5T'
이병헌과 손예진, 두 사람의 공통점은 뭘까요?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들인 점, 또 모두 소니의 미러리스 카메라를 손에 쥐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병헌은 소니의 'NEX-5R'을, 손예진은 'NEX-3N'의 모델을 담당했었지요. 두 제품 모두 소니의 대표적 베스트셀러 상품으로 등극하며 많은 사용자들에게 사랑을 받았습니다.
◇소니는 지난달 10일 NFC를 탑재한 하반기 전략제품 'NEX-5T'를 출시했다.(사진=곽보연 기자)
NEX-3 시리즈는 보급형 라인업입니다. 180도 올림 틸트와 해상도, 이미지센서, 화서, 이미지 처리 엔진 등 성능면에서는 5 시리즈와 비교해 크게 떨어지지 않지만 AF 시스템의 경우 5 시리즈가 우위에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3 시리즈는 가격이 저렴하고 가벼워 여성 사용자들에게 사랑받았습니다.
NEX-5 시리즈는 터치스크린 LCD를 탑재했고 와이파이 전송 기능을 추가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지난 9월10일 소니는 근거리무선통신(NFC) 기능을 추가한 후속작 'NEX-5T'를 출시했습니다.
이 제품은 스펙상으로 전작인 NEX-5R과 크게 달라진 점이 없습니다. 인기를 끌었던 5R의 성능, 휴대성, 와이파이 기능 등을 모두 담고 있고, 여기에 와이파이에 국한됐던 무선공유 시스템을 NFC까지 확장하는 기능을 하나 추가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NFC 기능을 사용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카메라와 NFC가 지원되는 폰을 터치하면 사진이 바로 스마트폰으로 들어갑니다.
◇NFC 기능을 이용해 NEX-5T로 촬영한 모습을 안드로이드 OS 스마트폰으로 전송하고 있는 모습.(사진제공=소니코리아)
NEX-5T는 비온즈 이미지 프로세서를 탑재하고 있는데요, 이 프로세서가 최대 감도를 ISO 2만5600까지 표현해주기 때문에 어두운 실내 촬영을 할 때도 노이즈가 상당히 낮게 나타납니다. 색감 역시 지나치게 푸르지도 노랗지도 않은 현실과 흡사한 색상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또 NEX-5T만의 특징은 아니지만 소니 미러리스 카메라가 기본적으로 지니고 있는 '자동 프레이밍 효과(인물 사진을 찍으면 자동적으로 좋은 구도로 잘라주는 효과)'나 인물 피부를 도자기 피부로 만들어주는 '인물사진 효과'도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소니의 미러리스 카메라가 셀카 촬영이 잦은 여성 사용자들에게 사랑받는 이유기도 하지요.
◇9월16일 어두운 실내에서 NEX-5T로 촬영한 사진.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에 대한 명암 표현이 확실하고 노이즈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노출시간 1/40초, F 4, ISO 3200, 초점거리 16mm.(사진=곽보연 기자)
◇18일 밝은 낮에 촬영한 동물 사진. 개의 털이나 수염에 대한 디테일함을 담아냈다. 노출시간 1/160초, F 4, ISO 800, 초점거리 16mm.(사진=곽보연 기자)
무게 역시 218g으로 한손에 들고다니기 제격입니다. 카메라의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던 요인은 바로 렌즈입니다. 5T에 기본 세팅된 번들렌즈는 전동식 줌렌즈로 렌즈 겉면의 링을 손으로 직접 돌리지 않고 버튼이나 레버를 통해 줌 조절을 할 수 있습니다.
전동식 줌렌즈는 보통 콤팩트 카메라에서 많이 사용해왔습니다. 무게와 크기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미러리스 카메라에서도 애용돼 왔는데요, 사용자들에 따라 호불호는 나뉠 듯 합니다. 섬세한 줌을 당기고 싶을 때 회전식 줌렌즈는 '돌리는 맛'이 있었던 반면 전동식 룸렌즈는 조금의 움직임으로도 줌렌즈가 돌아가기 때문에 수동의 느낌이 덜합니다.
◇NEX-5T에 탑재된 전동식 줌렌즈. 소니는 한손 조작을 쉽게 하기 위해 렌즈의 왼편에 줌레버를 하나 더 탑재했으나 자주 사용하게 되지는 않았다.(사진=곽보연 기자)
5T를 사용하면서 느꼈던 단점은 충전이었습니다. 카메라 바디에 직접 잭을 연결해 충전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는데요, 충전잭은 마이크로 USB로 일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충전기와 똑같게 생겼지만 그 잭을 이용하면 전압이 다르기 때문에 충전이 안됩니다.
또 일정량의 전압을 채워줘야 하기 때문에 병렬식으로 여러 코드를 꽂아놓은 멀티탭에 꽂았을 때는 충전이 되지 않았습니다. 제대로 충전이 됐을 때 들어오는 '빨간불'을 만나기까지 몇번의 시도를 거쳐야만 했습니다(전압부족이나 접촉불량일 경우에는 노란불이 깜빡입니다).
NEX-5T는 표준줌렌즈 킷 기준 99만8000원에 출고됐습니다. 현재 온라인에서는 80만원 대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21일 코스모스 꽃밭에서 촬영한 사진. 선명한 색감 표현력은 NEX-5T의 장점 중 하나다. 노출시간 1/160초, F 9, ISO 100, 초점거리 16mm.(사진=곽보연 기자)
◇DSLR+스마트폰 = 미러리스 카메라 '갤럭시 NX'
삼성전자는 8월 말 카메라 업계에 신선한 제품 하나를 내놨습니다. 분명 미러리스 카메라지만 앞면을 보면 DSLR처럼 생겼고, 뒷면을 보면 스마트폰이 붙어 있는 듯한 모습입니다. 아주 독특한 이 제품은 출시 당시에도 많은 이들에게 물음표를 던져줬습니다.
◇삼성전자가 지난 8월29일 출시한 신개념 미러리스 카메라 '갤럭시 NX'.(사진=곽보연 기자)
갤럭시 NX에서 나는 DSLR의 냄새를 따라가 보면, 이 제품은 특이하게도 뷰파인더를 탑재하고 있습니다. 미러리스 카메라는 말 그대로 반사경(미러)이 없기 때문에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이 뷰파인더까지 갈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뷰파인더를 없애고 무게를 조금 더 줄일 수 있었던 것이 특징이었죠.
하지만 갤럭시 NX는 오히려 그 뷰파인더를 다시 몸체에 달고 나온 것입니다. 갤럭시 NX가 달고 있는 뷰파인더는 광학식이 아닌 전자식입니다. 뷰파인더에 눈을 대는 것이 습관화 된 사용자들을 위해 뷰파인더를 달아놓은 것 같은데요, 마치 디지털 카메라로 피사체를 보는 듯한 이질감을 느끼게 해 어떤 사용자들은 '없는 것만 못하다'고 혹평하기도 했습니다.
◇갤럭시 NX에 탑재된 전자식 뷰파인더. 뷰파인더에 눈을 가져다대면 디스플레이가 자동으로 꺼지고, 얼굴을 떼면 다시 디스플레이가 켜진다.(사진=곽보연 기자)
갤럭시 NX는 DSLR에 뒤지지 않는 스펙을 구현하기 위해 2030만화소의 'APS-C 타입 CMOS 이미지 센서'와 삼성 자체 기술로 완성한 'DRIme4 DSP칩'을 적용했습니다. 또 DSLR에서 사용하는 위상차 오토포커스(AF)와 미러리스 카메라에서 사용하는 콘트라스트 AF를 동시에 이용해 초점을 잡는 '하이브리드 AF'를 채택했다고 합니다.
갤럭시 NX의 또 다른 특징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스마트폰과의 결합입니다. 미러리스 카메라로는 최초로 LTE와 안드로이드 OS(젤리빈)을 적용해 공유 기능을 향상시켰습니다. 4인치 디스플레이를 통해 사진을 촬영하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으로 사진을 업로드하거나 카카오톡, 라인 등으로 친구와 사진을 공유하는 것이 간편해진 겁니다.
삼성은 앞서 LTE칩을 탑재한 '갤럭시 카메라'를 출시하면서 '커넥티드 카메라'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창출한 바 있죠. 갤럭시 NX는 그와 같은 선상에 있는 제품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 S3'와 미러리스 카메라 '갤럭시 NX'를 비교한 모습. 홈버튼을 누르면 친숙한 안드로이드 OS를 이용할 수 있다.(사진=곽보연 기자)
갤럭시 NX는 무게 면에서 물음표를 던져줬는데요, 바디만 410g, 배터리와 메모리카드를 넣으면 495g, 여기에 렌즈를 부착하면 600g은 나가는 것 같습니다. 또 바디가 렌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균형감이 잡히지 않고 앞으로 자꾸 고꾸라지는 듯한 단점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갤럭시 NX는 자신만이 지닐 수 있는 기능들을 가득 담고 있었습니다. 스마트폰 '갤럭시 S4'에도 탑재된 '애니메이션 포토', 움직이는 피사체를 한 컷안에 담아주는 '드라마 촬영' 등 다양한 촬영방식을 담았습니다.
화각이 넓어 좀 더 넓은 장면을 프레임에 담을 수 있었고, 특히 파란색에 강해 푸른 빛을 더 푸르게 표현했습니다. '눈 촬영' 모드를 선택하면 흰색과 푸른색의 대비를 확실하게 해줘 가을철 푸른 하늘을 촬영할 때 제격일 것 같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갤럭시 NX로 촬영한 공항 내부사진. 화각이 넓어 독특한 유리천장이 한 화면에 다 들어왔다. 노출시간 1/60초, F 4, ISO 100, 초점거리 12mm.(사진=곽보연 기자)
◇'눈 촬영' 모드로 찍은 하늘 사진. 파란색과 흰색의 대비가 확실하게 나타난다. 노출시간 1/200초, F 8, ISO 100, 초점거리 24mm.(사진=곽보연 기자)
배터리는 완충할 경우 하루는 충분히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전원을 짧게 누르면 스마트폰처럼 대기모드로 전환됐다가 다시 버튼을 누르면 금새 켜지는 '상시대기 시스템' 때문에 전력사용이 빠를 것으로 생각했지만 용량이 4360밀리암페어(mAh)로 대용량이다보니 일정기간 지속되는 것 같았습니다.
갤럭시 NX가 주는 또 한가지 물음표는 가격입니다. 이 제품은 18-55mm 번들렌즈를 포함해 180만원에 책정됐습니다. 소니 NEX-5T나 후지필름 X-M1의 2배에 달하는 가격입니다. 시장에서도 상당히 논란이 됐던 부분입니다만, 제조사인 삼성전자는 가격에 대해 "지금까지 세상에 없었던 최초의 융합제품이기 때문에 타 제품과 비교할 수 없다"면서 "소비자들이 가치를 인정해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휴, 모르겠습니다. 180만원을 지불할만한 가치가 있을지는 단 하루라도 직접 사용해보시고 결정하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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